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차차차>의 소소한 차 문화 이야기

차茶 문화는 고대 중국에서부터 시작하여 홍차를 유럽에 전파했다. 일본에는 차를 마실 때의 예절과 법도가 엄격한 다도茶道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우리만의 차 문화가 있을까? 네이버 웹툰 <차차차>의 작가 ‘한나Hannah’는 매주 연재하는 에피소드에서 다양한 차를 소개하며 한국 차 문화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현재 홍콩에서 작업 중인 그녀에게 이메일로 자세한 한국 차 문화에 대해 물었다.
글 | 전진영 기자   디자인 | 이가희 기자   만화제공 | 한나   
 

 
 
웹툰 <차차차>를 보면, 차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물씬 나타납니다. 차를 언제부터 즐겨 마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생이던 2007년에 중국 운남 쿤밍으로 언어유학을 갔습니다. 쿤밍은 운남성의 광역시 같은 곳이라서 운남성의 모든 차들이 그곳으로 모입니다. 때문에 아주 큰 차 시장이 형성돼 있고 차 상점도 많아요. 그때 저는 차 상점을 운영하시는 아저씨 댁에서 하숙을 지냈는데, 아저씨가 운남성차협회 부회장이시고 곤명차학교의 선생님이시기도 하셔서 사람들이 붐비는 상점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중국의 전통적인 차 문화를 접할 수 있었고 차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습니다. <차차차>의 여고생들처럼 학교를 마치면 항상 아저씨 상점에 먼저 들러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죠. 앞으로 ‘보이차’ 편으로 제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때부터 차를 소재로 하는 만화를 구상하면서 언젠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데뷔작 <묵회>를 연재하고, 2년 뒤에야 <차차차>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차에 대한 내공이 얼마나 쌓였나요?
막상 차에 대해서 만화를 하려고 하다 보니 중국차뿐만 아니라 한국 차 또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국 차 관련 자료를 많이 수집하며 공부했어요. 한국은 일반 찻잎보다는 대용차라고 해서 둥굴레차, 옥수수차, 유자차 등이 성행해 왔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차 이용이 시작된 시기는 신라 흥덕왕 때 김대겸이 당나라로부터 차 씨앗을 가져다가 지리산 계곡에 심어 그 지역의 명 사찰인 쌍계사와 화엄사 등을 중심으로 전파되면서부터입니다. 차는 일반적으로 어린 찻잎을 따서 만든 음료를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곡류를 끓인 물, 꽃이나 뿌리 껍질 등을 우린 물 등 다양한 기호음료 전반을 차라고 불러왔습니다. 이러한 지칭이 엄밀히 말해 틀렸으며 수정해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이를 우리 차 문화의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시대까지 차 문화는 굉장히 성행했지만 조선의 숭유억불정책과 차세 과도징수, 왜란으로 인한 차밭의 황폐화 등으로 차 문화가 쇠퇴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차보다 접근이 쉬운 여러 들풀과 꽃, 과실류를 활용한 다양한 대용차가 약재로 이용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이후 일제 강점기 때 일식 다도문화가 전파됐지만 해방 이후 한국전쟁으로 다시 음차문화가 쇠퇴하고 70~80년대에는 커피의 유입으로 차가 뒷전으로 밀립니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는 조선시대 때 만들어진 여러 대용차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전해 내려왔으며, 80년대 초 만들어진 여러 차 문화 관련단체들을 통해서 한국 차 문화가 발전했죠.

