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봉사여행, 굿뉴스코

사람마다 지난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일기나 기록을 확인하는 사람도 있고,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보는 이도 있다. 하지만 함께 여행을 다녀온 사람과 만날 때, 추억의 깊이는 가장 짙어지기 마련이다. 1년간 해외에서 뜨겁게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들은 저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봉사단이 설립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네트워크의 짜임새는 더 촘촘해지고, 그 영역은 넓어졌다. 추억 나누기를 넘어 개인과 사회에 변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활동한다는데, 손기석 굿뉴스코 총동문회 회장을 만나 더 구체적으로 들어본다.

해외봉사를 다녀온 선배와 후배가 만나는 시간을 자주 갖나요?

맞습니다. 일 년에 2회 정도 전국 동문이 한자리에 모이는 총동문회가 있고요. 지역별로도 정기 모임을 진행하는데요. 서울지역의 경우는 매주 1회 만나고 있습니다. 정기모임 이외에도 사는 곳이 가까운 동문끼리 자유롭게 모여서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국내에 계신 굿뉴스코 지부장님을 찾아가 응원의 메시지를 듣기도 해요. 선배 동문들이 후배 단원들의 워크숍에 참석해 자신의 체험담도 발표하고, 학업이나 사회생활에 조언해 주기도 합니다. 또한 국가별, 대륙별 동문들끼리 모여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특히, 지난해부터 온라인 중심 모임에서 벗어나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대면 모임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정기 동문 모임이 진행된다. 이들은 언제 만나도 반갑다.
지역별로 정기 동문 모임이 진행된다. 이들은 언제 만나도 반갑다.

자주 모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은 현재까지 95개국에 총 9,571명을 파견했어요. 동문이 매우 많이 있죠. 저는 동문회가 선배들, 후배들, 그리고 저 모두를 위한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넓게 문을 열어 두려고 해요. 언제든지, 누구든지 그 시절의 따뜻한 품이, 마음껏 꿈꾸던 날이 그리울 때면 여기에 와서 힘을 얻고 용기를 얻기를 바랍니다. 모임의 종류마다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해지길 바라는 메시지는 늘 같았어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받았던 사랑을 헤아려보자. 그리고 곁에서 언제나 함께하려는 선배가, 후배가 있다. 그때 그 시절처럼 꿈을 꾸며 살자.’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큼은 피터팬처럼 살자.’라는 말로 들립니다.

저는 대학생 때 아프리카 케냐로 해외 봉사를 다녀왔는데요. 귀국 후에도 동문들과 함께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갔어요. 하지만 대학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서울로 취업한 후에는 주변을 거의 돌아보지 못했어요. 제 마음에 여유가 없었거든요. 살다가 문제를 만나면 혼자서 그 안에 들어가 괴로워했어요. 답답했고, 마음의 갈증이 풀어지지 않았죠. 그러던 중 우연히 서울 지역 동문회 모임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호기심에 참석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꼭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랄까요? 각자 다녀온 나라도, 시기도 다른데 꼭 오래 알던 사람처럼 마음이 편안했던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시작한 동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각자 어려움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걸 보며 위로를 얻었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기도 했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서 동문회 활동을 시작했어요. 신기한 건, 동문회와 함께하다 보니 중년을 바라보는 제 나이에도 제가 끊임없이 ‘꿈’을 꾸며 달려가고 있다는 거예요.

대구 지역 동문들이 모여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문화 교류 행사를 열었다.
대구 지역 동문들이 모여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문화 교류 행사를 열었다.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사실, 제가 저를 보면 후배를 사랑할 수 있는 넓은 품을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특별히 큰 포부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요. 그런데 후배들에게는 마음껏 도전하라고 권하면서 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살기도 빠듯하니까’, ‘직장이 바쁘니까’와 같은 이유로 못한다고 하는 것이 모순적이더라고요. 그래서 현실만 바라보던 눈을 조금 감고, 딱 그만큼만 꿈을 꿔봤어요. 굿뉴스코 단원들이 더 행복해질 방법을 고민해 보는 거죠. 그때 주변을 보니 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 명, 두 명, 열 명, 스무 명… 많더라고요. 그들과 함께하다 보니 정기 동문회 접수 시스템을 달리하는 작은 일부터,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거나, 취업 고민을 덜어주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까지 정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는 거예요.

최근에는 서울지역 청년 동문을 위한 기숙사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꿈을 가졌어요. 함께 연결되어서, 힘을 얻고 싶은데 사는 곳이 너무 멀어서 만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지난해, 불가능할 것 같았던 그 꿈이 많은 분의 지원과 성원 아래 이루어졌습니다.

매해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전한다. 사진 맨 앞줄 다섯 번째가 손기석 회장.
매해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전한다. 사진 맨 앞줄 다섯 번째가 손기석 회장.

많은 이들이 동문회 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신기한 건, 이런 일을 하면서 오히려 저희가 더 큰 에너지를 얻어요. 저희를 돕고 싶어 하는 분들, 굿뉴스코 단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제 마음에도 온기가 가득해집니다. 특히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설립자 목사님을 만나면 굿뉴스코를 다녀온 단원들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요. 그렇게 되면, 그들이 자연스레 주변을 밝히고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질 수 있다고 믿으시죠.

일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나 장애물을 만나기도 해요. 때론 제 개인적인 삶의 문제를 겪을 때도 있죠. 그런데 동문회의 꿈이 하나하나 이뤄지고, 실현되는 걸 보면서 ‘내 일 또한 그렇게 되겠다’라는 긍정의 믿음이 생겨요. 그렇게 믿으면 실제가 되고요. 저는 지금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언젠가는 후배 동문과 함께 일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큰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꿈을 꿉니다.

굿뉴스코 동문회는 새학기를 맞아, 봉사단 모집과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홍보 포스터가 돋보이는 커피 밴을 몰고 전국을 다닐 예정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소한 일부터 규모가 아주 큰 프로젝트까지 그들의 ‘네트워크’는 그들의 영역에 한계를 짓지 않고, 꿈을 향해 함께 달려가고 있었다. 이런 동문들이 함께라면, 여행 후에 펼쳐지는 일상도 특별해지지 않을까. 마치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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