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길목에 위치한 터키는 흔히 ‘동·서양이 교차하는 나라’라고 한다. 6·25 참전과 2002년 월드컵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터키는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곳이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마음에 남는 곳이다.

수도인 앙카라는 현대적인 계획도시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터키사람들을 보면 마치 예전 한국의 시골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터키만의 독특한 교통수단인 ‘돌무쉬’를 타보면 더욱 그렇다.

‘돌무쉬(Dolmuş)’는 터키어로 ‘찼다’라는 뜻으로, 버스에 사람들이 다 차야 출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의 마을버스와 비슷한 이 미니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따라 도심 뒷길의 구석구석을 운행하지만, 정류장이 따로 없다. 또 요금함이나 요금을 받는 사람도 따로 없어서 돌무쉬를 처음 타는 사람에게는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다.

돌무쉬를 탈 때는 버스 앞에 적힌 목적지 팻말을 보고 운전기사나 승객에게 본인이 가고자 하는 곳을 지나는지 확인해야 하고, 내릴 때도 큰 소리로 기사를 불러 차를 세운다. 작은 것도 물어보고 확인해야 하지만, 이런 불편한 일을 터키인들은 어느 누구 하나 귀찮아하지 않는다.

차에 탄 후 앞에 앉은 승객에게 차비를 건네면 이 돈이 승객들을 거쳐 운전기사에게까지 전달되고, 운전기사가 한 손으로 운전하며 다른 한 손으로 잔돈을 챙겨 주면 다시 되돌아 뒤로 전달되어 받는다. 한꺼번에 여러 명이라도 타게 되면 이 사람 저 사람 계산이 복잡해지고, 본의 아니게 운전수 옆에 탄 승객이 계산원이 되기도 한다.

▲ 터키의 교통수단 '돌무쉬'
▲ 터키의 교통수단 '돌무쉬'

그런 가운데 서로의 행선지와 사는 곳, 하는 일을 묻고, 행여나 옆 사람이 내리는 곳을 놓칠 새라 혹은 타야 할 사람을 운전기사가 놓칠 새라 대신 소리쳐 버스를 세우기도 한다. 그렇게 도심 속을 누비는 이 미니버스는 지금 우리에게는 잊혀져가는, 예전 시골 장터로 향하던 버스를 닮았다.

돌무쉬에서는 조용히 음악 감상을 하거나 책을 읽기도 힘들고, 차비를 넘겨주고 계산하느라 분주하지만, 서로를 의지해서 목적지로 향하는 즐거움이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 짧은 세상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부족함을 채워가야 하는 ‘돌무쉬 승객’이 아닐까?

(앙카라=심순은)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