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과(이하 국문과)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취업 스펙'을 쌓기에 국문과는 경쟁력이 없고 기업에서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배재대는 8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국어국문과와 한국어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했다. 사실상 국문과를 폐지한 것이다. 한글 연구의 개척자 주시경 선생과 시인 김소월을 배출한 배재대의 이번 결정에 배재대 국문과 재학생과 졸업생, 문학인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수많은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배출하며 국문학의 산실로 자리잡은 배재대 국문과가 폐지된다는 소식에 안도현 시인은 안도현 시인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취업과 거리가 멀다고 국문과를 '굶는과'라고 자조하던 시절에도 학과 폐지는 꿈도 꾸지 않았다."면서 교육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특히 "대학평가를 내세워 예산을 차별 지급하는 교육부의 대학 줄세우기는 미친 짓을 넘어 대학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교육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대 조국 교수도 "여러 대학에서 취업률 낮다고 국문과 폐지. 그래, 그 참에 국사학과도 폐지해라. 100년 후, 아니 50년 후 무슨 꼴이 일어날지 모르는가!"라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국문과가 대학에서 홀대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광운대에서 국문과 폐지 논란이 일어났다가 간신히 살아남았고, 충남 논산 건양대는 수년 전 국문과를 폐지했다. 충북 청주 서원대도 지난해 국문과를 다른 학과와 통폐합했다. 이 대학은 2011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었다. 국문과가 ‘부실대학’ 탈피를 위한 희생양이 된 것이다. 새로 생기는 대학이나 전문대는 아예 처음부터 국문과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문과 폐지 움직임에 네티즌들은 "대학은 지식의 산실인데 언제부터인가 취업을 위한 곳이 돼 버리고 말았다", "민족 문학의 산실이라고 생각한 배재대 마저 저러니까 실망스럽다", "국문과 폐지라니 할 말이 없네" 등 씁쓸하단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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