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비과장광고로 위기에 빠진 현대기아차
▲ 연비과장광고로 위기에 빠진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발생한 ‘연비 과장 사태’에 대해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2일(현지시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곧바로 이를 수용해 연비 표기를 수정하고, 해당 차종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실시하기로 했다. 신속한 대응으로 사태의 확산을 막아 브랜드 훼손을 최소화하고, 도요타의 리콜 사태오 같은 대형 악재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현대·기아차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등 미국내 주요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게재하고 보상프로그램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 미국현지 신문에 실린 사과광고
▲ 미국현지 신문에 실린 사과광고
또 미국 EPA가 연비 조정을 권고한 당일 현대차 북미법인(HMA)에서 자사 딜러들을 대상으로 화상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이날 HMA는 2011~2013년까지 미국에서 판매한 싼타페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쏘렌토 등 13개 차종의 연비를 평균 27mpg(갤런당 마일·11.5㎞/ℓ)에서 26mpg로 1mpg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연비 하향 조정에도 현대차의 평균 연비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또 대상 차종 90만대의 구매자들에게 주행거리와 연비 차이에 따라 평균 대당 88달러(9만6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보상금 총액은 8000만달러(873억원) 규모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도요타가 2009년 가속페달 작동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운전석 바닥 카펫과 매트 결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늑장대응하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1400만대를 리콜하며 경영난에 빠졌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며 “문제가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즉각 수정하는 것이 회사의 브랜드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즉각적인 문제 해결 조치에 대해 현지 딜러들도 안도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현대차를 판매하는 하딘현대의 자레드 하딘 사장은 “현재 차량 주문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 연비 과장 소식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다”며 “본사가 발빠르게 대응해 딜러사들도 안심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주문 취소 사례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 문제는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와 달리 안전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이유는 내부적으로 미국에서 현대·기아차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현대·기아차의 이익이 급증하면서 현대차도 도요타처럼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 측의 이 같은 신중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향후 2차, 3차의 악재가 터져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고연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온 현대·기아차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소비자들에 의한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과 같은 나쁜 시나리오 등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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