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리 컨설팅 전문가, 정희숙

드라마에 나오는 깨끗하게 정리된 집안을 보면 힐링이 될 정도다. 우리 집도 카페가 따로 없을 정도로 멋지게 정리하고 가꾸고 싶지만 쉽지는 않다. 정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버리는’ 것도 결정하려면 골치부터 아프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에 쏙 들게 정리를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최고의 정리 전문가이자 방송 섭외 1순위인 정희숙 컨설턴트가 정리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답해준다.

정희숙‘정희숙의 똑똑한정리법’ 대표이자 한국정리컨설팅협회장. 직접 발로 뛰고 다양한 형태의 집을 돌아다니며 정리 노하우를 쌓았다. 출연한 프로그램만 매년 수십여 개에 달하며, 최근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인물사진 본인제공
정희숙‘정희숙의 똑똑한정리법’ 대표이자 한국정리컨설팅협회장. 직접 발로 뛰고 다양한 형태의 집을 돌아다니며 정리 노하우를 쌓았다. 출연한 프로그램만 매년 수십여 개에 달하며, 최근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인물사진 본인제공

정리가 왜 필요할까요?

우리가 집에서 하는 정리는 물건과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에요. 정리는 물건을 버리고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가야 할 곳을 정해주는 것이죠. 물건의 집과 주소지를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할까요? 즉, 어떤 물건이 정해진 위치에 놓여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입니다. 책과 문서와 문구류가 책상과 책장을 만나면 서재가 되고, 옷과 이불과 가방들이 모이면 드레스룸이 되고, 화장품과 헤어용품이 모이면 화장대가 되는 것처럼 그렇게 공간은 목적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정리를 하면 물건을 찾는 데 걸리는 불필요한 시간이 줄어들어요. 찾지 못해서 다시 사게 되는 소비도 줄어들므로 돈 낭비도 줄어들고요. 물건이 많은 사람들과 정리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가구와 공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큰 집이 필요해져서 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요. 결국 공간이 낭비되는 결과를 얻죠.

정리를 하면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정리를 하면서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하는 반복을 통해 결단력도 생기고, 선택한 물건에 대한 애정도 생깁니다. 결국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물건은 무엇인지 발견하게 돼요. 다시 말해, 정리를 하면서 나를 만난다고 할 수 있어요.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소비를 절제할 줄 알아요. 버리는 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신중한 소비가 이루어지죠. 물건을 스트레스 푸는 대상으로 사용하는 일이 없어서 나에게 맞는 물건을 잘 선택하기 때문에 낭비가 오히려 줄어듭니다.

사진제공 정희숙

정리가 삶에 많은 영향을 주네요. 정리가 우리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정리가 되지 않은 환경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가족 관계까지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서로 정리하지 않는다고 다툼도 생기게 됩니다. 게다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 똑같은 물건을 또 사게 되고, 또 산 물건은 넣어둘 곳이 없다고 가구를 부수적으로 사서 결국 살림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반면에 정리를 하면 자연스럽게 집에서의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므로 여유가 생깁니다.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돈도 낭비되지 않고요. 공간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집이라는 공간은 편안한 쉼과 휴식의 공간이 되며,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됩니다. 내가 주인으로서 내 물건을 통제할 수 있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일상이 인생이기 때문에 정리를 통해서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게 되죠.

거실 정리 전후의 모습.    같은 공간이라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사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정리가 잘된 거실은 휴식 공간이자 가족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활용하면서 가족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제공 정희숙

정리는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네요. 정리 컨설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저는 마흔 살에 정리 컨설턴트를 시작했어요. 새로운 일을 하기엔 늦은 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혼 후 살림만 하다가 용기를 내서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마땅히 일할 곳이 없었어요. 아이들도 어리고 제약이 너무 많았거든요. 제가 못하는 게 너무 많았죠. 처음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저는 천성적으로 물건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을 싫어했어요. 내가 정리를 잘하는 사람인지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몰랐고요. 하루는 조카가 “이모, 정리하는 직업이 있대. 한번 알아봐.”라고 했는데, 이 한마디가 저를 ‘정리’라는 세계로 이끌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정리가 무슨 직업이야.’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 일을 할수록 정말 행복했어요.

행복을 주는 직업을 가지게 되셨네요.

정리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남편과의 사별 후 우울증으로 집 밖에도 나가지 않던 주부, 내면의 허기증 때문에 쇼핑중독에 걸린 여성, 아이들을 키우느라 여력이 없어 본인조차 돌볼 기운이 없던 엄마 등 다양했어요.

