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로 생명 살린 대학생 이명학

5개월 전 호남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3학년 이명학 군(22세)은 심정지 상태에 빠진 70대 할아버지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 골든타임을 지켜냈다. 응급상황 속에서도 신속하고 침착하게 시민의 생명을 살려 하트세이버 인증서를 받은 그는 이 일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고 한다.

버스에서 할아버지가 쓰러지자 가장 먼저 달려가 상태를 살폈던 이명학 군은 평소에도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준 일이 많았다. 그의 행보가 한 생명을 살렸고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 사진 이명학
버스에서 할아버지가 쓰러지자 가장 먼저 달려가 상태를 살폈던 이명학 군은 평소에도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준 일이 많았다. 그의 행보가 한 생명을 살렸고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 사진 이명학

안녕하세요. 당시 상황을 기사로 보았습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수업이 다 끝나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앞에 있던 할아버지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쓰러지셨어요. 보자마자 바로 뛰어가 할아버지의 몸을 바로 눕히고 코 쪽으로 손을 갖다 대니 호흡이 없었고, 맥박도 없으셔서 주변 사람들에게 119 신고를 요청했습니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 골든타임이 4분이었기 때문에 바로 CPR을 실시했고 몇 분 후 제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자,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이준하 학생(호남대 중국어학과 3년)이 이어서 CPR을 시행했습니다.

정주현 학생(호남대 응급구조학과 3년)이 119에 신고해 핸드폰 스피커폰으로 119상황실 직원과 연결시켜 줘서 압박 속도를 맞춰 CPR을 할 수 있었고요. 그러던 중 119 응급구조대원들이 도착해 인계해 드렸고 나중에 할아버지가 깨어나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했어요.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요?

초등학생 때부터 체육 시간에 CPR 교육을 매년 한 차례씩 받았습니다. 실습 인형을 두고 CPR의 순서와 방법을 몸으로 익혔어요. 그 교육이 실제 삶에서 이런 도움이 될지 예상치 못했습니다. 제 몸에 배여 있어서 위급 상황에서도 자동적으로 반응한 것 같아요. CPR 당시 두 번째 흉부 압박에서 할아버지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장을 압박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계속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명학 군이 시행한 CPR로 생명을 건진 할아버지께서 건강을 회복한 후, 그에게 써 주신 편지. 사진 이명학
이명학 군이 시행한 CPR로 생명을 건진 할아버지께서 건강을 회복한 후, 그에게 써 주신 편지. 사진 이명학

평소의 교육과 실습이 정말 중요하네요. 할아버지를 살리고나서 주변의 반응이 어땠나요?

많은 분들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어요. 할아버지의 보호자 분께서 정말 고맙다며 여러 차례 이야기하셨습니다. 가족들도 저를 대견해하셨고 친구들이나 아는 동생들도 엄지척을 해주었어요. 총장님께서도 저와 이준하, 정주현 학생을 치하하고 장학금을 주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생명을 살려 또 다른 삶을 선물해 주었다는 말에 감사하고 보람도 컸지만 마음 한켠이 굉장히 아프기도 했습니다.

무엇 때문인가요?

저희 어머니가 암 말기 투병 중이셨는데 할아버지를 구조한 일이 있은 지 3개월 뒤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할아버지의 회복 소식에 기뻤지만 한편 왜 우리 어머니는 돌아가셔야 할까 마음이 무너지고 괴로웠습니다. 한참 슬프고 어려울 때, 할아버지께 연락이 왔습니다. 건강을 회복하신 할아버지는 저희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초대를 하셨어요. 그리고 편지 한 통을 써 주셨어요. “늘 좋은 마음으로 사회의 등불이 되어 주실 것을 기도드립니다.”는 내용을 보고 많이 울었어요.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되고 제 마음을 일으켜 주는 말입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일단 제 전공을 살려 스포츠, 레저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오랫동안 배구를 하다가 그만두게 되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찾고 있어요. 그리고 어머니 보시기에 자랑스러운 아들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주저함이 없는,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꿋꿋하고 의젓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그에게 개인적으로 응원을 보낸다. 할아버지가 다시 생명의 숨을 쉴 수 있도록, 또 이명학 군이 슬픔을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은인이 되었다고 하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미 충분히 멋지지만 앞으로 더 멋지게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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