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 하며 ②

나는 올해로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다. 연초가 되면 남편은 조용히 방에 들어가 A4용지를 꺼내 지난 해를 마무리한 소감을 적고, 한 해의 계획을 정리했다. 나도 그 시간이 유용하다 생각했지만, 굳이 시간을 내어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벅찬데….’ 연말 혹은 연초라고 내게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2022년의 12월은 좀 달랐다. 2023년을 떠올리면 설렜다. 그 이유는 하나. 당시 불룩 하게 나왔던 나의 배 속에 있던 우리 딸 ‘서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올해 초, 고대하던 예쁜 딸이 태어났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태어난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서아가 눈도 채 뜨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를 데려와 ‘엄마 목소리 좀 들려주세요.’ 하기에 ‘서아야….’ 하고 불렀더니 울음을 뚝 그치는 것이다. ‘아, 내가 진짜 엄마구나….’ 내가 아이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바짝 긴장했는데, 오히려 서아가 나를 먼저 알아봐 준 것이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그날 후로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만지면 부서질 듯 작았던 아이가 어느새 눈을 맞추며 웃고, 뒤집고, 기더니 요즘에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일어서려 힘을 준다. ‘엄마!’ 하고 옹알이도 하고 말이다. 아이가 태어나 성장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건만 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은 새로운 발견을 한 것 마냥 경이롭고 즐겁다.

물론 엄마가 된 후, 올해 계획이나 기대 속에는 없었던 어려움도 있었다.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날이 늘었고, 집안일을 하느라 손목과 허리가 시큰거렸으며,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혼자 훌쩍거리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서툰 ‘초보 엄마’를 돕는 고마운 분들이 있었다. 어머님과 아버님, 남편, 또래 아기 엄마들, 이웃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내년을 그려본다. 서아가 아장아장 걸어간다. 머리도 꽤 길어서 핀도 하나 꼽을 수 있겠지? 서아 손을 잡고 가고 싶은 곳이 많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 2024년도 기대가 된다.

글 권정은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남편과 함께 작은 카페를 운영 중이다. 내년에는 체력을 길러 아이와 함께 많이 놀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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