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위한 독서, 독서지도사 13인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꾸는 매거진 ‘투머로우’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 속에 창간 14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며, 투머로우 매거진을 펼쳐 주변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하고 있다는 독서지도사들을 찾아가본다.

우리는 ‘책 읽기’를 권장하는 사회에서 살아간다. 정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보다, ‘똑같은 글을 어떻게 읽고 얼마나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가’가 중요한 시대다. 독서지도사의 사전적 정의는 ‘책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이다. 기자가 만난 한국독서 개발연구원 소속의 독서지도사들은 ‘과연 올바르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오랜 날 고민해 왔다고 했다. 지식이나 교양만 얻기 위해서가 아닌 행복한 삶을 위한 ‘독서’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또한 인문학, 현대소설, 그림책 등 읽는 책의 장르도 다양한데, 무엇을 읽든 언제나 함께하는 책이 바로 매거진 ‘투머로우’라고 한다. ‘그들은 왜 책을 집어 든 걸까?’, ‘책으로 어떤 바람을 일으켜 왔을까?’ 궁금증을 안고 독서지도사 13명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왼쪽 뒷줄부터 기정욱, 정경자, 최유진, 임미경, 박연주, 노순미, 오공주, 이정아.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독서지도사를 양성하는 한국독서개발연구원에서 인연을 맺었다.
왼쪽 뒷줄부터 기정욱, 정경자, 최유진, 임미경, 박연주, 노순미, 오공주, 이정아.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독서지도사를 양성하는 한국독서개발연구원에서 인연을 맺었다.

독서 모임에 ‘진심’이 된 이유

매주 목요일이 되면, 독서지도사 노순미 씨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주변 직장인 엄마들과 함께 퇴근 후에 독서 모임을 하기 때문이다. “독서 토론을 하면 삶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배울 수 있어요. 살면서 종종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던 건, 세상을 나의 잣대로만 봤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예전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도, 아이들도 변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라는 신념으로 엄마들을 위한 독서 모임에 열중하고 있다.

13인의 독서지도사들의 본업은 각양각색이다. 학생, 회사원, 주부, 교사, 자영업자 등. 하지만 이들이 독서지도사 자격증 취득까지 도전하며 독서 모임에 ‘진심’이된 이유는 하나였다. 책을 두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더 행복해진다는 것.

이정아: 우연히 지인들과 독서 모임에 참석했어요. 신기한 건, 책 하나를 사이에 두었을 뿐인데, 지인들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진지한 인생 고민을 말하고 있더라고요. 책이 본질적인 것을 사고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라는 걸 알았어요.

이신연: 예전에는 남편과 소통이 되지 않아서 부부싸움이 잦았어요. 한때는 ‘이대로는 못 살겠다.’라는 생각도 했는데,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남편을 바라보는 제 관점이 달라졌어요. 책이 주는 기쁨을 체험하면서, 이젠 독서 모임을 이끄는 사람이 되었네요.

최유진: ‘독서지도사’라고 하면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반대였어요.(웃음) 책을 잘 읽지 않았죠. 하지만 독서 모임을 통해 책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저는 생각의 길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 있어서 스스로 불행하다 여길 때도 많았는데, 책을 읽고 토론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행복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책과 거리가 먼 분일수록 ‘독서 모임’에 도전해 보라고 추천하지요.

왼쪽부터 송화준, 이봉우. 이들은 중년 남성들을 위한 북모임  ‘인터북스 행복발전소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주로 고전 소설을 함께 읽는다.
왼쪽부터 송화준, 이봉우. 이들은 중년 남성들을 위한 북모임  ‘인터북스 행복발전소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주로 고전 소설을 함께 읽는다.

이봉우: 사실, 독서 모임은 할 때마다 부담스러워요.(웃음) 선정된 책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토론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모임을 마치고 나면, 늘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주 동안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고 생각이 한층 깊어지는 걸 느끼거든요.

인터뷰 내용을 지면에 다 싣지 못했지만, 오랜 날 마음의 병을 앓으며 살던 이도, 가족과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고통스러웠던 이도 있었다고 한다. 그때, 새로운 희망을 선물해준 것이 독서 모임이었다.

