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노쉬 차크, 헝가리 문화혁신부 장관

기업가이자 문학인으로서, 헝가리뿐 아니라 유럽 사회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야노쉬 차크János Csák 장관. 지난해 문화혁신부 수장이 된 그는 문화와 가족 정책, 과학 분야 및 고등교육과 아동복지까지 매우 방대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아시아 리더십 컨퍼런스 참석 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이와 관련해 본지 특파원이 그의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야노쉬 차크János Csák the Minister of Culture and Innovation in The Republic of Hungary1962년 생. 재무학, 사회학, 경영학을 두루 전공한 그는 해외에서 여러 글로벌 기업의 임원으로 다년간 일했다. 2011년부터 4년간 영국 주재 헝가리 대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문화혁신부 장관이다. 정치경제 분야는 물론, 문화예술계에서도 그는 중요한 인물이다. 다양한 활동을 인정 받아 2010년 헝가리 공로 훈장 사령 십자훈장을 받았다. 줄리아 마톤Júlia Márton과 결혼해 슬하에 4명의 자녀와 7명의 손자를 두었다.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과 같은 문학을 포함, 여러 책을 헝가리어로 번역했다.
야노쉬 차크János Csák the Minister of Culture and Innovation in The Republic of Hungary1962년 생. 재무학, 사회학, 경영학을 두루 전공한 그는 해외에서 여러 글로벌 기업의 임원으로 다년간 일했다. 2011년부터 4년간 영국 주재 헝가리 대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문화혁신부 장관이다. 정치경제 분야는 물론, 문화예술계에서도 그는 중요한 인물이다. 다양한 활동을 인정 받아 2010년 헝가리 공로 훈장 사령 십자훈장을 받았다. 줄리아 마톤Júlia Márton과 결혼해 슬하에 4명의 자녀와 7명의 손자를 두었다.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과 같은 문학을 포함, 여러 책을 헝가리어로 번역했다.

장관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국을 다녀오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는데 드디어 다녀왔습니다.(웃음)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했습니다. 가게 된 계기는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의 앤서니 김Anthony Kim이 국제회의를 주관하면서 저를 패널로 초청했거든요. 막상 가보니 더 일찍 오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습니다.

저는 미국과 영국에서 일할 때 한국인 기업가와 외교관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분들도 두 나라가 오래 전부터 친척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면 수천 년의 역사가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고, 또 어떤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대가 되었습니다. 서울에 체류하면서 저는 두 나라의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그 중 한 가지는 당면한 문제들을 끊임없이 해결하고자 하는 강인한 집념이고, 두 번째는 개척정신이었습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두 나라는 수 세기 동안 거쳐온 역사*가 매우 다사다난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응전하기 위해서는 개척정신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중부 유럽에 위치한 헝가리는 대부분의 인구가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마자르족’이며, ‘마자르어’라는 고유 언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와 국토 면적이 비슷하며, 주변국의 침략에도 자국의 문화와 영토를 지켜왔다는 점이 역사적 닮은꼴이다. 현재 우리 교민 4,500여 명이 헝가리에 살고 있다.

괴될뢰 시를 방문한 차크 장관은 헝가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장학금을 확대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괴될뢰 시를 방문한 차크 장관은 헝가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장학금을 확대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방문 일정이 길지 않으셨을 텐데, 장관님께서는 한국의 정수를 다 파악하고 오신 것 같습니다. 문화혁신부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 정부 기관인가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헝가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지적,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백 년, 혹은 천 년이 지나도 살아 숨 쉬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첫째 목표입니다. 백 년 후의 경제와 기술은 오늘날과 다를 것이고, 우리의 문화 또한 변화되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 ‘불변성’이 우리 조국의 운명을 지탱하고 우리의 가치를 보존해 준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것을 계승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의 모국어와 민요, 전통 춤이 그런 것들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 모든 것들을 배우지만, 사실은 가정에서 먼저 배워야 합니다. 기자님은 헝가리에서 살고 있지만, 아마도 부모님은 집에서 한국어로 말하라고 하실 것입니다.

결국 문화와 가정은 공존합니다. 우리 문화혁신부에서 가정과 관련된 일을 담당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우리 사회에 공교육과, 공중보건, 그리고 산업 시스템과 경제 체계가 존재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나라의 문화를 보존하고 가정을 풍요롭게 만들며, 동시에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사명입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나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나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이 누리는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다양성은 선조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손들이 자국의 고유문화를 어떻게 지켜가는 게 바람직할까요?

나라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한국인과 달리, 헝가리인은 동질감이 약합니다.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무수히 많은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으면서 ‘헝가리인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사숙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인 미하이 버비치Mihály Babits는 “헝가리인이라는 것은 지적 현상이자 영적 유산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우리의 역사와 가치 그리고 유대 기독교라는 지적인 현상과 영적 유산을 아는 사람이 헝가리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헝가리의 정체성은 앞서 말했듯이 모국어와 민요, 전통 춤 외에 다른 형태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이런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동질적인 다수의 집단일수록 이 질문에 답해야 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은 인구가 5천만 명인 거대 사회이면서도 동질감이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북한의 위협이 존재함에도 안정적이고, 강한 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서울 방문에서 한국 사회의 리더들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전 세계적인 K-pop의 열풍으로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적 가치도 월등히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전통문화의 가치를 전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며 리더들은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다각도로 성찰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런 과정을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과 같이 해간다면 바람직한 방향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츠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 올여름 더위에 오토바이를 탔다.
스포츠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 올여름 더위에 오토바이를 탔다.
‘세계 독서의 날’을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여유 시간에 그는 에세이를 쓰거나 헝가리어로 책을 번역한다. 사진 야노쉬 차크 페이스북
‘세계 독서의 날’을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여유 시간에 그는 에세이를 쓰거나 헝가리어로 책을 번역한다. 사진 야노쉬 차크 페이스북

공감이 됩니다. 장관님께서는 교육 분야도 맡고 계시니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어떤 마인드가 필요할까요?

