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각과 여러 계획들이 좋아 보인다고 무조건 받아들여 실행해서는 안된다. 정말 좋은 것인지 체크해보고, 이로 인해 생기는 폐해는 없는지 조언을 구하고 알아보면서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할 마음의 독소 3가지를 소개한다.

해가 바뀌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올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을 하고, 이런저런 새로운 계획을 구상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 전에, ‘지난 번에는 어땠지? 무엇이 문제였더라?’ 하면서 질문을 먼저 던지고 답을 찾는다. 정확한 피드백으로 문제점이 발견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 새로운 계획은 자연스럽게 삶 속에 스며들게 마련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독 식품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몸을 위한다고 무조건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우리 몸속에 쌓인 독소를 제거해야 몸에 들어온 좋은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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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여유가 만들어준 마음의 독소들

마음 건강도 똑같다. 하루, 한 달, 그리고 일 년을 지내는 동안 부지중에 쌓여진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잘못된 생각들을 잘 처리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흐르면 결국 마음에도 병이 생긴다.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했던 시절에는 1차적인 욕구 해결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 했기 때문에 마음에 독이 쌓일 여유가 없었다.

산업사회 이후 찾아온 물질적 여유는 우리에게 굳이 필요 없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오만 가지 생각들은 나무에 달린 열매처럼 마음속에도 매달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해, 원망, 좌절 등의 나쁜 독소로 변질되었다. 사람들은 마음의 독소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여행, 명상, 음악 등 각자에게 맞는 힐링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코로나 이후에 특별히 학생들의 심리 정서발달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위한 다양한 문화 체험활동을 기획하고 예산도 많이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따져본다면, 마음에 독이 만들어진 후에 그것을 다시 빼내는 노력을 하는 것보다 독이 덜 생기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독이 왜 생기는지, 어떤 생성 과정을 거치는지를 알아야 한다. 필자의 교직 경험에서 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마음의 독소는 3가지이다. 이를 자세히 소개한다.

‘안다는 것’이 가져다 주는 맹점

첫 번째 마음의 독소는 ‘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앎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을 깨우쳐 주고, 문제의 원인을 살펴서 대응을 잘 하도록 도와준다. 깨달아서 얻는 지식과 기술이 점점 늘어나면 많은 일을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독이 숨어 있다. 어느새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아는 것’처럼 대하는 태도를 취하고, 결국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다 안다고 여기는 실수를 한다. 아는 것이 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심리적 반응이 생기면서 오히려 ‘아는 것이 병’이 되는 지점에 이른다. 그런 것이 마음의 독소가 되어 사실을 변질시키고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꼰대 잡으려다 멘토까지 사라지는 요즘

몇 년 전부터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직장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권위적인 윗사람을 대놓고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가능해졌다. 처음에는 꼰대를 세대와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이해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영역이 확대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나이와 상관 없이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고, 자신의 경험으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는 일방적 태도를 가진 사람까지도 모두 꼰대에 포함시킨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을 깊이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듣기 싫으면 꼰대라는 말로 반격할 수 있는 당당한 방패를 얻은 것이다. 꼰대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면, 배워야 하는 모든 상황을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습관부터 가르치려는 부모님도 잔소리하는 꼰대가 되고, 원인과 결과를 따져서 자세히 알려주려는 선생님도 ‘설명충, 진지충’(설명이 길거나 진지한 사람을 빗댄 표현. 충蟲은 한자로 벌레를 의미) 꼰대가 되고 만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꼰대 잡으려다 정말 필요한 멘토까지 잃어 청소년들은 더 방황하고 고립된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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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읽기’ 한다며 자녀 훈육을 멈춘 부모들

비슷한 사례가 육아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우리는 권위적인 것을 나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이 가진 권위를 내세워 복종을 강요하는 행위에는 분명히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앎’을 과대 적용시켜 부모의 권위를 제거하고 자녀에게 주도권을 내어준다면, 그때부터 교육다운 교육은 사라지고 다툼만 남을 뿐이다.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주고 충분히 감정을 느끼며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읽기’ 육아 이론의 핵심이다. 실제 적용해서 자녀와의 소통이 부드러워졌다는 후기도 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이 이론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 읽어낸 아이의 마음에서 잘못된 것을 교정해주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자녀는 점점 버릇 없는 행동을 하고, 이를 참지 못해 소리 지르는 부모는 스스로를 나쁘다고 단정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한다.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면서, 다 알고 있다고 속은 것이다. ‘마음을 읽어주라’는 것은 감정을 존중해 주라는 것이지, 욕구대로 행동하는 자녀의 훈육을 멈추라는 것이 아니다. ‘해야 할 것과 하면 안되는 것’은 부모의 권위를 가지고 끝까지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어렸을 때 훈육의 타이밍을 놓치면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진다. 훈육이 아이의 자존감과 사회성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은 ‘안다는 것’의 독소이다.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쫓겨난 스티브 잡스

두 번째 독소는 ‘자신감’이다. 우리 아이를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소원일 것이다. 수업 시간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 없이 발표하고, 친구들 속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더없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장점만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도 독으로 변질될 정반대의 요소들이 잠복해 있다.

