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직장인, 주부 등 많은 사람이 바쁜 일상 탓에 글 쓸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우리는 누구나 24시간을 산다. 아끼고 알차게 쓰면 시간의 값어치는 더 커진다. 자투리 시간의 가치를 이해하면 뜻밖에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글도 쓰고, 책을 낼 수도 있다. 그중에 스마트한 방법을 찾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시간을 현명하게 관리하고, 스마트 기기와 친해지면 좀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다.

《돈 버는 부동산에는 공식이 있다》를 쓴 민경남 작가는 ‘감사의 글’ 마지막 문장을 “마지막으로 긴 출퇴근 시간 동안 저를 태워주고 그 시간에 책을 쓰게 만들어 준 ‘지하철 5호선’에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라고 썼다.(민경남, 《돈 버는 부동산에는 공식이 있다》, 예문, 2016년 7월, 215쪽) 가능한 일일까? 《나도 회사 다니는 동안 책 한 권 써볼까?》를 펴낸 민성식 작가도 “글은 거의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썼습니다.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시간이 40분쯤 됩니다. … 이시간을 이용해 출퇴근할 때 한 번에 한 꼭지씩 하루에 두 꼭지 분량의 글을 썼습니다.”라며 “이렇게 짬짬이 작성한 초고를 갖고 주말이나 평일 저녁 카페에 가서 정리했습니다.”라고 말했다.(민성식, 《나도 회사 다니는 동안 책 한 권 써볼까?》, 바틀비, 2019년 1월, 35~36쪽)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는 SBS 이재익 PD는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에서 “자투리 시간에 생각을 정리하고, 잡다한 일을 처리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하라.”고 권했다. 그는 “하루에 1장씩 습관처럼 쓴다면 1년에 365장이다. 그것만 해도 장편소설 3권 분량은 거뜬히 나온다. 장편소설 한 권이 원고지로 1,000매 안팎 A4 용지로는 글자 크기 10포인트로 120장 정도니까. 참 쉽죠잉?”이라며 자투리 시간의 힘을 일깨웠다.

그는 바쁜 PD 생활을 하면서 소설, 시나리오, 자기계발서 등 모두 27권의 책을 펴냈다. 소설과 시나리오 중에는 영화로 만든 것도 있다. 이재익 PD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한 생활방식 덕분이다. 그는 글을 쓰려고 생활공간과 방식을 요일 별로 나눠 산다. 방송국에 출근하는 평일 5일 중에 이틀은 집에서 생활하고 사흘은 작업실에서 지낸다. 토요일에는 가족과 온종일 같이 지내고, 일요일에는 종일 글을 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 약속은 잡지 않는다.(이재익,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시공사, 2012년 8월, 114~115쪽) 전문작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새벽에 무엇인가 창조적인 작업을 하라고 말한다. 변화경영 연구가 고故 구본형 작가가 대표적이다. 구 작가는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에서 새벽에 두 시간을 떼어내 좋아하는 일에, 즐길 수 있는 일에 쓰라고 권했다. 새벽에는 다른 일의 유혹이 없어 집중하기 좋고, 좋아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하루 전체가 여유로워지는 장점도 있다. 그가 계산한 바로는 성인의 경우 하루의 1/3은 일, 1/3은 잠과 휴식으로 소비한다. 나머지 1/3이 임의로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임의의 시간 중 절반인 하루의 1/6, 즉 4시간은 일을 하기 위한 출퇴근, 먹고 씻고, 몸치장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결국 나머지 4시간이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인데, 이 중 2시간만이라도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면 좀 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대에 앞서 최근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을 외쳤던 인물이다.(구본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김영사, 2020년 3월, 158쪽, 162쪽)

유튜버 김유진 국제변호사는 새벽에 쓴 글로 펴낸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김 변호사는 “새벽 기상으로 인생의 보너스 타임을 얻었다.”며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면서 추가로 얻은 시간에 나의 내면을 바라봤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생긴 여유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등산, 골프, 수영, 영상 편집을 하거나, 유명인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김유진,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토네이도, 2020년 11월, 14쪽, 93쪽)

