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녀를 감당하지 못해서 아들이나 딸을 데리고 저를 찾아오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언젠가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저를 만나러 온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학생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내가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대꾸하는 말이 총알처럼 튀어나왔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보통 사람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머리가 좋아 보였습니다.

내가 싱긋 웃자, 학생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어머니의 걱정 가운데 하나가, 아들이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더 이상 학교에 안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그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왜 고등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해?”
“공부할 필요가 없어요.”
“왜?”
“하기 싫으니까요.”
“어떻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아?”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예요.”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직장에 가지 못하고, 그러면 돈을 잘 벌지도 못하잖아.”
“적게 쓰면 되죠.”
“많이 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할래?”
“열심히 일하죠.”

생각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 듯 학생의 입에서 빠르게 답이 튀어나왔습니다.
내가 조용히 그 학생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너는 똑똑한 아이야. 그런데 어른이 이야기할 때 중간에 네가 말을 가로채는 것은 잘못된 습관 같다.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네가 몇 번이나 말을 끊었는데, 그건 고쳐야 하지 않겠어? 한번 고쳐 봐라.”

그 학생이 약간 당황했습니다. 상대가 부모님이든 누구든 말싸움을 해서 져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자신이 꺾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내가 그 학생을 바라보며 싱긋 웃자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래,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는데 내가 이렇게 하면 안되지.’라는 사실을 마음에서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잘 조절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내가 이야기하면 다 끝나기도 전에 대꾸하는 말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그렇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말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자신도 자제할 수 없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그 학생은 자기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빠 때문에 속이 상해요.”
“아빠가 어떻게 하시는데?”
“돈을 못 쓰게 해요. 아빠가 준 돈도 아니고 내가 세배해서 받은 돈인데요.”
“아빠는 너보다 경험이 많으시니까 널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야. 그런데 네가 아빠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기분 나쁘게 보이는 거야.”

아들이 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누군가와 그렇게 대화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모양입니다. 내가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그 학생에게 “나하고 두 번만 더 만나자.” 하고, 학생의 전화번호를 노트에 적은 뒤 내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종이로 지은 집이 비바람 앞에서 무너지듯

종이로 집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비바람이 들이치면 금방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나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재료로 집을 짓습니다. 인생의 집을 짓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모양새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종이처럼 힘이 없는 지혜나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런 지혜나 생각으로 인생의 집을 지으면 문제나 어려움이 비바람처럼 들이칠 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망가지는 인생의 집을 짓고 싶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집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종이에는 힘이 없다는 사실은 금방 알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지혜나 생각에 어느 정도 힘이 있는지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럴듯하게 보이면, 비바람이 들이칠 때 이길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런 재료들로 인생의 집을 짓습니다.

앞에 이야기한 학생은 인생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머리가 좋아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기에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인생의 집을 짓겠다고 고집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저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모습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삶을 아름답게 바꾸는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물론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어온 삶의 방식을 깨트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소리에 귀를 닫는 사람도 있습니다. 들으면 부끄럽고 괴로우니까 아예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마음 편하게 살려고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지만, 그렇게 지은 인생 집은 종이로 만든 집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버리고 좋은 가르침을 따라가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데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내가 그동안 정말 어리석게 살았구나!’ 하는 마음에 이릅니다. 그러면 삶에 변화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이어온 삶의 방식을 깨트리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좋은 가르침을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판단하면서 삽니다. 어떤 일을 두고 좋다, 나쁘다, 기쁘다, 슬프다, 괜찮다, 형편없다… 하면서 저절로 판단하는 기능이 작동합니다. 그 판단에 따라서 어떻게 반응할지도 결정합니다. 그런데 그 판단의 스위치를 끄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삶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깊게 발견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 경험이나 지식이나 생각을 버리고 좋은 가르침을 따라갑니다.

사람이 잘나거나 똑똑하거나 성실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느끼면 문제가 시작됩니다. 마음에서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이 낮아집니다. 주위 사람들이 다 시들하게 보여, 누구의 이야기도 귀에는 들리지만 마음에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마음대로 살게 되고, 그러면 대부분 잘못된 길로 들어섭니다. 문제는, 점점 잘못된 상태로 들어가는데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자신 마음대로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자동차에 속도계가 없다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알기 힘듭니다. 사람에게는 적응력이 있어서, 차를 타고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100킬로미터로 달리면 몹시 빠르다고 느끼지만, 그 속도에 적응이 되면 빠른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삶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볼 수 있는 계기가 없기 때문에, 잘못된 삶으로 서서히 들어가면 나중에는 크게 잘못되어도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여전히 자신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세계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삶을 송두리째 삼킬 고통스런 일이 닥치기 전까지는 그렇게 여깁니다. 그러나 그것은 종이로 지은 집과 같아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비바람과 추위에서 나를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비바람 앞에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종이로 만든 집이라면, 처음 지을 때부터 생각해서 제대로 지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칠 때, “뒤로 누워서 몸에 힘을 다 빼고 머리를 물속에 담그면 몸이 떠.”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대로 하면 머리가 물에 거의 잠기지만 숨을 쉴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으니까 아이가 두려워서 고개를 쳐들면 몸이 가라앉습니다. 몇 번 그렇게 하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힘을 빼고 물에 드러누워 몸이 뜨는 것을 경험합니다.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재미있으니까 자꾸 하려고 합니다. 인생이 그렇습니다. 자신을 비우는 것이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은 느낌을 가져다주지만, 비우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바뀌면 삶도 그 마음을 따라가고

변화의 시작은 ‘내가 그동안 어리석었어. 왜 이런 사실을 모르고 살았지?’를 느끼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자신보다 깊고 넓고 아름다운 지혜를 가진 사람과 교류하면서 그 마음을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받아들이는 만큼 삶에 변화가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공감을 하다가, 그것을 시작으로 점점 깊게 변화가 만들어져 갑니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좋은 마음이 내 안에 들어오면 자신의 의지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새로운 행동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면, 삶을 새롭게 하려고 각오하거나 결심합니다. 자신의 의지가 부족해서 여전히 우울하거나 어두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능한 자신을 탓하며 의지를 더 불태웁니다. 그러나 그보다 강한 유혹이 찾아오면 무너지고 맙니다. 잠에도 지고, 음식에도 지고, 게으름에도 지고, 더러운 욕망에도 지고…. 아이는 ‘내가 어떻게 아빠를 닮지?’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아버지를 닮습니다. 새 삶은 열정이나 의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변화는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마음이 바뀌면 삶이 그 마음을 따라갑니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서 마음의 세계를 연구해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마인드교육으로 집대성하였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신기한 마음여행》, 《마인드교육:원론과 사례연구》 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6권과 신앙서적 67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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