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잘하는 대학생, 신선교

‘요즘 세상에 참 괜찮은 청년이 있다!’라며 전주에 사는 그의 이야기가 서울에 있는 편집부까지 들려왔다. 그렇게 연결되어 화상으로 시작한 인터뷰. ‘잘 배운 사람의 다정함’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생긴 말일까! 이런 자세로 삶을 사는 사람과는 나이를 떠나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인생의 의미를 공유하며 오래도록 친분을 유지할 것 같았다. 신선교 학생은 그만큼 겸손하면서도 사려 깊었고, 수수하면서도 당당하고 씩씩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그는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학년이 된다. 스페인어가 좋아서 고1 때부터 독학했고, 가까운 미래에 멕시코로 해외봉사를 가고 싶어 한다. 그는 그곳에서 방황하는 사춘기 학생들을 도우며 활동할 생각이다. 사진 임명은
올해 스무 살이 된 그는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학년이 된다. 스페인어가 좋아서 고1 때부터 독학했고, 가까운 미래에 멕시코로 해외봉사를 가고 싶어 한다. 그는 그곳에서 방황하는 사춘기 학생들을 도우며 활동할 생각이다. 사진 임명은

안녕하세요. 인사성이 매우 밝다고 들었어요. 평소 인사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한자로 인사를 쓰면 첫 글자가 ‘사람 인人’이에요. 요즘은 통신장비가 워낙 발달해 있어서 사람들이 길을 가면서도 서로의 얼굴보다는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많이 보지요. 저는 ‘그럴수록 인사를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행동만으로도, ‘내가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고, 내 마음에 당신을 담아두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거든요. 설사 상대방이 저를 아는 척하지 않더라도 저는 먼저 인사를 함으로써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전달한다.’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저보다 어린 사람일지라도 그를 통해, ‘당신의 좋은 점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좀 있고요.

그래도 먼저 인사를 했는데 받아주지 않을 때에는 무안하지 않나요?

물론 제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시고, 그냥 지나치시는 경우에는 저 또한 머쓱해지죠. 그러나 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좋아지는 효과가 있더라고요.(웃음) 한편으로는 ‘내가 약간 부끄러워지는 일을 많이 만나는 게 앞으로 자신감 향상에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버지는 그가 사춘기 시절에 마음을 못 잡고 있을 때에도 ‘선교는 분명히 앞으로 나보다 더 큰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라며 그를 믿어주셨다고. 사진제공 신선교
아버지는 그가 사춘기 시절에 마음을 못 잡고 있을 때에도 ‘선교는 분명히 앞으로 나보다 더 큰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라며 그를 믿어주셨다고. 사진제공 신선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가 사업을 오래 하셨어요. 핸드폰 화면의 밝기를 조절하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15년간 이끌어오셨지요. 사업이라는 건 순간순간 위험한 고비에 처하기도 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도 필요하잖아요. 아버지는 평소에 관련 분야 사장님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사람을 많이 만나시는데요. 우리 집이 형제가 사남매에 아버지 혼자서 외벌이에요. 가족을 위해 어려움을 묵묵히 감당하시는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시면 가끔씩 저희들을 앉혀 놓고 말씀하셨어요. ‘어른을 만나면 항상 인사를 잘해야 한다.’, ‘너희들이 인사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살면서 큰 덕을 본다.’라고요.

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인사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친구, 참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었지!’라며 나중에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고요. 그러면 나에게 사람들과 하나둘씩 사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고 하셨죠. 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덕분에 제가 앞으로 나아갈 성장의 바탕이 될 수도 있다면서요. 또 나중에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인사성 덕분에 나를 좋게 보고 도와줄 사람이 나타나게 될지도 모른다고도 하셨어요.