처음엔 심하게 어지럽혀진 집에 가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해놓고 사나 안타까웠는데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 어느새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공감하게 되었어요. 가끔은 정리하러 갔다가 의뢰인의 손을 잡고 한바탕 엉엉 울기도 하죠. 누구든지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리된 공간을 꿈꾸죠. 어느 누가 지저분하게 해놓고 살고 싶겠어요? 그러나 나름의 이유로 집을 방치하다 보면 순식간에 온갖 물건들이 공간을 점령하고 말아요. 집의 주인이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 돼버리는 것이죠.

정리를 마치고 나면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정리를 하고 새롭게 변한 공간에 살면서 삶의 생기와 활력이 생겼다고요. 그것은 원래 그들 안에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잠시 잊고 지냈던 것이죠. 다만 정리를 통해서 다시 되살려 낸 것이고요. 이렇게 정리를 잘해두는 것만으로도 삶의 행복은 몇 배나 늘어나요. 삶이 정돈될수록 집도 정리되는 셈입니다.

아이 공부방 정리 전후 모습을 보자. 어느 공간에 머물고 싶겠는가. 깔끔한 공간을 유지하려면 물건은 사용 후 제자리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매일 5분씩이라도 방 정리 하는 습관을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 사진제공 정희숙

정리를 해준 집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소개해주세요.

얼마 전 3인 가족이 사는 집을 정리했습니다. 대학생 아들로부터 ‘저희 집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너무 힘듭니다.’라는 메일을 받고 상담을 진행했어요. 아버지는 사업이 바쁘셔서 밤늦게 들어오시고, 어머니는 갱년기라서 매일 외출을 하신대요. 집안 곳곳에 쌓여 있는 물건들과 아들 옷장에까지 걸려 있는 어머니 옷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직접 방문해 보니, 그 집은 거의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아들은 학생이라 경제적 능력이 없는 까닭에 의뢰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고민이 많았대요. 결국 부모님을 설득하고 다시 재상담을 진행하면서 집 정리를 할 수 있었어요.

정리하는 날, 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도와주었어요.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손을 댈 수 없어 집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고 정리가 되지 않으니까 집에 있기 싫어서 외출을 한 것이라고요. 사실은 정리를 하고 싶었다면서 이제 너무 속이 시원하고 홀가분하다고 하셨어요. 정리 후에는 우리 아들이 효도했다며 좋아하셨죠.

정리를 하면 가족 분위기도 좋아지겠어요.

그럼요. 한 달이 지난 후 아드님이 제게 사진을 보내셨어요. 사실 아버지도 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자주 일 핑계로 늦게 들어온 적이 많았는데 집에 내 공간이 생겨서 쉴 수 있다고 하셨대요. 가족 모두 생활이 바뀌고 함께 요리도 하게 되었다면서 저녁 식탁을 찍어서 보내주셨어요. 감동이었습니다. 정리 후 집을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좀 더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가족 관계가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정리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정리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원칙들이 있을 것 같아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네. 기본을 알면 정리하기가 쉽습니다. 정리를 시작하다가도 금방 지치는 이유가 정리의 단계를 생각하지 않고 두서없이 진행했기 때문이에요.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정리의 3단계’에 따라 진행해야 해요.

1단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다. 침실이나 아이들 방이 아니라 베란다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보통 베란다에는 몇 년 전에 쓰고 남은 도배지부터 누군가에게 주려고 했던 것, 아이들이 크면서 쓰지 않게 된 것, 몇 번 쓰지 않은 가전제품 등 이런 물건이 있었던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온갖 물건이 들어 있어요. 결단력을 발휘해서 버릴 물건은 과감히 버리세요. 그래야 집안을 정리한 후 필요한 물건들을 넣을 수 있어요. 베란다에는 사용은 하되 빈도가 떨어지는 물건이나 계절성 제품들,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서 부피가 큰 물건을 보관하는 게 좋아요.

2단계,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을 향해 간다. 공간마다 목적을 정하고 가장 큰 가구부터 시작해서 작은 가구로 정리를 하고, 가구 안에 들어갈 물건은 가장 나중에 정리하세요. 그래야 공간의 틀이 잡히고 들어갈 물건도 정할 수 있어요. 가구를 배치할 때는 공간의 목적에 맞게 해야 해요. 부부 침실에 큰 책장을 들여놓기도 하고 심지어 화장대가 주방에 있는 집도 있어요.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공간의 중심이 되어야 할 물건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순간, 방이라는 개념 자체가 깨져요. 가구를 구입할 때는 항상 공간을 먼저 생각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고 가급적 작은 것으로 사는 것이 좋아요.