세상에 수많은 책이 존재하며, 그 속에는 각기 다른 인생사가 있다. 13인의 독서 지도사들은 언제나 책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털어놓는 시간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그의 선택은 진정 행복으로 가는 길이었을까?’, ‘다른 결말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함께 찾아간다. 이는 책에 관한 질문처럼 보이나, 사실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열쇠다. 이 때문에 그들은 ‘독서 모임’을 통해 삶이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김선희,이신연, 박정희.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행복한 독서지도사’, ‘글 쓰는 주부’ 와 같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덕분에 즐겁고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희,이신연, 박정희.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행복한 독서지도사’, ‘글 쓰는 주부’ 와 같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덕분에 즐겁고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책으로 배우는 방법

‘나를 아는 것이 행복의 시작’, ‘속도보다 방향, 열심히 살면 될까?’, ‘옳다는 착각, 나도 틀릴 수 있다.’, ‘인생의 신기루, 사실일까? 환상일까?’ 독서지도사들이 작성해둔 독서계획안에 여러 주제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관련 도서들을 정리했는데 그림책부터 고전 소설, 현대소설, 그리고 투머로우 매거진의 칼럼까지 빼곡한 목록이 참고자료로 있었다. 그들의 책 사용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자.

정경자: 어떤 책은 우리 삶의 단면을 그려놓습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헛간, 불태우다≫가 그렇지요. 주인공의 아버지 ‘애브너’는 가난한 소작농인데 자신의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나 억울한 일을 당할 때면, 지주의 헛간에 불을 지릅니다. 그로 인해 주인공인 어린 아들은 혼란스러워하죠.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애브너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어린 아들만 가여웠죠. 그런데 독서 모임을 하면서 애브너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어요.

누군가에게 무시를 당해 억울할 때, 기자님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저는 홀로 분노를 삭이며 체념하는 편이에요. 어떤 사람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욕을 한대요. 또 누군가는 술을 진탕 마시고, 또 어떤 사람은 조용히 세상과 단절하려 하고요. 사실, 모두가 마음속으로 불을 지르며 살아가는 거죠.

그런데 그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잖아요. 애브너는 헛간에 불을 지르다 결국, 자신도 죽음을 맞아요. 방화의 칼날은 결국, 자신에게 향하게 되죠. 독서 모임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해방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김선희: 하지만 책을 읽고 오랜 시간 토론을 해도 결론을 맺지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투머로우 매거진을 펼쳐요. 거기에 이론이 아닌, 실제 인생이 담겨 있잖아요. 사람마다 어떤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는지, 넘어진 자리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나는지, 누가 손을 내밀어 주는지…. 마음의 변화를 중심으로 글이 흘러가지요. 편안한 마음으로 칼럼을 하나둘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찾던 답을 얻을 때가 있어요. ‘만약 우리가 비싼 물건보다 따뜻한 햇볕의 가치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면, 훨씬 따뜻한 사회가 되겠다.’, ‘언제 실패해도 다시 일으켜 줄 사람이 함께할 때 가장 강한 것이구나.’ 하고요.

신선애 독서지도사. 그림책《리디아의 정원》을 읽고, 꽃 화분도 고르고 소중한 이에게 편지 써보는 시간을 갖는다.
신선애 독서지도사. 그림책《리디아의 정원》을 읽고, 꽃 화분도 고르고 소중한 이에게 편지 써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들은 책을 읽고 연구하고 토론할수록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향해 있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말이다. 그 때문에 책을 선정할 때도 ‘마음’의 세계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같은 이유로 투머로우 매거진도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임미경: 투머로우 매거진을 읽다가 제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자주 만나요. 나이가 많고, 세상을 오래 살았다고 해서 마음의 세계에 대해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에요. 독서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요. 어떤 이유로 마음이 주저앉아서 일어나지 못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살다 보면 그런 인생의 웅덩이에 빠져버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을 만날 때면, 투머로우 책을 선물하곤 했어요.

오공주: 독서 모임을 하다가 한 참석자께서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챙겼는데, 아들은 엄마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다툼이 자주 생겼대요. 그런 아들이 너무 섭섭했죠. 또 자신이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시간, 쏟았던 정성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우울했다고 해요.

한아름 독서지도사. 치매 예방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아름 독서지도사. 치매 예방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북스 행복발전소 독서 모임. 종종 인문학 강사를 초청한다.
인터북스 행복발전소 독서 모임. 종종 인문학 강사를 초청한다.

그분 이야기를 듣는데, 투머로우 매거진에서 읽었던 한 칼럼이 생각났어요. 우리가 마음의 세계를 사용할 줄 알면, 미울 때 사랑을 만들 수 있으며, 절망적일 때 소망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함께 그 칼럼을 읽고,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자녀가 크면 부모를 떠나 독립하고자 하는 본능이 일어나지요. 그런데 부모는 내 배 아파 낳은 자녀이니까, 내가 온 마음을 들여 키웠으니까 무조건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요. 저도 똑같았어요. 그런데 그럴 때 꼭 자녀와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우리가 그 마음을 먼저 바꿔 보면 어떨까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분 표정이 밝아지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일정한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글을 읽다가 좋은 내용을 보면 마음에 저장해 두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써요. 말하다 보면, 저도 같이 행복해지죠.(웃음)

