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①

새로운 해가 떠올랐습니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참 좋은 날이죠. 이탈리아 작가 체사레 파베세는 ‘세상의 유일한 기쁨은 시작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매일 아침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 배달되는 셈입니다. 1월호에는 독자들이 경험했던 새로운 출발,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갓 대학생이 되어 부푼 꿈을 안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때였다. 그땐 내가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던 중 유튜브를 통해 ‘윌리엄 맥레이븐William McRaven’이라는 미국 해군 대장의 연설을 들었다. “여러분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부터 개어주세요.”라는 메시지였다. ‘이불을 갠다고 세상을 바꿔?’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렸다. 자연스레 그 말이 잊혔고, 내가 보기에 크고 중요한 일들에 집중하며 지냈지만 내 바람과 달리 하는 일마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결국, ‘될 대로 돼라.’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지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군에 입대하는 날이 되었다. 군대 훈련소에서 들어서며, 남들보다 훈련을 잘 받고 싶었다. 하지만 첫날 아침, 조교가 생활관 점검을 하던 중 제대로 개어져 있지 않은 내 이불을 보곤 혼을 냈다. 이튿날엔 청소 상태를 지적받았고, 사흘이 되던 날에는 복장이 불량하다고 한 소리를 들었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이불 정리와 청소 등에 엄격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난 기본적인 것들은 어느 정도껏 신경 쓰고, 사격이나 각개전투 같은 중요한 훈련만 잘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얼마 후, 중대장님 연설을 듣다가 그 의문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전시를 대비한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이불 정리와 청소 그리고 복장 정돈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큰일도 해낼 수 없습니다.” 그제야 나는 오래전에 들었던 해군 대장 연설이 떠올랐다. 동시에 생활관에서 혼났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아, 내가 작은 일에도 마음을 쓰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정말 중요하고 급박한 상황을 만날 때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겠구나.’

그렇게 2년이 흘렀고, 훈련을 마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전의 생활과는 조금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불 개기’였다. 일어나서 곧바로 이불을 정리했다. 그것도 아주 정성을 들여 이쁘게 말이다. 사실 1분만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전에는 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때론 귀찮고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 동안 꾸준히 이불을 개니 작은 성공에 대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신기한 점은, 이불 개기에 점점 익숙해 지면서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아침에 주변 청소도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했다. 어느 날은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물론, 계획을 실천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불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곤 개어져 있는 이불을 보며 다시 원동력을 얻었다. 그렇게 아주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이어 했는데, 약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예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전에는 게으름, 무기력함에 빠져 있었다면 지금은 ‘이불 개기’를 발판 삼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삶을 산다.

원하는 과에 편입했고, 해외봉사 등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친구들과 의류 사업도 시작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부터 개라.’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때문에, 나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권한다. “이불 개기부터 시작해 보면 어때?”

글쓴이 | 허승주

동아대학교에서 식품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도전을 통해 그는 미래를 이끄는 생명과학연구원이 되길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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