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여러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역사적 사실인 동시에, 보편적으로 우리 인간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보여줍니다.

39권으로 이루어진 구약 성경에서 ‘에스더’는 1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며,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에스더입니다. 에스더 성경 1장에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크세르크세스Xerxes 1세)가 나옵니다. 그는 127개 도로 이루어진 광활한 페르시아 제국을 다스리는 왕으로, 즉위한 지 3년째 되는 해에 수산Shushan 궁에서 큰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제국의 장수들, 각 도의 귀족들과 방백들이 다 참석했고, 잔치는 180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아하수에로 왕은 잔치가 끝난 뒤 수산 성에 사는 백성들을 위해 다시 왕궁 후원 뜰에서 7일 동안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이때 왕후 와스디도 부녀들을 위해 왕궁에서 잔치를 했습니다.

일러스트 안경훈
일러스트 안경훈

포로로 잡혀와 왕후가 된 에스더

잔치 마지막 날인 7일째, 술을 마시고 기분이 아주 좋아진 아하수에로 왕이 일곱 내시에게 명했습니다.

“너희는 왕후 와스디에게 가서, 왕후에게 ‘왕후의 관을 쓰고 왕 앞에 와서 뭇 백성과 방백들에게 그 아리따움을 보이도록 하라’고 전해라.”

잔치에 참석한 사람들이 왕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더 기뻐하게 해주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내시에게 왕명을 전해 들은 왕후 와스디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이 베푼 잔치에 온 부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시들로부터 그런 상황을 전해 들은 아하수에로 왕이 진노했고, 사례를 아는 방백들에게 물었습니다.

“왕후 와스디가 왕명을 좇지 아니하니, 규례대로 하면 어떻게 해야 하오?”

가장 높은 일곱 방백 가운데 하나인 므무간이 대답했습니다.

“왕후 와스디가 왕에게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각 도의 방백들과 백성들에게도 잘못 하였나이다. 왕이 청하여도 왕후가 오지 않은 일이 이 나라의 부녀들에게 알려지면 저들도 남편을 멸시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많은 남편들이 분노하고 나라는 어지러워질 것입니다. 만일 왕이 선히 여기신다면, 왕후를 폐위하고 그 자리를 저보다 나은 사람에게 주소서. 그러면 모든 부녀가 그 남편을 존경할 것입니다.”

왕과 방백들이 므무간의 말을 좋게 여겨, 아하수에로 왕은 그 말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와스디를 폐위시키고 그 자리에 새 왕후를 뽑기 위해 전국에서 아리따운 처녀들을 수산 궁으로 모았습니다.

그때 수산 성에 ‘모르드개’라는 유대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공격으로 유대가 패망할 때 포로로 사로잡혀 끌려왔습니다. 함께 끌려온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사촌 여동생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사촌 오빠인 모르드개의 돌봄 아래 성장했습니다. 용모가 아리따운 에스더가 왕후 후보로 뽑혀 왕궁으로 갔습니다. 그 날 이후 모르드개는 날마다 왕궁으로 가서 에스더의 안부를 알고자 했습니다.

처녀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향품 등으로 몸을 단장한 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요청해서 자신을 꾸민 후 왕 앞에 섰습니다. 에스더는 기본적으로 받는 것 외에 다른 것을 구하지도 않고 단장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사랑스럽게 보았습니다. 아하수에로 왕도 에스더를 사랑해 왕후로 선택했습니다. 와스디가 미모가 빼어난 왕후였다면, 에스더는 사랑스러운 왕후였습니다. 에스더가 왕후가 된 후로도 모르드개는 대궐 문 앞에 가서 에스더와 소식을 주고받았습니다. 에스더는 왕후가 된 뒤로도 모르드개의 이야기를 듣고 따랐습니다.

죽이려고 하는 하만과 살리려고 하는 에스더

그 후 아하수에로 왕이 ‘하만’의 지위를 높여 모든 대신들 위에 두었습니다. 하만이 지나가면 신하들이 다 무릎을 꿇고 절했습니다. 대궐 문 앞에 있던 모르드개만 무릎을 꿇지도 않고 절하지도 않았습니다. 옆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하라고 말했지만, 모르드개는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밝히고 그냥 있었습니다. 화가 치밀어오른 하만은 모르드개만 죽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 그의 민족인 유대인을 다 죽이려 했습니다.

하만은 왕에게 나아가, 나라의 법도를 따르지 않고 자신들의 법도로 사는 유대인들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모두 진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왕이 그렇게 하라고 허락해, 하만이 왕의 이름으로 ‘12월 13일에 모든 유대인을 죽이고 재산을 탈취하라’는 조서를 쓴 뒤, 왕의 반지로 도장을 찍어 각 도로 보냈습니다.

