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의 시작 앞에서 모두가 다짐과 계획을 세운다. 또한 지난해에 부족함을 느꼈던 부분을 더 보충하고 싶은 마음도 갖는다. 사람의 본능은 항상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기에, 뒤로 물러나기보다 앞으로 전진하며 발전된 나를 꿈꾼다. 그래서 계획을 짜고 좀 더 세련되고 우아한 나를 만들기 위해 다듬고 싶어진다.

사진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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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는 내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말한다. 중세 시대 유럽에서 사형수를 매달아 처형할 때 발로 딛고 있던 양동이를 걷어찬다는 의미로 ‘Kick the Bucket’에서 유래되었다. 간수는 이때 죄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높이 평가했다는 그리스 극작가 소포클레스는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한 내일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오늘의 소중함을 이보다 간절하게 표현한 말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한 해가 시작되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어떻게 알차게 채울지,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다짐한다.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성적을 좀 더 끌어 올려서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갈 것인가를 계획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재능을 살려 아이돌을 꿈꾸며 열심히 댄스 연습을 할 수도 있다. 취준생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꼭 입사를 해서 백수를 탈피하려 하고, 직장인은 좋은 상대를 만나 결혼에 골인할 계획도 세울 것이다. 수험생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이유를 달고 명문대 진학을 위해 자녀를 다그칠 수도 있고, 백발의 노인들은 건강하고 좀 더 평안한 한 해를 기원할 것이다.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어릴 때 방학 첫날의 숙제가 ‘일일 생활표’ 작성이었다. 한 달을 가장 보람 있게 보내겠다며 공부하는 시간을 가장 많이 넣어 계획표를 짜곤 했다. 그런데 그게 어린아이에게 가당한 일인가? 한 달 내내 신나게 놀다가 개학 며칠 전에야 밀린 숙제가 생각나 정신없이 숙제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하면 마음껏 노는 것도 어릴 때뿐이라서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태도가 계속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성숙함의 차이는 나를 규모 있게 사용하는 것이며 좀 더 나은 나를 위해 효율적인 시간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것이다.

고대 로마의 작가 푸블릴리우스 시루스가 남긴 명언 중에 ‘시도해 보지도 않고는 누구도 자신이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루하루를 우리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보내라.’라는 말이 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들에게는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인생에서 아직 오지 않은 빛나는 순간은 너무도 많이 남아 있다. 나를 설계하는 것은 마치 한 그루의 나무에 꾸준히 물을 주고 사랑을 쏟아부어 주변 나무들보다 훨씬 아름답게 자라도록 하는 이치와 같다. 꿈이 없는 사람은 늙어가고 꿈이 있는 사람은 익어간다는 말처럼, 같은 사람이지만 꿈의 유무에 따라 실존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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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화가, 피카소

계획한 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간절한 열망이 있어야 하고 이에 부합하는 사고력과 실행력이 따라주어야 한다. 세기의 화가 피카소에게도 그의 그림에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무명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작품을 알릴까 고민하던 피카소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는 대학생 몇 명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파리의 화랑들을 돌게 했다. 그 학생들은 화랑들을 다니면서 “피카소의 그림이 있습니까?”, “어디에 가야 피카소의 작품을 살 수 있습니까?”, “피카소가 파리에 왔습니까?”라며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파리 시내의 화랑들이 발칵 뒤집혔다. 도대체 피카소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고, 피카소의 그림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피카소의 그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살 수도 없어 답답했다. 얼마 후 파리로 온 피카소는 도착 사실을 화랑가에 퍼뜨렸다. 그러자 피카소의 그림이 순식간에 다 팔렸다고 한다. 현재 소더비 경매에서 피카소 작품은 매우 고가에 낙찰되고 있다. 피카소가 자신의 재능을 몰라주는 세상에 한탄하며 화실에만 처박혀 있었다면, 다소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는 무명 화가로 끝났을지 모른다.

허위(?) 광고로 실제 백만장자가 된 소설가, 서머싯 몸

소설가 윌리엄 서머싯 몸 역시, 무명 시절에 피카소와 같은 고민을 했다. 《달과 육펜스》를 써 놓았지만 어떻게 마케팅을 할지 길이 없었다. 출판사에서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었기에 더욱 애가 탔다. 그때 떠오른 것이 신문 광고였다. 그가 신문에 낸 광고 내용은 이러했다.

‘나는 성격 좋은 백만장자로서, 마음씨 고운 여성을 찾고 있습니다. 제 이상형을 굳이 말하자면 최근에 나온 《달과 육펜스》라는 소설의 여주인공입니다. 본인이 여주인공을 닮았다고 생각하시면 연락주세요!’

이 신문 광고가 신데렐라를 꿈꾸는 젊은 여성들을 들뜨게 했고, 그의 소설책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폭발적인 판매로 서머싯 몸은 실제로 백만장자가 되었고, 이 광고는 광고계에 전설이 되었다.

매우 기발한 발상 같지만 간절함만 있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의 벽을 뛰어넘을 용기가 없다면 아무나 할 수 없는 광고이기도 하다. 자신을 백만장자라고 소개한 허위(?) 광고가 실제로 그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주었다. 1947년에 그가 30세 이하의 젊은 문학인들을 위해 1947년에 만든 ‘서머싯 몸’ 문학상賞은 지금까지도 현대 문학사에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도리스 레싱도 젊은 시절에 서머싯 몸 문학상 수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필자도 해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몇 년 전의 기록을 들춰 보면 그냥 막연한 꿈으로 여겼던 것이 현실로 이뤄진 것들이 많다. 그래서 당장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냥 마음에서 지워버리거나 포기하지 않고 이듬해에 다시 써넣기를 반복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나이 먹는 것이라고 한다. 숨만 쉬고 있어도 세월은 간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은 나이 값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에 걸맞게 나를 만들고 다듬어 그 나이에 맞는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를 적기만 하고,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희망이 있는 사람은 세월을 낭비하지 않듯이, 버킷리스트 작성은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를 알차고 효율적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된다.

누구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글쓴이 윤미화

경남 남해 종가집에서 5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MBA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의령에 30년 째 살면서 신문과 잡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알아두면 유익한 1일 1지식 한달 교양수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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