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LTE까지 IT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이메일의 등장에 비기는, 혁명이라고 표현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열렸다.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생각해 보자.
글 | 박복래 객원 기자   디자인 | 천영환 기자 
 


 
 

혁명이란 지금까지의 체제와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질서로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기술은 세상을 바꾸는 역사적인 사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만든 금속활자는 오늘날 인터넷에 비견될 만큼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책 한 권 필사하는 데 2개월 걸리던 것을 금속활자를 이용해 일주일 만에 500권을 인쇄했다. 이 기술은 단순히 빠르게 인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당시 마르틴 루터가 발표한 95개조 반박문을 금속활자를 이용해 신속히 인쇄, 배포했다. 종교개혁이 성공하는 데 중요한 밑바탕이 된 것이다.

 
 

이제 WiFi와 이동통신 무선망을 활용하면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4G(4세대 이동통신기술)로 불리는 ‘LTE(Long Term Evolution)’라는 용어가 TV 광고에 자주 나온다. 영화 한 편을 몇 초 만에  다운받을 수 있는 무선통신 시대가 열렸다. 이것도 단순히 인터넷 속도가 빠른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초고속 통신망을 밑바탕으로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막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인터넷망을 이용한 컴퓨터 기술을 말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내 컴퓨터 안에 데이터와 콘텐츠를 저장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상의 서버에 접속해서 그곳의 정보와 자원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구글 크롬 OS를 적용한 노트북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최초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한 것이다. 어느 날 점심을 먹으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 동료에게 HDD와 같은 보조기억장치가 필요 없는 클라우드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하자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10년 이상 PC 연구소에서 근무한 연구원조차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 이론으로는 알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와 닿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일한 경험이 새로운 것의 수용을 막는 것 같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을 이해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막상 써 보면 쉬운데, 기존 경험에 의한 관념이 어렵게 느껴지게 한다. 
 기존 PC는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보유하며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더 넓은 저장 공간, 더 빠른 처리속도를 추구해 왔다. 비싼 하드웨어 비용과 함께 운영체제, 오피스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터는 인터넷상에 있는 서버의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사용하므로 비용이 절감된다. 내 PC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버의 능력을 빌려 쓴다고 이해하면 쉽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엔진에서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면 내 PC의 능력으로 전 세계 데이터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서버가 일을 해서 결과를 알려주는 것과 같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서버에 저장된 영화를 재생하고 서버에서 제공하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문서 작업을 한다. 그러므로 갑자기 전원이 꺼지거나 컴퓨터가 고장나도 작업 내용과 데이터는 서버에 안전하게 보관된다. 영화를 이어서 볼 수도 있다. 한 대의 PC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용 PC와 사무실 PC, 스마트폰 등 어느 기기에서나 서버에 접속만 하면 전에 하던 작업을 이어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하고 일일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그리고 OS와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도 서버에서 차단하므로 PC에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미 삼성전자에서 구글 크롬 OS를 적용한 노트북을 시판하고 있으며, 현재 많은 기업에서 자체 업무시스템 체계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바꾸려고 검토하고 있다.

IT는 선택이 아닌 결론
약 십년 전부터 이메일은 기업환경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지금은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메일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이메일을 활용해 의견 교환, 지시, 보고, 결재 등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하나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휴대 전화이다. 둘 사이에는 차이가 좀 있다. 이메일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쏟아져 들어와도 순차적으로 하나씩 처리하면 그래도 할 만하지만, 휴대 전화는 얘기가 다르다. 휴대 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의사소통을 위해 직접 대면하거나 유선전화를 사용해야 했다. 상대방이 다른 장소에 있거나 전화기 앞에 없으면 연락하기가 어려웠다. 지금에 비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 전화를 갖고

있는 지금은 회사에서 자리를 비우고 밖에 나간 경우에나 다른 일을 하는 중에도 전화를 받아야 한다. 일종의 족쇄라는 표현은 호출기가 나왔을 때부터 이미 시작된 말이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IT는 업무 환경이나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업무의 효율성이나 편리성은 과거에 비할 바 없이 높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IT의 중심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 없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결론이다.    



더 강한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이메일, 휴대 전화처럼 클라우드 컴퓨터도 시대적 대세로 자리잡는 날이 올 것이다. 모든 업무처리와 예약, 쇼핑, 결제 등 일상생활이 클라우드 시스템 내에서 다 이루어지게 된다. 산에서 혼자 살면 모르되 적어도 회사에 다니려면 클라우드 컴퓨팅을 사용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많은 이점이 있지만, 우리는 효율성과 편리성을 얻는 대신 자유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호출기와 휴대 전화가 족쇄가 된 것처럼 클라우드 컴퓨팅은 더 강하게 우리를 조여올지도 모른다. 모든 스케줄과 업무처리 내용이 클라우드 서버에 기록되고, 그로 인한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와 평가는 고3 수험생처럼 쉬지 못하고 쫓기듯이 일하게 만든다. 여기에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와 같은 위치 정보 기술과 보안카메라까지 더해지면 클라우드는 우리 삶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처음에는 저렴한 비용이나 무료로 제공하다가 사용자가 많아지고 없어서는 안 될 시스템이 된 후 사용료를 올려 받는 정도의 문제는 약과다. 만약 클라우드 서버의 정보가 유출된다면 기존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가 예상된다. 개인의 모든 컴퓨터 사용 이력, 스케줄, 쇼핑 정보와 개인적인 자료들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이것을 악용하려는 자들이 클라우드 서버를 장악하여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자유를 없애는 거대한 흐름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자기 개성이 존중받길 원하고 남들과 다른 고유의 자아와 정체성을 찾기 원한다. 이것은 그만큼 획일화되고 있는 사회에 대한 자유의 갈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각자의 주관에 따라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작은 어항에서 사는 물고기에 비하면 강에 사는 물고기가 훨씬 자유롭겠지만, 강물의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다. 오히려 더욱 쉬지 못하고 약육강식의 생태계 안에서 정신없이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도 감옥에 갇히지  않았다고 해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더 잘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다.
직장의 상사 중 한 분이 아들에게 휴대용 게임기를 사줬다고 한다. 평소 게임은 교육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하지만 게임 하고 있는 친구 옆에서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는 자식을 보니 안쓰러웠다고 한다. 어느새 사람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본다. 물론 자유의지로 구입했겠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원하는 디자인과 모델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시대의 흐름과 대세를 거스르기 쉽지 않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하나의 흐름이 될 것이다. IT의 발전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를 점점 없애고 있다.  강물이 강을 따라 흐르듯 우리도 어떤 틀 안에서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에 쓸려 떠내려가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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