지구를 살리는 식물 이야기_1

농촌에서 자란 나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며 식물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라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고 마냥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벼와 수수를 베고, 콩을 베 도리깨질을 하고, 고구마를 캐는 등 여러 일을 했다.
다 재미있고 신이 나는 일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같은 재미는 아니지만, 식물을 연구하며 작은 세포가 갖고 있는 복잡하고도 정교한 질서와 놀라운 능력을 보면서 신기하다. 앞으로 이 코너에서는 식물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하나하나 풀어가려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식물이 가진 가장 중요한 기능인 광합성에 대해 살펴보자.

글 | 윤준선   디자인 | 천영환 기자   담당 | 김양미 기자

 
 

인공 광합성을 통한 에너지 전환
지난 몇 년간 유가 급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앞으로 석유 자원이 고갈되기 전에 인류가 의존하는 에너지원의 변화가 시급함을 모두 느끼고, 이에 다방면으로 대체 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최근 ‘인공 광합성’이라는 분야에 여러 나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양전지나 태양열 발전이 상용화되고 있지만, 활용도와 경제성 면에서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인공광합성이다.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과정과 태양전지에 쓰이는 방법의 유사성을 이용한 기술이다. 이 과정은 화학촉매, 효소 반응 등과 연계되어 메탄올, 다양한 화합물 등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태양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변형시킬 수 있다. 반영구적인 태양의 빛 에너지를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데 직접적으로 이용하여 빛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효율이 높지 않지만, 태양전지가 저장이 어렵고 저장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반해, 인공광합성을 통한 에너지 전환 효율이 3%대만 돼도 경제성이 있어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엽록체는 녹색식물 잎의 세포 속에 들어있는 세포소기관으로, 광합성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전자 현미경으로 보면 세포 속의 엽록체는 지름이 약 5~10㎛이고 두께는 2~3㎛인 타원형의 구조이며, 세포막이 외막과 내막의 이중막 구조로 되어 있다.
▲ 엽록체는 녹색식물 잎의 세포 속에 들어있는 세포소기관으로, 광합성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전자 현미경으로 보면 세포 속의 엽록체는 지름이 약 5~10㎛이고 두께는 2~3㎛인 타원형의 구조이며, 세포막이 외막과 내막의 이중막 구조로 되어 있다.

광합성을 응용한 LED
광합성에 대한 이해는 최근 도시형 식물 농장인 ‘식물공장’으로까지 응용되고 있다. 농산물의 배송비를 줄이고,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10여 년 전에 고안된 이 방법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 고층 빌딩을 지어 폐쇄된 공간 안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것으로 자연 재해와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갖가지 식물의 재배에 적합한 영양분, 광조건 등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어 최적의 생장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때 광원으로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가 사용되는데, 백열등이나 형광등보다 전류를 빛으로 바꾸는 효율이 높고, 다양한 식물들이 선호하는 빛의 종류에 맞는 빛을 쉽게 조합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형광등이나 백열등이 다양한 파장대의 빛 이 섞여 있어 실제 식물이 이용 가능한 빛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데, LED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LED의 응용은 식물이 광합성시 특정 파장대의 빛만을 사용한다는 연구로부터 착안되었다. 이처럼 광합성에 대한 이해는 빛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빛이 곧 생존 수단인 식물만큼 빛을 잘 이해하고 이용하지는 못할 것 같다. 식물이 없다면 지구상에 수많은 생명체는 그 생명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식물이 지구 생태계를 유지시켜주고 있는 것일까?

태양 에너지를 가장 빠르게 전송하는 빛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빛에 대해 알아보자. 20세기 들어 빛에 대한 성질을 알게 된 것은 물리학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다. 빛은 파장과 입자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이러한 빛의 성질의 발견은 빛이 에너지를 가지고 이동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구에 있어 가장 많은 빛을 전해주는 것은 태양이다. 과학자들은 태양계의 나이를 46억 년으로 말하고 있는데, 그 긴 시간 동안 태양은 끊임없이 지구에 빛을 비추어 왔다.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빛은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약 8분 20초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는 태양이 만들어낸 에너지가 우주에서 가장 빠른 전송수단인 빛의 형태로 지구에 도달한다고 말할 수 있다. 태양을 떠나 짧은 여정을 통해 지구에 도달한 빛은 이제 무슨 일을 할까?