조서가 반포되자 유대인들이 음식을 끊고 통곡했습니다. 이때 모르드개가 왕후를 섬기는 내시 하닥을 통해 에스더에게 ‘왕에게 나아가 유대인을 위해 간구하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에스더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다 알거니와, 왕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안뜰로 들어가 왕 앞에 가면 누구든지 죽임을 당합니다. 왕이 그 사람에게 금홀金笏을 내밀어야 살 수 있습니다. 왕이 나를 찾지 않은 지 30일이나 되었으니… 내가 왕에게 가지 못합니다.”

모르드개는 ‘네가 왕후가 된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니겠느냐?’ 하면서 왕에게 나아가라고 했고, 에스더는 3일을 금식한 뒤 ‘죽으면 죽으리라’ 하는 마음으로 어전에 갔습니다. 에스더가 안뜰로 들어가자, 보좌에 앉아 있던 왕이 왕후를 보고 깜짝 놀라 얼른 금홀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왕후 에스더여, 그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뇨?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노라.”

왕후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무엇을 구하려고 자신을 찾아왔는지, 왕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목숨을 내놓고 자신에게 찾아온 왕후가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에스더는 아하수에로 왕에게 자신이 준비한 잔치에 하만과 함께 와 달라고 했습니다. 왕이 하만을 급히 불러 잔치에 가서, 왕후의 바라는 바가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에스더는 다음날 한 번만 더 하만과 함께 잔치에 오면 그때 원하는 것을 말씀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일러스트 안경훈
일러스트 안경훈

그날 밤, 왕이 ‘도대체 왕후에게 무슨 일이 있기에 목숨을 내놓고 나를 찾아왔을까?’하고 생각하다가 잠이 오지 않아서 신하에게 ‘궁중 일기’를 읽게 했습니다. 그 내용 중에 ‘왕궁 문을 지키던 두 내시가 왕을 죽이려고 모의한 것을 모르드개가 알고 고발해 사전에 막았다.’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르드개에게 아무런 상도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왕은 상을 하사하려고 밖에 신하가 있는지 찾았습니다. 마침 하만이 모르드개를 죽이려는 일을 왕에게 청하려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왕이 하만을 불러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왕이 존귀하게 해주고 싶은 사람에게 어떻게 하여야 하겠느뇨?”

하만은 속으로 ‘그 사람이 나 외에 누구리요?’ 생각하고 대답했습니다.

“그에게 왕복을 입히고, 왕관을 씌우고, 왕이 타시는 말에 태워 성중 거리를 다니며, 가장 높은 방백이 앞서 가며 ‘왕이 존귀하게 하기를 기뻐하는 사람에게는 이와 같이 할 것이라!’ 하게 하소서.”

하만의 대답에서, 왕의 자리에 앉고 싶어하는 그의 속마음이 드러났습니다. 왕은 그 사실을 덮어두고 “네가 말한 그대로 모르드개에게 행하라.” 했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왕이 하만과 함께 왕후가 준비한 잔치 자리에 갔을 때 에스더가 바라는 바를 말했습니다.

“왕이시여, 내 생명과 내 민족의 생명을 나에게 주소서. 나와 내 민족이 진멸을 당하게 되었나이다.”

왕이 깜짝 놀랐습니다.

“감히 이런 일을 마음에 품은 자가 누구뇨?”

“바로 하만입니다.”

이 일로 결국 하만이 죽임을 당합니다. 그리고 아하수에로 왕은 모르드개를 세웠고, 죽을 뻔했던 유대인은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왕국과 같은 우리 마음에서도

에스더 성경은 페르시아 제국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마음도 왕국과 같습니다. 아하수에로 왕이 처음에 미모가 빼어난 와스디를 왕후로 삼고 뛰어난 하만을 높였던 것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보다 잘났거나 뛰어난 것들을 마음에 세우고 삽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 자기 뜻대로만 행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하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짓밟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날카롭고 불안해집니다. 와스디와 하만이 물러나고 순종하는 에스더나 참된 모르드개가 세워진 것처럼,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는 아름다운 태도나 어렵더라도 진리대로 행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그 삶은 밝고 평안해집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당할 때, 하나님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두셨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걸을 때 행복해집니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서 마음의 세계를 연구해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마인드교육으로 집대성하였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신기한 마음여행》, 《마인드교육:원론과 사례연구》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6권과 신앙서적 67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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