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13년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던 번안소설 《장한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 여주인공 심순애는 부모를 잃은 고학생 이수일과 결혼하기로 약속하지만, 갑부의 아들 김중배의 재력財力에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심순애는 이수일과의 약혼을 깨고 돈 많은 김중배와 결혼한다. 세월이 흘러 잘못을 뉘우치는 심순애를 이수일은 차갑게 뿌리치고, 고민하던 심순애는 대동강에 투신하지만 이수일의 친구에 의해 구조된다. 그 후로도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마침내 두 사람은 마음의 앙금을 털어내고 재회한다.

소설이나 연극의 줄거리를 다 알지는 못해도, 사랑과 돈 사이에서 돈을 선택하는 심순애와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렇게도 좋더냐?”라는 이수일의 대사는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학생 시절 장기자랑 시간에 한 친구가 신파극 변사처럼 구성진 목소리로 “사랑을 따르자니 돈이 울고, 돈을 따르자니 사랑이 울고” 했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요즘도 사랑과 돈, 사랑과 성공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갈등하고, 그 선택의 결과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들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뛰어난 점들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것을 꼽는다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순간에도 많은 선택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택을 해왔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아주 좋은 선택을 하여 인류사에 훌륭한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몹시 잘못된 선택으로 인류사를 추악한 얼룩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선택할 것이 별로 없어서 잔잔하게 살다 간 사람도 있고, 끝없는 선택으로 파란만장하게 산 사람도 있었다.

선택으로 우리 삶의 영역들이 하나하나 결정되며, 우리가 사는 세계가 형성된다. 국가나 가족이나 외모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 것들도 있지만,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세계 안에서 살아간다. 자연히 선택에는 결과가 뒤따른다. 자신의 선택으로 행복에 젖어 지내기도 하고, 헤어나기 힘든 수렁에 빠져 고통을 겪기도 한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이 곤두박질쳐서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다.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은지 아는 사람은 없다. 좋고 멋진 결과를 바라며 선택하지만 어떤 결과가 찾아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조금은 편하게 선택할 수 있겠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면 고뇌 끝에 어렵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인생길을 걷는 동안 만나게 되는 수많은 선택의 자리들 가운데 어떤 자리에 설 때가 가장 빛날까?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들 가운데 인간으로서 가장 멋진 선택의 순간은 어느 때일까? 그것은 영원한 세계를 선택할 수 있는 자리에 서는 순간일 것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영원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 영원한 생명, 우리 죄를 영원히 씻은 영원한 속죄, 인간에게 그냥 주어지는 영원한 의와 거룩…. 시간과 공간이 있는 유한 세계에 사는 인간에게는 낯선 세계이지만, 그 결과가 참되다면 이보다 멋진 선택은 없다.

글 박민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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