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 하며 ①

2023년의 겨울을 맞으며, 올해의 겨울과 지난 4년간의 겨울은 향기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저마다 계절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지난날 나에게 겨울은 찬 바람과 함께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4년 전 이맘때 대학을 휴학하고 경찰공무원을 준비했지만 두 번의 도전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당시 우리 가정은 형편이 어려웠다. 하루 빨리 부모님의 무거운 짐을 덜어드리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나 자신이 처량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을 재빨리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갈수록 그 여파는 커지게 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흠집이 난 마음에는 좌절, 불안, 초조, 불평이 빠르게 찾아온다. 제때 치유하지 않으면 절망에 잠식되어 스스로를 포기해 버릴 수 있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내가 넘어져 있을 때 손을 잡아 일으키고, “괜찮아,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었다. 덕분에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2023년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사업도 도전해봤지만 실패했고,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또 운 좋게 합격한 회사가 있었지만, 내부 상황으로 번복되어 끝내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초조하고 조급했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넘어져도 ‘그럴 수 있지’ 하며 툭툭 털고 일어나는 용기, 힘든 시기였지만 여러 실패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어느새 계절이 변하듯 기회는 찾아왔다. 서울에 있는 한 회사에 취직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렵게 만난 회사이기 때문에 그 인연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다. 나고 자란 부산에서 평생 지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서울로 상경해 주말이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추억을 쌓고 있다. ‘행복’이라는 시가 있다. ‘저녁 때 돌아 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이제 찬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겨울 향기는 더 이상 씁쓸하지 않다. 행복하다.

글 오현석
광고홍보를 전공했다.
현재 패션회사 ‘독립문’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신입의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으며 마케팅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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