아버지의 그런 말씀을 듣고 생활 속에 실천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어릴 때는 이해가 가지 않아도 그저 가르쳐주신 대로 인사를 하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 학생회장을 맡으면서 아버지의 지혜에 대해 깊게 실감했어요. 아시다시피, 학생회장은 혼자서 열심히 일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교내외 활동의 방향을 친구들과 함께 모색하고, 선후배들의 협조를 얻어내서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해요. 학교 행사를 준비할 때 친구들의 의견이 분분하면 힘이 많이 들었는데, 제가 잘하는 인사 덕분에 이런 난관을 극복한 경험이 몇 번 있어요. 나중에는 결과적으로 모두 좋아져서 같이 하던 선후배들과 모두 가까워지는 계기로 이어졌고요.

한번은 저희 할아버지께서 제가 생활하던 고등학교 기숙사를 방문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 기숙사 사감선생님이 할아버지께 이런 말씀을 하셨대요. ”신선교의 할아버지신가요? 선교가 인사성이 매우 밝아요. 가정교육을 참 잘 받은 것 같습니다!”라고요. 그 말에 할아버지도 제가 잘 성장하고 있다며 무척 기뻐하셨어요.

고등학생 시절은 그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들을 가득 선물해줬다. 사진제공 신선교
고등학생 시절은 그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들을 가득 선물해줬다. 사진제공 신선교

인사를 잘해서 생기는 장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인사를 잘해서 나쁜 점은 하나도 없어요. 안 좋아봤자 본전이지요.(웃음) 인사를 하면 좋은 점이 정말 많아요. 우선 얼굴을 아는 사람들에게 다 인사를 하니까 인맥이 확실히 넓어져요. 우리 집은 경기도 광명시에 있지만, 저는 지금 전주에 있는 전북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처음에는 지방살이가 낯설었지만, 지금은 제가 학교 안팎에서 공식적인 ‘마당발’로 인정받고 있어요.(웃음)

이 밖에도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사실 원래 성격이 무척 장난꾸러기예요. 어려서는 동네에서 개구쟁이로 불렸어요. 저도 이런 제 자신을 두고 ‘예의 바르고 착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라고 늘 생각했어요. 고등학교를 기숙형학교에 다녔는데, 학교 특성상 선생님들 중에 다른 도시에서 오신 분들이 꽤 있으세요. 저는 집을 떠나 먼 도시에 있는 학교에 와서 숙식하시는 선생님들이 행여 외롭지 않으실까 걱정이 됐어요. 내심, 교육을 위해 경상북도 시골 도시까지 와주신 게 감사했어요. 제 친구들은 선생님들과 마주칠 때에만 가볍게 목례를 하는데, 저는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담아 인사를 꾸벅 드렸어요. 제가 학교에서 인사를 늘 하고 다니니까 나중에는 저를 좋게 기억해주시더라고요. ‘인사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구나!’라며 제가 더 놀라웠어요.

우리 학교는 한 울타리 안에 중고등학교가 같이 있는데요, 저는 선후배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고교 과정은 거의 교실 안에만 있으면서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먼저 인사를 하는 게 부끄러웠지만, 결국 제가 동기들을 비롯한 많은 후배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그 덕분에 학생회장을 할 때 제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는 후배들이 많아졌고, 같이 일할 친구들이 주변에 늘어나면서 어려운 일들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친구들이 나한테 ‘중학생 후배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독특한 고등학생’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인사로 인한 덕을 많이 보고 있어요. 아직 1학년밖에 다니지 않았지만요. 대학생이 된 후로 수업 시간에 줄곧 맨 앞줄에 앉아서 교수님과 아이 콘택트를 하며 집중했어요. 강의실 밖에서 마주칠 때마다 살갑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고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선교 군에게는 어떤 꿈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제 성격과 잘 맞는 정치 분야에 꿈이 생겼어요. 특히 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니면서 이분들을 돕고, 변화를 줄 수 있는 사회 제도를 모색하고 싶어요. 비슷하게 외교에도 관심이 있어서요. 영어를 쓰는 카투사로 군입대를 지원할 계획이에요.

저희 아버지도 처음에 사업을 하실 때 ‘나는 가장 부족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밑바닥에서부터 배우셨대요. 모르는 건 관련 서적을 탐독하시며 공부도 하셨대요. 저도 아버지가 해오신 것처럼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려고요. ‘내가 여기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에게 배우고 하루하루 성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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