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구 은행권(구권) 3억4491만장이 아직 회수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이들 화폐의 액면가는 총 1조4432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구권은 현재 도안으로 바뀌기 직전 지폐들이다. 뒷면에 도산서원이 그려진 1000원권, 오죽헌의 5000원권, 경회루의 만원권을 말한다. 현재는 각각 계상정거도, 신사임당 초충도, 혼천의 등으로 교체됐다.

가장 회수가 안된 구권은 1000원권이다. 2억775만장(2077억원)이 시중에 있다. 그다음이 만원권으로 1억994만장(1조994억원)이다. 5000원권(2722만장ㆍ1361억원)도 제법 남았다.

신권 발행 당시 구권 장수를 기준으로 한 미회수율로 봐도 1000원권이 19.4%로 가장 높다. 5장 중 1장을 못 거둬들인 것이다. 5000원권은 16.7%, 만원권은 4.8%다.

1000권과 만원권은 2007년 1월 처음 나왔다. 5000원권은 2006년 1월 선보였으니 각각 6~7년씩 수명을 연장한 셈이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권을 바꾸는 고객을 보면 잊었던 비상금을 들고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간혹 헌 옷 수거업체나 외국인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화재ㆍ침수 등으로 아예 사라진 지폐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총액 1조4000여억원을 국내 인구로 나누면 일 인당 3만원의 구권을 갖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행법상 옛 돈이라도 영구적으로 사용ㆍ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면적이 찢어져 사라지는 등 훼손된 경우엔 교환액이 적어질 수 있다. 2005년 조사된 구권의평균 수명은 1000원권 29개월, 5000원권 28개월, 만원권 68개월이다.

한은 발권국 정상덕 팀장은 “옛 지폐가 생소한 젊은 세대는 거래를 꺼리는 경우가 있고 일부 자판기 역시 신권만 사용 가능하다”며 “경제생활에 제약이 따르는 만큼 가까운 은행에서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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