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계획을 하면서, 평소 원하던 것을 시도하려고 할 것이다. 올해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을 해보자. 익숙하지 않은, 낯선 일을 시도하면 몸과 정신이 유연해진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거창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안 가던 곳에 가보는 것, 나에게 안 어울리는 것들을 기꺼이 선택하는 것이다. 편안한 꽃길 말고, 마음 근육을 길러줄 울퉁불퉁한 길을 한번 걸어보면 어떨까?

최근 한 대학에서 열린 기업인 특강에 참석했다. 3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해왔고 지금은 큰 기업의 사장이 된 분이 강사였다. 그 분은 강연 서두에 대학 강의가 처음이라고 했다. 기업인 특강은 대부분 회사 생활의 경험과 교훈 그리고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자랑 정도로 이어지는데, 그 강의는 좀 달랐다.

지난 30년간 한국사회가 지나온 격변의 순간마다 기업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지 자신의 실무 경험을 기반으로 그림 그리듯이 크게 펼쳐주었다. 강의 말미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듣는 청중은 강사가 오랫동안 고민하며 강의를 준비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 기업의 대표가 매일 어떤 일정을 소화해내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나로서는, 강연자의 진심이 느껴져 점점 더 허리를 곧게 펴고 귀담아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왜 좋을까?

운 좋게, 특강을 기획한 교수님과 강사로 나온 사장님을 행사 후 뵐 기회가 있었다. 그 사장님은 “강단에 서서 2시간 가까이 강의를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 말했고, 교수님은 “회사였다면 쉬웠을 텐데 학교라는 곳이 낯설어서 그랬을 거다.”라고 답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왜 좋은지’에 관한 대화를 두 분이 계속 이어갔다. 일부러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음악 공연도 보러 가고, 해본 적이 없는 강연도 그 기회를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더 해본다는 이야기, 운동을 할 때는 안 써본 근육을 쓰려고 새로운 종류의 운동을 시도하고, 혼자 있을 때면 종종 평소에 전혀 하지 않을 동작도 일부러 해본다는 경험담들이 자유롭게 오갔다.

의식적으로 이러는 이유는 굳어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마음을 더 ‘리프레쉬refresh’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해진 자리에 머물지 않고 다시 초심자의 위치로 가서 부지런히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몸도 마음도 굳어지지 않으려는 일상의 태도가 두 분을 부드럽지만 강한 사람으로 유지시켜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대부분 낯익고 친숙한 것들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학생 시절에는 교육 과정에 따라, 혹은 주변 사람의 이끌림에 따라, 비교적 새롭게 접하는 것이 많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내가 관심 있거나 익숙한 대상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주어진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 후에는 이런 저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지친 나의 몸과 마음에 낯선 자극을 주기보다 편안하게 휴식할 아지트를 찾는다.

춤에 소질 없는 내가 어쩌다 도전한 ‘방송댄스’

나도 이 자연스러운 패턴을 따르는 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낯선 선택을 하게 되면서 도전의 재미에 눈을 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싶어 찾아보던 중 동네 문화센터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대학 때 잠시 배운 적 있는 수영을 다시 해보려고 수영 교실에 등록하려 했다. 그런데 이미 정원이 꽉 차 있었고 뭐라도 운동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수강 가능한 수업을 살펴봤다. 방송댄스가 보였다. ‘방송댄스…?’ 나는 춤에 소질이 없고 아이돌도 잘 모른다. 나에게 정말 안 어울리는 단어라는 걸 직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호기심이 들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그냥 등록을 해버렸다.

역시나 첫 수업에서부터 엄청난 벽을 느꼈다. 다른 수강생들과 나는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희한한 몸짓으로 강사님을 따라 하려 애쓰는 내 모습. 처음엔 다른 수강생들이 볼까 부끄러웠는데 다들 자기 동작을 확인하느라 바빠 보였다. 용기를 내서 나도 따라 추기 시작했다. 한 번도 안 써본 근육을 쓰는 데서 묘한 희열을 느꼈다. 혼자서는 감히 시도하지 않았을 ‘스왜그 넘치는’ 자세도 연습실 안에 들어가 있으니 어쨌든 따라 하게 되었고, 거울에 보이는 어설프고 웃긴 내 모습도 즐거웠다. 어느새 나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었다.

내 ‘생각’을 유연하게 해주는 ‘도전’

‘도전’이라는 단어는 거창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어렵지 않다. 안 가본 곳에 가보는 것, 나에게 안 어울린다고 느끼던 것을 선택해보는 것, 해보지 않은 일을 기꺼이 맡아보는 것. 우리 뇌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편하고 익숙한 것을 떠올리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불편한 선택을 해야만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들어올 수 있다. 때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자극도 있다. 해본 적 없는 어려운 업무의 담당자가 되거나, 잘 맞지 않는 성향의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되거나, 피하고 싶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일 같은 것들이다.

외면하거나 도망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약간의 용기를 내어 낯선 자극에 나를 노출해보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문이 열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넓어지는 신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월이 되어 나이는 한 살 더 무거워질지라도 내가 가진 ‘생각’만큼은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다.

유연한 몸을 만드는 좋은 방법은 쓰지 않는 근육을 자꾸 써보는 것이라고 한다. 잘 단련된 근육일수록 평소에는 말랑하다가 필요한 순간에 강력한 에너지를 발휘한다. 새해를 시작하며 올해 계획을 적어보고 있다면 내 마음 근육을 길러 줄 새로운 도전을 추가해보면 어떨까. 새해에는 편안한 꽃길 말고 울퉁불퉁한 낯선 길을 걸어보자.

글쓴이 조민지

90년대생 9년차 기업 커뮤니케이터.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서 공부하고 L사, C사 에서 실무를 배웠으며 현재 H사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 구성원 간의 ‘더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답을 찾으면서 그는 배우는 설렘과 소통하는 기쁨을 쌓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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