 
 

웹툰에서 중국 수공예 꽃차와 장미차, 목련차가 소개됐죠, 한국의 꽃차와 중국 꽃차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꽃차가 우리나라에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그 위치는 다른 나라와 매우 다릅니다. 본래 차의 시초는 중국이었고, 이를 추가 발전시킨 나라가 일본이고 이들 차가 서양에 전파되면서 홍차가 유명해진 거대한 차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 차만의 정체성이 있는가를 만화를 그리면서 많이 고민했었지요. 그런데 꽃차는 찻잎 역사만큼이나 우리나라에서 고유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다도인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피어나는 꽃들을 이용해 꽃차를 직접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런데 중국의 꽃차는 대부분 말린 꽃과 녹차와 함께 이용되며 중국의 넓은 땅 어디에선가는 꽃만 이용하는 꽃차를 마시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꽃만을 말려 음용하며 그것을 차라고 부르는 문화는 한국의 것입니다. 이는 꽃차에 별개의 개성을 부여하지 않는 일본 차문화도 확실히 구별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차에는 더 깊은 정서적인 감성과 이미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꽃차는 우리 조상들이 한 계절, 한 계절 지날 때마다 꽃을 말리고 꿀에 재우면서 차에 담아 기억하고 싶어하셨던 자연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담아왔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주변국의 침략을 많이 받아 찻잎이고 뭐고 구분 않고 모든 식물을 우려먹고 삶아먹은 궁핍한 삶이 있었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차 문화를 일군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쉽게 지나가버려 잊혀지는 풍족함과 아름다움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하려는 안타깝고 애처로운 정서가 담기기도 했고요.

작가 개인적으로는 어떤 차를 즐겨 마시며, 차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바로 곁에 두고 마실 수 있는 대부분의 차를 좋아합니다. 현재 제 옆에는 저번 에피소드를 그리느라 이용된 목련차가 있군요. 그나마 즐기지 않는 차를 고르라고 한다면, 민트 계열의 차(박하,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등)와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간 차이, 진한 향의 가향 홍차 등은 좋아하지 않아요.
차를 마시는 매력은 무엇보다 휴식과 평안함을 주는 것입니다. 홍콩에 살면서 웃기게 본 사실 한 가지는, 모든 사람들이 정시 퇴근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한국 사람들이 다니는 회사는 한국과 똑같이 매일 야근하고 술자리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한국 사람들이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가지만 차 한잔 마시는 짧은 시간 만큼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나간 일을 곱씹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차차차>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중국에서 차를 배울 때는 정말 까다롭고 공부할 것이 많은, 하나의 학문이었습니다. 물론 차가 중국 문화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깊고 폭넓게 다뤄지겠지만 제가 느낀 바로는 일종의 골동품이나 고급 예술품같이 차를 다루더라고요. 일본 차는 격식과 예절을 중시하여 계절마다, 달마다 마셔야 하는 차와 그에 곁들여야 할 다과, 다식, 그릇 등이 극도로 까다로워 문지방이 높은 문화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옛 선비들부터 다헌, 다당이라 불리는 차 마시는 자리에서 시를 짓는 여유를 즐겼습니다. 다당 창가 너머로 보이는 자연을 눈에 담으며 차를 한 잔하고 마음을 다스렸으며, 손님을 접대하고 가족과 담소를 나눌 때도 차를 한 잔 했지요. 이런 여유롭고 편안함이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특징적인 차 문화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매력을 제 만화에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고운 다실’에 온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들을 소개하며 차 맛을 즐기는 이야기가 한국 차 문화와 닮았습니다.

여름 방학 기간 중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차를 추천해주세요.
차 전문가가 아니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추천하자면, 차게 마시기 좋은 대용차로 오미지차, 매실차, 유자차 등이 대표적입니다. 과실의 새콤함이 달고 차게 마실 때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보통 가정에서 물 대신 마

 
 
시는 보리차, 검은콩차, 결명자차, 현미차, 뽕잎차 등은 밥과 함께 마셔야 하기 때문에 그 맛이 무난하고 고소한 것이 특징입니다. 여름에 나는 식물들을 이용한 차로는 댓잎차, 박하차, 연차, 장미차 등이 있는데요, 이들은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녹차의 경우는 본래 성질이 차기 때문에 여름에 마시면 체내의 속 열을 풀어주어 좋지만, 차게 마시는 것은 그 성질이 더욱 차가워져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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