글을, 책을 쓰려면 어떻게 하라고 특정한 생활패턴을 권하기는 힘들다. 사람마다 일과 생활 리듬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습관, 기호도 다르지 않은가. 절대 기준은 없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걷다 느끼다 쓰다》를 펴낸 김욱 작가는 “나는 주로 회사에서 저녁 때 글을 쓰는 편.”이라며 “가끔 회사에서 … 아무리 앉아 있어도 전혀 집중이 안된다. 그럴 때는 회사를 나와서 커피숍에 간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컴퓨터에는 모니터가 3개가 있어서 작업하기 편하기 때문에 퇴근 시간 이후 회사에 남아 글을 쓴다. 김 작가는 글쓰기를 할 때 “모니터를 3개 쓰면 정말 편하다.”며 “가운데 모니터는 글을 쓰는 창이고, 왼쪽에 세로로 세운 모니터에는 목차를 띄워놓는다. 목차를 보면서 꼭지의 세부내용을 작성한다. 오른쪽 모니터는 자료를 찾을 때 쓴다. 가끔 헷갈리는 맞춤법도 찾아본다. 이런 이유로 나는 회사에서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려고 애쓴다. 그는 언제나 노트북, 노트북 받침대, 멀티탭, 스마트폰용 블루투스 키보드, 수첩과 펜 등을 넣은 가방을 챙긴다. 언제 어디서든 시간이 나면 글을 쓸 수 있게 준비해 다닌다. 노트북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면 손글씨나 스마트폰 앱으로 작업한다. 이때 블루투스 키보드가 유용하다. 3단으로 접으면, 손 한 뼘 정도의 크기여서 갖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다. (김욱, 《걷다 느끼다 쓰다》, 모아북스, 2020년 05월, 247~248쪽, 255~256쪽, 259쪽)

민성식 작가는 《나도 회사 다니는 동안 책 한 권 써볼까?》에 스마트폰 앱 활용담을 담았다. 여기에서 민 작가는 3가지 앱을 추천했다. 목차 짜기, 자료 수집, 글쓰기에 편한 앱이다.

목차 짜기를 할 때 좋은 앱으로는 ‘워크플로위workflowy’를 꼽았다. 간단한 문장이나 메모를 한 뒤 순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앱이다. 상-하위 단계 조정도 할 수 있어 목차 짜기를 할 때 편하다. 또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할 수 있어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불러내 작업할 수도 있다.

자료 수집할 때는 ‘포켓pocket’을 썼다. 크롬과 연동해서 쓸 수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자료로 모아두고 싶은 화면이 있으면 브라우저 오른쪽 위에 포켓 모양의 아이콘을 누르면 저장되는 기능을 제공하는 앱이다. 민 작가는 저장한 자료를 쉽게 찾으려면 해시태그를 입력해 두라고 조언했다.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할 때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문서작성 및 공유 애플리케이션 ‘노션Notion’을 사용한다.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쓰고 저장할 수 있다. 이전에는 ‘에버노트Evernote’를 즐겨 썼다.

글쓰기 앱은 개인의 필요와 목적에 맞는 것이라야 한다. 여러 사람과 동시에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면 ‘구글독스Google Docs’, 전문적인 문서라면 ‘워드 Microsoft Word’가 나을 수 있다. 집중력과 생산성을 위해서는 ‘율리시스Ulysses’, 복잡한 문서 작성에는 ‘스크리브너Scrivener’가 좋다는 평이다.

최근 일부 작가들은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 주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다. 발음만 명확하면 상당히 정확하게 텍스트로 변환된다. 운전할 때 스마트폰 음성인식 앱을 활용하면 초고는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또는 설명하듯이 말하면 자연스러운 문장을 얻을 수 있다. 또 ‘브이플랫vFlat’은 문서를 카메라로 찍으면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앱으로 자료 수집할 때 유용하다.

스마트폰 하나면 글쓰기는 물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시간이 없어서’, ‘형편이 안돼서’와 같은 핑계를 댈 수 없는 세상이다. 문제는 의지다.

글쓴이 이건우

책 쓰는 법을 연구하고 강연한다. 현재 일리출판사 대표이다. 조선일보 편집국 스포츠레저부, 수도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스포츠투데이 창간에 참여했으며, 편집국장으로서 신문을 만들었다. 서울 보성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저서로는 《엄마는 오늘도 책 쓰기를 꿈꾼다》, 《직장인 최종병기 책 쓰기》, 《누구나 책 쓰기》가 있고, 《모리의 마지막 수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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