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의 에세이

얼마 전, 나는 친구의 권유로 몽골 여행을 떠났다. 몽골 공항에 내리는 순간까지 마음 한편이 찜찜했다. 나는 현재 7개월째 구직 중인 취업준비생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여행을 다닐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내 기분을 부러 가라앉히고 있었다. 하지만 몽골의 푸른 하늘 아래 말을 타고 마을 구경을 다니며, 모든 걱정이 잊혔다. ‘언제 내가 이런 경험을 해볼까?’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쉽게 오지 못했을 여행이었다. 지난 7개월을 돌아보면, 나는 조급해하고, 불안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몽골에서 말을 타던 날처럼, 내가 취준생이기에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진제공 전내영
사진제공 전내영

나는 올해 3월에 퇴사했다. 이전 직장에서 나는 실속과 결과, 효율과 효과를 중시하며 일을 밀어붙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우수사원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나의 업무방식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몰랐다. 무기력하거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신경을 곤두세운 채 긴장한 상태가 퇴근 후에도 이어졌다.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생활이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내가 힘든 것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관심 직군으로 이직하기 위해 퇴직을 결심했다.

나는 이직에 필요한 시간이 3개월이면 충분하리라고 계산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어떤 결과도 내지 못하고, 멈춰져 있는 이 시간이 답답했다. ‘효율이 떨어지는 시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오랜 친구를 만났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꺼내놓으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직장생활에 대해 대화하던 중,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내영아, 네가 일을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빨리 일을 해내느라 놓친 건 없었을까? 네가 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함께 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던 건 아닐까?” 말문이 막혔다. 맞는 말이었다. 맡겨진 업무에 전속력으로 돌격하는 사이 나는 주변의 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 수용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나 때문에 힘들었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이에 관해 잠시 다시 몽골로 떠나본다. 여행하면서 한국 관광객을 만난 적이 있다. 한 아주머니가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빨리 가져오지 않는 부분을 답답해하며 불평을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원하는 것을 빠르게 얻고 싶어 하며, 목적 지향적이며, 실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 그게 평소의 내 모습인 것 같아서 말이다.

그 아주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빨리빨리, 그 끝에 뭐가 있을까?’ 내 경험에 따르면, 그 종착점에는 빨리 이뤄내야 하는 또 다른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쳇바퀴 돌듯 말이다. ‘빨리’ 음식이 오지 않음을 불평하는 사이 아주머니는 몽골 사람들의 속도를, 색다른 문화를, 그들이 건네는 미소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놓치며 살았던 걸까?’

그날 이후, 나는 몽골의 풍경을 보며 천천히 지난날들을 돌아보았다. 그러다 이런 나를 아무 말 없이 품어주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부모님, 그때 그 팀장님,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친구…. 내 곁에 고마운 분들이 많았음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진짜 행복은 내가 달려가던 방향의 반대편에 속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과 동행하는 사람, 마음에 누군가를 향한 감사로 가득한 사람을 상상해본다. 그런 사람이라면, 어떤 일을 하다 실패할지라도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진짜 일을 잘하는 지름길이리라.

우리는 누구나 목표를 빨리 이루기를 바라지만, 예상치 못한 정체 구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정체’ 구간이라 생각하면 슬프지만, 그 기다림은 삶의 속도를 늦춰서 우리가 놓친 것들을 자세히 보게 한다. 나는 오늘도 신문을 펴 공부하고, 자기소개서를 쓴다. ‘효율’을 중시하는 눈으로만 바라보면 빨리 벗어나야 하는 시간이지만, 조금 물러나 다시 바라보니 이 시간은 나를 돌아보고, 삶을 배우는 시간이다. 20대의 끝자락에 있는 내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다.

이제는 흘러가는 시간이 불안하지만은 않다.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 일을 통해 나는 또 무엇을 배우게 될까? 오랜 기다림의 끝에 만난 새로운 직장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을까? 기대된다.

글쓴이 전내영

미국 캘리포니아 노스리지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IT기업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이직 준비 중이다. 훗날 자신의 사업을 펼칠 꿈을 품고 인생의 점들을 하나씩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