자신감 넘치는 적극적인 태도가 성공을 불러오고 주변에 점차 인정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판단하고 무시하는 마음이 생긴다. 자신감으로 가득찬 그 시점부터 뭔가 소통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른뿐 아니라, 학생들도 이런 과정을 똑같이 거치면서 독선적인 자신감이 싸움으로 뒤범벅되는 경우를 필자는 수없이 보았다.

스티브 잡스의 삶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잡스는 스물한 살 때 자기 집 차고에서 친구 워즈니악과 함께 최초의 PC를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회사가 직원 4천 명이나 되는 큰 규모로 성장하자, 잡스는 성공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1986년 그의 나이 서른한 살 때에,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자신이 뛰어난 아이디어 덕분에 성공하리라는 확신에 차 있던 잡스는 함께 일하는 동업자나 주주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갈등이 심해지면서 결국 그는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다. 10년 뒤 다시 돌아와 지금의 애플 사를 세웠지만, 그가 초창기에 해고 당한 이유는 반드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자신감 이면에 도사린 마음의 독을 아는 사람은, 남보다 잘하는 일이 있어도 오만해지지 않고 주변 사람에게 공로를 돌린다. ‘함께 도와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를 사랑하시고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 은혜입니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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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칭찬에도 심리적 독소가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독소는 다름 아닌 ‘칭찬’이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말이다. 따뜻하고 진심 어린 칭찬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기가 되고, 칭찬받는 사람뿐 아니라 칭찬을 하는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학교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소극적인 성격으로 의기소침해 있을 때, 환경적으로 억압되어 못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을 때, 스스로 불확실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을 때 칭찬의 효과는 더욱 커져서 성장의 동기가 된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좋은 칭찬일지라도 심리적인 독소를 가지고 있다. EBS에서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칭찬에 대해 조사한 연구결과가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과제를 수행하게 하면서, 한 팀에는 “머리가 좋다, 대단하다!”는 등의 칭찬을 했고, 또 다른 팀에는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정도로 말하거나 그냥 무덤덤하게 지켜 보았다. 결과는 과분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이 오히려 부담을 느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지 않고 쉬운 문제를 택했다. 실수가 두려웠던 것이다.

칭찬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칭찬 스티커도 실험대에 올랐다. 초등학교 2학년 10명에게 2학년 수준의 책과 유아용 책 중 원하는 책을 골라 100분 동안 읽게 하고, 읽은 책만큼 칭찬 스티커를 주기로 했다. 실험 결과, 아이들은 칭찬 스티커를 받으려고 읽기 쉬운 유아용 책을 선택하거나 책을 고르기만 하고 읽지는 않았다.

그 실험 과정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열심히 정독하는 한 어린이가 눈에 띄었다. 방송 진행자가 그 부모를 만나 물어보니 아이에게 칭찬 스티커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저 아이를 덤덤히 지켜보며 책을 좋아할 때까지 기다렸다고 답했다. 유치원에서도 비슷한 실험 결과가 나왔다. 선생님에게 칭찬 받으려고 싫어하는 야채 주스를 억지로 마신 유치원생들은 칭찬을 하지 않자 야채 주스 마시기를 거부했다.

칭찬이 주는 힘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칭찬이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의도를 가지고 “정말 잘했어!”, “너는 최고야~”, “너 정말 천재구나!”라고 말하면 그것이 되레 독이 된다. 칭찬을 해서 통제하려고 하면 어른이든 아이든 뜻밖의 과도한 칭찬에 당황하거나 부담을 느낀다. 의도적으로 해주는 칭찬보다 진심 어린 관심과 신뢰, 마음이 통하는 대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

복어가 맛있는 생선이라도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최근 사회 면 기사에 중독 관련 뉴스가 자주 보인다.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 등 모든 종류의 중독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내 몸이 도파민의 독성을 해독시키지 못하면 그 안에 갇혀 버린다. 도파민 호르몬은 양날의 검과 같은 특성이 있다.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을 기쁘고 행복하게 느끼도록 해주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강한 자극을 계속 요구한다. 따라서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주변의 말을 듣지 않으면 스스로 ‘조금 더, 조금 더’라는 심리적 욕구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1차적으로 그럴 듯해 보이기 때문에 속는 것이다.

복어가 아무리 맛이 좋고 영양소가 많은 생선이라고 해도 독을 제거하지 않은 채 그냥 먹으면 생명을 해치는 최악의 음식이 된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 속 여러 생각들도 좋아 보인다고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정말 그러한지, 이면에 다른 영향은 없는지, 주변에 묻고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우리 모두 보이지 않게 쌓여 있는 마음의 독을 해독하면서 새해를 맞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글쓴이 안현지

교육학 박사과정에 있는 그는 올해 28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다. 2021~2023 교육부 인성교육 우수선진교사로 선정되었고, 지역사회 교육문화단체 ‘하트톡’ 대표로 활동 중이다. 춘천교도소 초청으로 2015년부터 재소자들에게 매달 인성교육 강연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국 온오프라인 학부모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사이자 엄마로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 학부모들과의 상담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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