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④

새로운 해가 떠올랐습니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참 좋은 날이죠. 이탈리아 작가 체사레 파베세는 ‘세상의 유일한 기쁨은 시작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매일 아침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 배달되는 셈입니다. 1월에는 독자들이 경험했던 새로운 출발,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둘째 딸은 생후 5개월부터 온몸에서 아토피가 쏟아져 나왔다. 보습으로 어찌 해볼 정도를 넘어서 고름과 피가 넘쳐흐르고, 거무튀튀한 피딱지가 들러붙었다. 아이는 항상 가려워서 긁고 울었다. 혼자 있으면 사정없이 긁어 댔기에 항상 안고 있어야 했고, 밤에는 가려움이 더 심해져 5번, 6번… 10번씩 깨서 울며 잠을 자지 못하였다. 매일 아침을 피 묻은 옷과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얼굴과 몸을 씻기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절망으로 가득 차 있던 그때 기적처럼 아토피를 깨끗이 치료할 수 있는 길을 만났고, 곧바로 치료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거짓말처럼 그 심하던 아토피가 온데간데없이 깨끗하게 나았다. 딸이 보통의 아이들과 똑같은 일상을 시작하게 된 때이다.

2023년은 어느 해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렇지만 많은 일들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하나, 둘, 셋 실패가 모일수록 그 옆에는 ‘나는 안돼’라는 생각이 함께 기록되었다. 그때까지 나는 모든 일을 ‘내 생각’과 ‘내 느낌’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그날의 좋고 나쁨은 ‘내 기분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투머로우 매거진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그토록 중요시했던 내 생각과 느낌이 늘 옳지는 않으며, 틀릴 가능성이 더 많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엉터리 기준을 갖고 내 삶을 평가해도 괜찮은 걸까?’ 지금껏 어리석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 일을 다시 떠올려봤다. 딸의 아토피를 보며 처음에 내가 가졌던 것은 절망과 저주였다.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정말 낫기는 할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헤집고 다녔었다. 그런데 당시 ‘고통’이라고 이름 지었던 그 일은 결국 우리 가족에게 깊은 ‘감사’를 깨닫게 했다.

어느덧 2023년이 지나가고 2024년 새해가 다가왔다. 새해에는 내가 보고 느끼는 기준을 내려놓고 싶다. 새로운 기준선을 긋고 싶다. 멘토의 이야기를,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삶의 기준으로 삼고 싶다. 나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새로운 기준을 갖고 시작하고 싶다.

글쓴이 | 이경원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희망을 주는 활동에 관심이 많으며,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사업가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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