빛, 식물을 만나다
태양을 떠난 빛이 비로소 식물을 만난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보존 법칙’이라고 불리는데, 에너지는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고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흐르는 법칙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빛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화학 에너지가 필요한데, 주로 ATP(adenosine triphosphate; 생명체의 주된 에너지원, 인산기가 떨어질 때 에너지가 방출됨)에 저장되어 다양한 생명 활동에 쓰이게 된다.
지구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빛이 들어오지 않는 폐쇄된 지구는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곧바로 죽은 지구가 된다. 따라서 지구는 반드시 빛이라는 형태의 외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빛 에너지는 생명 활동에 필요한 화학 에너지로의 변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력 발전의 경우 물의 낙차에 의해 위치 에너지가 만들어지는데, 방수되면서 운동 에너지로 바뀌고 터빈을 돌려 우리가 실제 쓸 수 있는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식물이 등장한다.

▲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아마존 우림이 생성한다고 한다. 이러한 열대림의 파괴는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도 있지만 인위적 파괴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번 파괴된 열대 우림은 쉽게 생태계의 복구를 이룰 수 없다. (사진:아마존 강의 열대우림)
▲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아마존 우림이 생성한다고 한다. 이러한 열대림의 파괴는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도 있지만 인위적 파괴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번 파괴된 열대 우림은 쉽게 생태계의 복구를 이룰 수 없다. (사진:아마존 강의 열대우림)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
식물은 어떻게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앞서 말한 ‘광합성(photosynthesis)’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 과정은 주로 식물 잎의 엽육 세포 안에 있는 ‘엽록체’에서 일어난다. 엽록체는 식물만이 가지는 굉장히 독특한 세포 내 소기관으로 여러 다양한 기능들이 있지만, 광합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도 될 만큼 특화된 기관이다. 아래의 화학 방정식을 보자.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이 방정식은 이산화탄소와 물에서 포도당과 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와 물이 있다고 해서 이 과정이 절대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필요 없을 것이다. 이 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빛 에너지와 여러 종류의 단백질들이 필요하다. 빛은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단백질들은 화학 반응이 위의 방정식과 같은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가이드 및 촉매제로서 기능한다. 광합성 과정은 빛이 필요한 ‘명반응’과 빛이 필요 없는 ‘암반응’으로 나뉘는데, 우선 명반응을 통해 빛 에너지는 물을 광분해시키고 광인산화과정을 통해 ATP, NADPH2, O2를 만들어낸다. 명반응에서 만들어진 ATP와 NADPH2는 암반응으로 들어가 CO2와의 반응으로 포도당을 만들어낸다. 명반응시 반드시 빛 에너지가 필요한데, 빛 에너지가 명반응으로 들어오기 위한 가장 첫 단계는 식물이 빛을 인지하고 빛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어떠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부산물로 산소 방출
우리가 흔히 보는 식물들은 녹색을 띠는데 이는 식물들이 녹색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며 그 반사된 빛이 눈에 맺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시광선 영역에 있는 빛들 중 적색광(650∼680nm)과 청자색광(435∼450nm)은 식물이 잘 흡수하여 광합성에 이용되므로 우리가 볼 수 없다. 식물이 적색광과 청자색광을 잘 흡수하는 것은 이러한 파장대의 빛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들은 엽록소(chlorophyll)라고 하는 색소들이다. 엽록소가 빛을 받아들여 들뜬 상태가 되면 강한 환원제가 되고, 주위에 전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자가 가깝게 있으면 전자가 전달된다. 이때, 이 전자는 주위의 물 분자(H2O)에 전달되어 H2O를 산화시킨다. H2O는 산화되면서 부산물로 산소(O2)를 방출한다. 동식물의 호흡에 반드시 필요한 산소는 광합성 과정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광합성 산물로 만들어진 포도당은 탄소 원자간 결합 형태의 화학 에너지를 가지는데, 식물의 필요에 의해 해당작용, 시트르산 회로 등을 포함하는 호흡과정을 거쳐 분해되면서 이 화학 에너지는 ATP와 같은 생물 반응에 직접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화합물의 생성에 이용된다. 또한, 탄수화물 형태로 식물체의 열매, 잎 등의 다양한 부위에 저장되어 먹이사슬의 상위에 위치하는 동물, 곰팡이, 세균 등의 생명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만들어내고,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내며,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하는 식물의 광합성이야말로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가장 큰 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 여러분 가까이에 보이는 식물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라. 당신에게 산소를 공급하느라 쉼없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가장 연약해 보이는 그들이 사실은 지구에게 꼭 필요한 위대한 작업을 하고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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