기정욱: 저는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시간이 날 때면 학생들과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데요. 투머로우 칼럼을 종종 활용합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한 산부인과 원장님의 해외봉사기를 읽고 나서 진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예전에는 그저 ‘멋진 PD가 되고 싶다’ 하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칼럼을 읽은 후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PD가 되고 싶대요. 참 멋진 생각이죠?(웃음)

또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한 학생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성적이 떨어졌어요.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해했죠. 그 학생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투머로우 매거진에서 ‘생각의 실체’에 관한 글을 봤어요. 우리 마음에 사실이 아닌 생각이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것을 믿지 않고, 벗어나면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종종 그 학생이 찾아오면, 이 글을 함께 읽고 생각했어요. 얼마 후, 제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선생님,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 그 생각 믿지 않을래요.” 그 이후로, 학생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어요. 그럴 때 큰 보람을 느껴요. 학생들이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좋은 책을 함께 읽고 싶어요.

 별내 시월애 독서 모임. 퇴근 후, 달큰한 차 한잔으로 노곤한 몸을 달래다보면 ‘독서 모임’은 ‘힐링’의 시간이 된다.
 별내 시월애 독서 모임. 퇴근 후, 달큰한 차 한잔으로 노곤한 몸을 달래다보면 ‘독서 모임’은 ‘힐링’의 시간이 된다.
 ‘글로리움 청년 독서 모임’. 영상 자료도 활용하고, 함께 서점 나들이를  떠나는 등 색다른 모임 방식을 모색한다. 사진제공 한국독서개발연구원
 ‘글로리움 청년 독서 모임’. 영상 자료도 활용하고, 함께 서점 나들이를  떠나는 등 색다른 모임 방식을 모색한다. 사진제공 한국독서개발연구원

책을 통해 즐거워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한 달에 한두 번 13명의 독서지도사가 한자리에 모인다. 인문학 강연도 듣고, 각자 해왔던 활동 상황을 발표한다. 평소에도 온라인 모임을 통해 소식을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한다. 최근에는 그들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려는 독서지도사들이 늘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소규모 독서 모임을 이끌던 이들이, 최근 수십 명 앞에서 독서 모임 진행법 강연을 하고 있다. 아무튼, 그들은 책을 통해 즐거워지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겠단다.

박정희: 저는 노인복지관에서 ‘이야기가 있는 캘리그라피’라는 강연을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과 그림책으로 모임을 주로 하는데요. 책 모임을 하면서 간직하고 싶은 문장 혹은 키워드를 선별해서 캘리그라피로 표현해요. 우울해하시던 어르신들이 밝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졌어요. 강연 반응이 좋아서, 다른 독서지도사분들도 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있는 캘리’라는 제목으로 책을 써보려 합니다.

기정욱: 지난여름, 세계교육자포럼에 참석했어요. 인도에서 오신 교육자들과 토론을 하는데 한국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청소년들의 사고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독서지도사 경험을 살려 국내외에서 학생들을 위한 ‘독서캠프’를 기획해 보고 싶어요.

송화준: 저는 중년 남성을 위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 연령이 되면 운동 동호회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죠. 처음에는 독서 모임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 예상보다 많은 분이 참여하고 있어요.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만 하며 살아온 분들이 ‘책’을 구실 삼아 대화하는 장을 더 크게 만들어 보려 합니다.

임미경: 독서지도사가 되기 전에, 건강한 마인드를 전하는 강사로 활동했어요. 그러던 중 ‘내가 과연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죠. 그때 ‘너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응원해 준 선배가 있었어요. 그 덕분에 힘을 얻고 다시 발을 내디딘 것이 독서지도사 활동이었어요. 최근에는 홀로 지내시는 어른들과 만나 독서 모임을 하고 있어요. 책이 그분들과의 공감대를 만들고, 자연스레 대화를 이끌어가 주는 매개체더군요. 앞으로 ‘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독서심리상담 분야도 배워보려 합니다.

인터뷰 중, ‘줌마 독서’ 모임 담당자인 박연주 씨가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하던 날에 대해 말했다. 투박하게 제작한 작은 포스터를 들고 집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으로 무작정 향했단다. 화장실, 입구 등에 붙이면서도 ‘과연 연락이 올까?’ 조마조마했다고. 그런데 며칠 뒤 함께 책을 읽고 싶다는 사람들이 연락이 왔고, 그때의 기쁨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이 독서 모임을 시작한 시기는 각자 조금씩 달랐다.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신입지도사도 있었고, 6년 차, 5년 차인 사람도, 올해로 10년이 넘었다는 베테랑 지도사도 있었다. 누군가는 ‘별것 아닌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나와 당신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며 쉼 없이 문을 두드려 왔을 그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졌다. 글을 마무리하며, 그들이 찍은 단체 사진을 살펴본다. 한 사람 한 사람 겉모습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 속에 담긴 멋진 마음들이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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