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케도니아 교육과학부 부장관, 아김 누히우

남부 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이하 북마케도니아). 고대 그리스, 로마, 오스만 제국의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오랜 전통과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바탕으로 경제적 발전과 문화적 부상을 보인다. 또한 다양한 민족 간의 공존과 화해를 위한 정책과 노력을 기울여 통합의 국가로 변모 중이다. 북마케도니아의 성장과 변화의 중심에 있는 아김 누히우 교육과학부 부장관. 본지 특파원이 그를 만나 삶, 국가, 교육, 비전에 대해 물었다.

아김 누히우 Agim Nuhiu Deputy Minister of Ministry of Education and Science in Republic of North Macedonia 1977년 생.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학과 교수를 겸임하면서 2016년부터 정부요직에서 일해왔다. 현재는 교육과학부 부장관직에 있다.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다.(사진 송혜진 유럽 특파원) 
아김 누히우 Agim Nuhiu Deputy Minister of Ministry of Education and Science in Republic of North Macedonia 1977년 생.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학과 교수를 겸임하면서 2016년부터 정부요직에서 일해왔다. 현재는 교육과학부 부장관직에 있다.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다.(사진 송혜진 유럽 특파원) 

안녕하세요. 북마케도니아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활기차고 다양한 문화적 힘을 지닌 나라입니다. 풍부한 역사, 멋진 풍경, 따뜻한 환대로 유명하며 고대의 전통과 현대 문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수도 스코페는 활력 넘치는 북마케도니아의 젊음을 보여줍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의 출생지이기도 하고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며 유럽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오흐리드 호수는 숨 막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곳곳의 역사적인 유적지를 탐험하고 발칸 요리를 즐기며 독특한 문화적 혼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북마케도니아의 위치. 대한민국과는 2019년에 공식 수교했다.사진 구글지도 캡처
북마케도니아의 위치. 대한민국과는 2019년에 공식 수교했다.사진 구글지도 캡처

부장관님의 청소년 시절이 궁금합니다.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고 무엇을 고민하며 성장해 왔는지요?

학창 시절은 제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막막한 시기였습니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우리나라에는 여러 민족이 공존합니다. 당시 알바니아계와 마케도니아계의 분쟁과 갈등으로 나라 분위기가 굉장히 어수선했습니다. 전쟁이 드리운 두려움과 불길함이 강했고 그것을 이길 수 있는 빛의 힘은 펜과 종이 외에는 없었습니다. 폭력이 싫었던 저는 배우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며 돌파구라는 마음으로 공부에 임했습니다.

알바니아 언어로 고등 교육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바니아계였던 저는 불가피하게 비인가 사립학교인 테토보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하고 학교 공부와 동아리 활동을 균형 있게 조절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대학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고, 2년 동안 최우수 성적을 낸 학생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몇 년 후 국가에서 테토보 대학을 고등 교육 기관으로 승인하면서 제 학력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암울하고 불안했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고 더 간절히 공부할 수밖에 없던 시간이었습니다.

국제발칸대학교 입학식에 교육과학부를 대표하여 참석했다. 북마케도니아 대통령도 자리에 함께했다. 사진 아김 누히우 페이스북
국제발칸대학교 입학식에 교육과학부를 대표하여 참석했다. 북마케도니아 대통령도 자리에 함께했다. 사진 아김 누히우 페이스북

펜과 종이의 힘이 유일한 희망이었다는 말이 크게 들립니다.

지난至難한 공부의 과정, 배움의 길 위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넉넉지 않은 집의 온 가족들이 장남인 제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희생하고 지원해 줘서 공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책임감과 추진력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이며 그것만이 성장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이었습니다. 호기심과 배움의 열망을 꽃피울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도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이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지만 담임 선생님께서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셔서 수학에 대한 부담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 대학시절에도 현명하고 자애심 가득한 교수님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확하고 매우 이해하기 쉬운 접근방식으로 지식을 가르쳤고, 가정假定을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다양한 관점을 탐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들은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서 깊은 지적 담론에 참여하도록 독려하여 제 내면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배움을 통해 역사의 가르침,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판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를 배웠습니다.

북마케도니아 대표명소인 오흐리드 호수. 호수를 품은 오흐리드는 도시 전체가 198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북마케도니아 대표명소인 오흐리드 호수. 호수를 품은 오흐리드는 도시 전체가 198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틈틈이 학교 현장을 찾아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나라의 미래를 그려본다. 사진 아김 누히우 페이스북
틈틈이 학교 현장을 찾아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나라의 미래를 그려본다. 사진 아김 누히우 페이스북

법학을 전공했고 테토보 대학의 법학과 교수이기도 했습니다. 내무부, 법무부를 거쳐 현재는 교육과학부에서 부장관직을 맡고 계십니다.

