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주변에서 멋진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을 본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사실 그들은 특출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실행력’으로 승부한다. 새로운 일 년을 시작하며 이제 다른 준비나 다짐보다 ‘실행하는 힘’에 초점을 맞춰보자.

“뭐라도 좀 하세요!”

작년 12월《시대예보》라는 책을 쓴 작가의 강의에 참석했다가 들었던 말이다. 작가는 당시 이슈가 되었던 책과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이 작품 보신 분?”, “이거 해보신 분?”을 묻는 질문에 객석은 손드는 사람 없이 자꾸만 조용했고 그는 장난치듯 호통을 쳤다. 실제로는 해봤지만 손을 안 든 사람도 있을 있을 것이고 정말 안 해봐서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었을 거다. 나는 후자였기 때문에 작가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서울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긴 했지만 흘러가게 뒀을 뿐, 직접 뛰어들어서 해보지 않는 내 모습을 자각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이 문장이 마음속에 계속 떠다녔다. “뭐라도 좀 하세요!”

지인의 베이킹 도전

연초에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 작년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올해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오븐이 있는 집에 이사를 가면서 취미로 베이킹을 해보게 됐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빵과 쿠키를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서 점점 디저트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작년 동네에서 진행하는 플리마켓(야외에 미니 점포를 펼치고 물건을 판매하는 행사)에 처음 신청을 해봤단다. 직접 디저트 판매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전까지 식품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처음 신청했을 때는 많이 어설프기도 했지만 계속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일단 플리마켓 소식이 들리면 신청 먼저 해두고 그 다음에 준비를 하는 식으로 해서 작년 한 해 동안 총 5번의 플리마켓에 참여했단다.

사진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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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장에서 판매를 해보면서 손님들의 반응을 보았고 의견도 얻을 수 있었다. 주변 점포 사장님들로부터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플리마켓을 방문한 디저트 업계 전문가로부터 귀한 조언을 얻기도 했다. 그는 요즘 인기 있는 카페를 방문하고 분석해 보면서 자신의 디저트 브랜드 방향도 더 잡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 사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때였지만 그는 일단 기회가 보일 때마다 신청했고 그렇게 마켓에 나가는 것 자체가 배움의 장이 되었다. 그는 현장에서 체험한 것들을 적용해서 올해 봄 디저트 사업을 론칭한다고 했다.

우리가 만난 그날도 그는 새로운 맛의 디저트를 구우며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뭐라도 하세요!”라는 작가의 호통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무언가 바라는 것이 생기면 시간, 비용, 가능성 등을 따져가며 계산을 해보고 해 볼 만하다 싶은 것을 시작하곤 했다. 계산을 해보다가 내키지 않는 부분이 보이면 마음을 접었다. 새해가 되어 혹은 특별한 계기를 만나 뜨거운 마음이 일었다가도 ‘자, 봐봐. 지금 이걸 하려면 이런저런 기회비용이 있는 상황이야. 정말 그 정도로 하고 싶어?’라는 자체 검열까지 무사히 넘어간 대상은 많지 않았다. 손해 보기 싫은 마음, 실패하기 싫은 마음 때문에 일단 뭐라도 해보는 것 자체에 인색했다.

셈을 멈추고 한 걸음 내딛기

지인의 흥미진진한 ‘실행’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마음을 바꿨다. 잘 몰라도, 잘 못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하고 싶거나 관심 가는 게 있다면, ‘이건 어떨까?’, ‘잘 안 되면 어쩌지?’하는 셈을 멈추기로 했다.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것을 그냥 툭 시작해 보면 되는 거였다. 일단 행동을 하다 보면 원래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을 마주하며 기존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고, 그다음 단계로 빠르게 넘어갈 수도 있다. 앉은 자리에서 책만 열심히 보고 준비할 때는 절대 보이지 않지만 일단 일어나 출발해 보면 그제야 마주할 수 있는 현장의 장면들이 있다.

우리는 무언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주변에 크고 작은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대부분 ‘실행’에 부지런했던 자들이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때 시작해서 큰 실수 없이 해내 보이려는 마음 말고, 잘 모르는 초보자의 상태로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된다. 한 걸음 내딛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내가 서 있는 풍경은 달라지고 변화가 시작된다.

‘실행’을 위한 한 가지 팁이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이미 성공한 주변 사람을 찾아가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면서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구체적인 가이드를 얻을 수 있고 실행할 힘도 따라온다. 주변에 물어볼 만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연락해서 만남을 청해보자.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다양한 SNS를 통해 연결해 보는 방법도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힘 그리고 연결

“인생에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온다네.”

생텍쥐베리의 책 《야간 비행》에 나오는 문구다. ‘실행’의 힘을 느껴가던 중 만난 이 문구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얻었다. “인생에 쉬운 길이란 없다. 일단 실행해 볼 뿐. 직접 부딪치다 보면 뭐라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실행을 위해 중요한 건 ‘연결’이라는 점도 잊지 말자. 주변에 계속해서 실행하는 삶을 사는 사람을 가까이 두자. ‘나랑은 다른 사람’이라며 선을 긋지 말고 가서 묻고 배우자. 앞서 간 사람들의 행동하는 힘을 따라 하다 보면 우리의 2024년은 좀 더 흥미진진한 날들로 채워질 것이다.

글쓴이 조민지

90년대생 9년차 기업 커뮤니케이터.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서 공부하고 L사, C사에서 실무를 배웠으며 현재 H사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 구성원 간의 ‘더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답을 찾으면서 그는 배우는 설렘과 소통하는 기쁨을 쌓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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