3단계, 공간별이 아니라 물건별로 정리한다. 그래야 한 번 정리한 후 며칠이 지나도 다시 흐트러지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옷을 정리한다면 집안의 옷은 물론 세탁소에 맡겨 놓은 옷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은 후 이 옷이 어느 장, 어느 자리로 들어가야 하는지 결정하세요. 지금 당장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아이들 물건이나 남편의 취미용품이 안방, 거실, 주방까지 나와 있을 것입니다. 이 물건들도 모두 꺼내놓고 물건에 맞는 장소로 이동시키세요.

큰맘 먹고 정리를 해도 얼마 지나면 다시 물건이 여기저기 쌓이는데요.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먼저, 물건은 사용 후 제자리에 두세요. 손톱깎이는 거실장 두 번째 서랍, 약은 거실장 첫 번째 서랍에 두기, 이렇게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한 달에 한 번 버리는 날, 냉장고 비우는 날 등을 정하세요. 이것은 개인 상황에 맞게 정하면 됩니다. 세 번째, 하루에 5분이라는 시간을 정해서 정리하세요. 한 가지 종류에서 한 가지만 정리하면 됩니다. ‘모으기 - 구분하기 - 버리기 - 수납하기’가 정리의 큰 순서입니다. 하루에 5분을 투자해서 모으기 한 종류를 끝냈다면, 다음 날에도 하루 5분을 투자해서 구분하기를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세요. 예를 들어, 하루 5분은 의류 - 패딩 - 꺼내기(재고조사), 하루 5분은 꺼내기 - 입어보기, 하루 5분은 버릴 것과 남길 것 구분하기(결정하기), 하루 5분은 책을 자기계발·여행·건강·언어 등 같은 분야끼리 모으기, 이렇게 각자의 생활 방식과 상황에 맞게 한 가지 작업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리에 자신 없다는 사람, 물건을 버리지 못해 쌓아두는 사람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물건을 버린다.’라는 생각과 죄책감은 버리세요. 물건을 버리는 일은 손해 보는 일이고 낭비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버리는 것은 진짜 중요한 것을 갖기 위해서 덜 중요한 것을 줄이는 일이니까요. 물건에 집중해서 생각하지 말고, 물건을 쌓아두는 공간이 진정 아깝다는 생각을 먼저 해보세요. 1평에 몇천만 원이 되는 공간의 가치는 어마어마합니다. ‘우리 집이 1평에 얼마지?’ 잊지 마세요!

바쁜 학생이나 직장인을 위한, 쉽게 정리하는 비법이 있을까요?

그 비법은 내가 통제할 수 있을 만큼의 재고 수량을 제한해서 유지하는 것이에요. 물건은 1개씩만 있어도 되는 것이 많아요. TV, 냉장고, 노트북, 세탁기, 에어컨 등 이런 가전제품들만 1개씩 있으면 되고, 운동화, 가위, 볼펜, 안경, 지우개, 줄자 등은 싸니까 여러 개 가지고 있어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바쁠수록, 정리가 익숙하지 않을수록 재고 수량을 줄이면 정리를 훨씬 쉽게 시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꼭 기억할 것이 동선입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지?’ 하며 방황하지 않도록, 사용하는 장소에 그 물건을 두세요. 책장에는 책, 책상에는 문구류, 화장대에는 화장품 이렇게 공간의 목적과 가구의 목적에 맞게 물건의 위치를 정해주세요.

정리되지 않은 지저분한 집에는 들어가기 싫지만, 정리된 서재에서는 책을 읽고 싶고 정리된 부엌에서는 요리가 하고 싶고 정리된 침실에서는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 정리된 거실과 주방에서는 온 가족의 웃음과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리를 하면 우리 삶이 편안하고 쾌적하고 행복이 넘쳐난다. 정리에 대해 알고 배울수록, 우리가 정리해야 될 물건은 우리 마음 상태와 똑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갈 곳을 잃었거나 쓰이지 못하고 여기저기에 박혀 있는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물건의 제자리를 찾아주고 버려야 할 것들은 과감히 버리자. 내 마음이 홀가분하고 즐거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리의 힘이다.

도서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가나출판사 10년 동안 2천여 개의 집을 정리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집약한 책. 다양한 사례와 함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공간별 정리 방법들이 가득하다.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도록 제대로 된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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