제가 법을 공부하던 시절 북마케도니아는 봉건제의 잔재가 있었고 각각의 지방은 통합되지 않았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사회 분위기를 화합과 평등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법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며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가의 구조와 법의 구조는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입니다. 법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욱 공부에 몰두했습니다. 국민의 법적 안전을 보장하고 그 존엄성을 인정하며, 모든 국민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의 힘을 통해 제가 속한 사회는 존귀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정의에 대한 매혹, 배움에 대한 열정,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욕구가 더해지면서 정치 분야에도 눈을 돌리게 됐고, 현재는 국가와 국민에 봉사할 수 있는 모든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내무부, 법무부, 교육과학부, 다양한 분야의 장관·부장관직을 역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책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책’이 있어 오늘의 그가 있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독서의 필요성이다.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사진 아김 누히우 페이스북
‘책’이 있어 오늘의 그가 있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독서의 필요성이다.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사진 아김 누히우 페이스북

내무부 장관직을 맡을 때 알바니아계 최초의 북마케도니아 장관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상황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북마케도니아 내에 갈등과 차별이 존재합니다. 서로 다른 민족 간의 온전한 화합이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북마케도니아는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소통과 화합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학창 시절 알바니아 언어로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없었지만 지금의 학교는 오전에는 알바니아어, 오후에는 마케도니아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2주마다 그 순서를 바꿔 두 언어가 차별받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제 이력 역시 화합의 상징성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다름의 가교 역할을 하여 북마케도니아의 성장을 돕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오바마와 같은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다소 이질적인 인물이었지만 누구보다 훌륭하게 미국을 통합과 안정으로 이끈 지도자입니다. 저 역시 그런 역할을 해내어 북마케도니아의 변화에 중심에 서고 싶습니다.

지난 7월 한국월드캠프의 리더스컨퍼런스 현장에서. 세계각국 청소년 문제의 현안과 해결책에 대해 한국 대학생들과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IYF
지난 7월 한국월드캠프의 리더스컨퍼런스 현장에서. 세계각국 청소년 문제의 현안과 해결책에 대해 한국 대학생들과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IYF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현재 계신 교육과학부에서 북마케도니아의 청소년들을 위해 어떤 일을 수행 중이신가요?

통계적으로 봤을 때 북마케도니아의 학생들은 마약이나 심각한 형태의 범죄에 아직 노출이 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청소년들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더 배우고 공유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대면 소통의 거부, 스트레스, 고립, 외로움을 유발했습니다. 북마케도니아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은 더욱 깊은 사고와 소통의 능력을 함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마음을 교육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음의 교육’이 없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청소년의 유연하고 건강한 마음을 위해 독서를 적극 권장해 사고력, 분별력, 포용력을 갖도록 합니다. 또한 모든 학교에 마인드 교육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구상 중입니다. 올여름 IYF 한국월드캠프 장관포럼에서 마인드 교육이 최우선이라는 메시지에 크게 공감했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국월드캠프 장관포럼에서 한 주제발표. 지식을 배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한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조화를 이루는 삶이 가치있다고 역설했다. 사진 IYF
한국월드캠프 장관포럼에서 한 주제발표. 지식을 배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한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조화를 이루는 삶이 가치있다고 역설했다. 사진 IYF

지난 한국 방문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셨을 듯합니다. 한국의 마인드 교육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북마케도니아를 대표해 마인드 교육에 대해 배우고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소홀히 하는 마음의 세계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이해하며 그 마음의 기능을 올바르게 사용하려는 IYF의 시도는 대단했습니다. 마음의 교육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제 의견과도 일치했고요. 마인드 교육은 깊은 사고, 자제력, 적응력, 소통과 융합 능력 등 모든 리더의 자질과도 통합니다. 우리 자신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가치관, 문화, 도덕과도 조화를 이룰 핵심 가치입니다. 그것을 전하는 마인드 교육의 설립자 박옥수 목사님은 큰 열정과 비전을 지닌 매우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그의 생각은 논리적일 뿐 아니라 마음속, 영혼으로부터 나온 인상을 받았습니다. 강연을 할 때마다 입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온 몸과 마음으로 뜻을 전달하여 청중이 메시지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게 합니다. 세계 곳곳에 친구가 많았고 그들과 사귐을 갖고 교류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시대에는 그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젊은 세대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 세계가 수세기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개방적인 마음가짐, 적응력, 새로운 지식과 기술 습득에 대한 의지가 필수입니다. 자기 계발과 개인적 성장을 위한 기회를 끊임없이 찾으며 멈추지 마십시오. 우리 주변에도 따뜻한 관심을 갖고, 차이를 이해하며 존중할 수 있는 포용적인 사고를 갖기를 바랍니다. 또 ‘회복탄력성’을 기억하십시오. 실패로부터 배우고 인내하며 이겨내는 탄력성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단력과 낙관주의로 장애물에 대처할 수 있는 탄력있는 마인드셋을 기르세요. 자신의 여정은 유일무이한 것입니다. 그 길에 확신을 갖고 가치에 충실하며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신의 잠재력을 절대로 저평가하지 마십시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여러 차례 교육의 힘을 강조했다. 분쟁이 있었던 북마케도니아의 진정한 변화는 펜과 종이의 힘에서 나올 것이라 하였다. 자신의 청소년 시절, 혼란과 갈등으로 얼룩진 나라의 정세에 흔들리지 않고 희망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배움의 가치 때문이었고, 청소년들이 교육을 통해 건강하고 포용적인 마음으로 급변하는 세계에 대처하고 성장해 가길 바랐다. 또한 그는 계속 꿈을 꾼다. 북마케도니아의 화합과 통합을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비전을 품은 그의 여정은 날로 새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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