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채용의 계절이다. 하반기 채용 공고는 보통 9월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가 모여들고, 그중 일부만 서류합격 안내를 받는다. 10월 인적성 검사와 면접, 11월 최종 면접을 지나 합격자 발표까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가을만큼 간절한 계절이 있을까.

최종 합격이라는 거대한 기쁨을 누리면서 회사원이 된 이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작년 말 국내 상장기업 3년차 이내 사원급 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해봤다.”고 답한 이들은 83%였다. ‘대퇴사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거에 비해 퇴사가 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8년간 두 번의 이직을 하며 ‘퇴사’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직무와 적성에 대한 고민, 성장에 대한 의문, 연봉이나 조직문화에 대한 욕구 등 대부분 퇴사의 이유는 이런 범주 안에 있다. 퇴사를 결정하기 전에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과정이 있다. 바로 스스로에게 퇴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질의응답을 하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에게도 몹시 간절한 가을이 있었다. 졸업 직전 마지막 학기에, 그동안 준비해온 언론사 취업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나는 방향을 바꿔 하반기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을 준비했다. 좋아 보이는 기업 수십 곳에 지원서를 냈다.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는 채용설명회와 홈페이지를 파헤치면서 연혁, 제품 종류와 특징, 관련 기사 등 모든 것을 꼼꼼히 확인하고 공부했다. 그랬던 회사에서 면접 탈락 문자를 받은 날, 나는 온종일 멍한 상태로 있었다.

사람은 경험해본 것만큼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대학생이 된 후 학업과 취업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나 자신에 대한 충분한 탐색은 부족했다. 막상 진로를 정하려고 보니 내가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일단 지원서를 냈다. 간절했던 회사로부터 날아든 탈락 소식이 당시엔 속상했지만, 불합격이라는 벽 앞에서 비로소 나는 왜 취업을 하려는지 생각했다. 멈춰 있기보단 새로운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마음을 따라 나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첫 직장을 4년 넘게 다녔다. 감사하게도 회사 생활을 통해 내가 재미를 느끼는 영역, 잘하는 업무를 조금씩 발견하고 분야도 넓혀갈 수 있었다. 어느덧 회사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성장 없이 정체된 채 연차만 쌓이는 것 같아 불안했다.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커리어와 성장에 대한 책, 강의, 모임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알게 된 책에서 가이드를 얻었다. 책은 ‘사직서를 내기 전 해야 할 질문’이라는 주제로 6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성장, 연봉, 워라밸, 의미, 재미, 인간관계. 각 키워드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다. 그리고 현재 회사와 비교해 보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키워드로 나를 정의해 보면서 현실적으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나의 키워드 순위와 회사의 그것은 차이가 있었다.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자,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그렇게 이직을 하게 됐다. 최소한 두 번째 직장을 선택할 때는 간절함의 방향이 회사에서 나로 옮겨져 있었다. 나를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는 내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해왔다. 회사에서 힘이 들 때, 월요일이 오는 것이 두려울 때, 채용사이트를 찾아보게 될 때, 무엇이 문제인지, 이 일이 왜 안 맞다고 생각하는지, 이게 아니라면 뭘 하고 싶은지,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면 무엇이 두려운지, 그 두려움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나에게 물어봤다. 바로 답을 내리기 힘든 질문도 많았지만 차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답을 정리해 나갔다. 정리된 답변을 가지고 주변 동료나 선배, 가까운 지인에게 털어놓고 피드백을 받아보기도 했다. 기존 답이 좀 더 분명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더 좋은 개선안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만의 답이 숙성되어갔고 나는 답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행동할 힘을 얻었다.

간절한 가을을 지나 회사에 들어간 당신이 간절하게 그 회사에 대해 공부했던 것만큼 나 자신을 공부하는 일을 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민하고 질문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사실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것은 ‘회사’ 이전에 ‘나’여야 한다. 취업 전에 이 과정이 정리되어 있다면 좋지만, 아니라면 지금부터 ‘나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자.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글쓴이 조민지

90년대생 8년차 기업 커뮤니케이터.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서 공부하고 L사, C사에서 실무를 배웠으며 현재 H사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 구성원 간의 ‘더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답을 찾으면서 그는 배우는 설렘과 소통하는 기쁨을 쌓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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