제가 청소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이든 헝가리든, 청소년에게는 또래집단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청소년들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사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두고 바라는 것이 있고, 사회적 기대 또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받는 기대와 자기 자신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균형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주변 사물을 편견없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자기 인식의 시작입니다.

한국의 급격한 출생률 감소와 높은 성형수술 비율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는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청소년 여러분들이 미래에 도전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기대수명은 80세 이상입니다. 지금 스무 살인 청년이라면 앞으로 60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다양한 인생을 살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저는 신문배달원, 대학생, 통계학자, 번역가, 금융인, 제빵사 등 정말 많은 일들을 해왔고, 지금은 장관이 되었습니다.

장관이 직접 주재하는 주례 회의. 문화혁신부 내 각 부서장들이 모여 업무 및 현안을 놓고 자유롭게 논의한다. 사진 야노쉬 차크 페이스북
장관이 직접 주재하는 주례 회의. 문화혁신부 내 각 부서장들이 모여 업무 및 현안을 놓고 자유롭게 논의한다. 사진 야노쉬 차크 페이스북

걱정할 필요 없이, 미래에 도전하라는 말씀이 크게 들립니다.

청소년들은 꿈을 가져야 합니다. 그 꿈을 위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하고요. 자신의 인생을 희생양으로 만들지 마세요. 물론 자신의 삶을 드려야 하는 일도 때로 생깁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기쁨으로 창조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기쁘게 살기를 원하세요. 그러니 먼저 우리가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어야 해요. 만일 비행기 탑승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여러분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뒤 옆사람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므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없습니다.

지난 6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있는 집무실에서 본지 이주안 특파원이 차크 장관을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사진 제공 문화혁신부
지난 6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있는 집무실에서 본지 이주안 특파원이 차크 장관을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사진 제공 문화혁신부

장관님께서는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다양한 경력을 구축해오셨습니다. 지금은 어떤 업무를 주로 하시는지, 또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어떤 지위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그 방식은 매우 단순하고 간결합니다. 저는 기업, 사회단체, 정부기관 등 어디에서든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상황과 문제를 식별해서 이를 구체화하고,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죠. 여기서 ‘해석’이란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풀어가는 절차를 체계화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저는 어떠한 문제나 상황이 명확해지면 국가나 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합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또 다른 주요 업무로 리더십 관리가 있습니다. 사회 리더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이 보다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리더가 되기 위해서 어떤 관점과 능력,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지하는 겁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줄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명확한 답이 있는 아주 간단한 문제라 할지라도 두세 가지 다른 측면에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항상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사고할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는 신호등이 적색이 아닌 녹색일 때 건너야 한다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적색 물체를 볼 때마다 멈춰서지는 않습니다. 이와 같이, 올바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편협한 리더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리더가 되지 않으려면 호기심과 열린 마음, 탐구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동료의 성공을 리더 자신의 성공으로 받아들여 축하해줄 수 있는 마음가짐도 있어야겠죠? 마치 뛰어난 제자를 보고 대견해하는 선생님이나, 자신보다 많은 것을 인생에서 성취하고 있는 자녀를 보고 기뻐하는 부모처럼 말입니다.

문화적 교류와 폭넓은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차크 장관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각 분야의 문화예술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사진 야노쉬 차크 페이스북
문화적 교류와 폭넓은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차크 장관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각 분야의 문화예술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사진 야노쉬 차크 페이스북

끝으로, 한국이나 헝가리의 젊은 인재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국가가 발전하려면 충분한 인적 자원과 경제적, 문화적 자본이 필요합니다. 이때 인적 자원의 확보는 단단한 문화가 뒷받침될 때 가능합니다. 따라서 국가의 인재라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특히 인적 자원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질 수 없는 영역이지요.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훌륭한 인재가 되는 건 아닙니다.

헝가리 역사에서 인문학적 지식은 당장 쓸모가 없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한 예로, 헝가리 국가를 작사한 시인 페렌츠 쾰체이Ferenc Kölcsey의 문학 작품은 헝가리 국내총생산 상승에 1%도 기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주는 문화적 자긍심은 환산할 수 없을 만치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만약에 국가의 인재가 되려는 꿈을 가진 청소년이 있다면, 설령 아직 발걸음조차 내딛지 못했을지라도 낙심하지 말고 깊이 사고하십시오. 그리고 마음에 꿈을 품고, 그 꿈을 소중히 이어가길 바랍니다. 그러면 꿈이 이루어지는 날을 만날 겁니다.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말하는 차크 장관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겸허한 마음과 자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희망찬 미래에 대한 포부를 느낄 수 있었다. 문화혁신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새로운 관점의 교육, 문화, 가족 정책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 어린 모습 또한 감동적이었다. 훗날 그가 임기를 마칠 즈음에 다시 만나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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