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 없기로 유명한 장강명 작가, 수치심 무릅쓰고 피드백을 받아

민음사 교정‧교열 팀을 소개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대학교수도 글이 거칠고, 문인들 글도 언제나 야무지진 않다. 이 팀은 글의 품질 유지를 위해 저자에게 원고 수정에 대한 의견을 보낸다. 저자에 따라 이를 불쾌해하기도 해서 난감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 팀이 “글 잘 쓴다.”고 꼽는 필자는 신문기자 출신 장강명 작가이다. 장 작가의 글은 손댈 데가 별로 없고, 오자도 거의 없다고 칭찬했다. (최문선, 스태프가 사는 세상, “저자와 교정지 넘기며 신경전” 글 다듬는 글벤저스, 한국일보, 2018년 3월 24일) 신문사에서 혹독하게 훈련한 덕분일까. 훈련은 피드백으로 이뤄진다. 장강명 작가는 “수치심을 무릅쓰고 자기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뒤 피드백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꼬집는 피드백을 받으면) 처음에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테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충고했다.(장강명,《책 한번 써봅시다》, 한겨레출판사, 2021년 1월, 25쪽) 아마도 그는 일간지 기자로서 피드백의 유용성을 깨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심리상태를 경험했을 터이다.

기자들은 거의 매일 직업적으로 글을 쓴다. 육하원칙에 따른 스트레이트 기사와 해설-분석 기사에 칼럼까지. 글에 파묻혀 살지만, 그들 모두가 타고난 글쟁이는 아니다. 선배들에게 훈련받고 스스로 갈고 닦아서 일정 수준에 도달한다. 신문사에서 신입 기자를 뽑을 때 글쓰기를 테스트하기는 한다. 그것 한 번으로 글쓰기 실력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입사 시험은 괜찮은 ‘원석’을 찾는 과정일 뿐이다.

신입 기자들은 선배에게 ‘쪼이고’ ‘깨지면서’ 글쓰기를 배운다. ‘쪼이고’ ‘깨지면서’를 고상하게 표현하면 ‘피드백을 받으며’이다. 선배들 역시 혹독한 피드백을 받으며 홀로 섰다. 피드백이 기자를 만든다. 선배는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물론이고, 문장 표현, 단어 선택, 조사까지 초고를 샅샅이 해체해 정확하고 적확하게 기사 쓰는 법을 몸으로 익히게 한다.

언론사에서 피드백은 일상화되어 있다. 사근사근하지 않다. 거칠다. 그 덕분에 교육효과는 확실하다. 제 몫을 하는 기자로 빨리 성장시키는 게 피드백이다.

언론계에서는 기사를 출고하기 전에 선배가 후배에게 “내 글을 한번 읽어봐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잦다. 더 나은 글, 정확한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이다. 그들은 좋은 기사를 위해서라면 체면은 개의치 않는다.

대부분 출판사는 몇 차례에 걸쳐 글을 교정‧교열한다. 교정은 문법에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교열은 글의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일이다. 교정‧교열을 거친 원고를 저자에게 보내 수정한 부분을 추인 받거나, 저자의 의견을 듣고 재수정한다. 피드백은 교정‧교열에만 그치지 않는다. 글이 흡인력이 있는지, 트렌드에 맞는지, 목표한 콘셉트를 제대로 살렸는지 등을 살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피드백은 저자와 출판사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모든 저자가 피드백을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일부 저자는 ‘지적질’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수정해 보내면 ‘원상회복’해 돌려주기도 한다. 설명, 의견이라도 덧붙여주면 좋으련만, 무작정 ‘원문 고수’를 외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래도 많은 저자는 피드백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객관적 입장에서 원고를 검증해 보내는 피드백의 가치를 이해한다. 책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이기에 최선을 다해 받아들인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담집《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에서 “(편집자의) 고쳐 쓰는 게 낫겠다는 식의 지적은 되도록 따르며 편집자의 말대로 하지는 않더라도 흠이 잡힌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손을 본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문학동네, 2018년 8월, 311쪽)

소설가 정유정은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정유정은 “(피드백을) 다 받아들인다. 아주 드물게 내 고집을 세울 때도 있는데, 그게 잘 안 통한다. … 그들은(편집자들은) 내 아군이고, 어떻게든 내 책을 멋지게 만들려는 사람들이다. 내게 손해가 될 행동은 안 한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드백과 편집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신은 쓰는 사람이고, 편집자는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재편하는 사람이고 훈련받은 사람들이어서 그들의 능력을 믿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정유정 지승호,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은행나무, 2018년 6월, 254쪽)

베스트셀러《말놀이 동시집》을 쓴 시인 최승호는 딸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여래(딸)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으니까 2004년부터 썼군요. 시를 써서 제일 먼저 딸에게 보여줬죠. 아이가 ‘재미없다’ 하면 가차 없이 버렸습니다. 그렇게 일 년에 한 권꼴로 썼죠. 언어교육에 대한 텍스트가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독자들의 호응이 큰 것 같아요.” (고두현, [파워 인터뷰] 최승호 시인 “딸에게 주려 쓴 동시… 아이들 16만 명이 읽다니 저도 놀랐죠”, 한국경제, 2011년 8월 19일)

그는 사랑스러운 딸의 피드백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동시童詩는 딸의 ‘전문 영역’이었다. 딸이 전문가였고, 냉정한 첫 번째 독자였다. “재미없다.” 하면 버렸으니…, 현명했던 듯하다. 그렇게 딸의 ‘심사’를 거친 작품이 동시집으로 묶였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들 작가가 피드백을 수용하는 까닭은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수를 줄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글을 쓰고 나서 제대로 썼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혼자 끙끙댈 게 아니라 누군가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게 좋다. 처음에는 신뢰할 수 있고 부담 없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나, 글을 잘 아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어보아야 한다.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지적받을 수 있고,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피드백을 받으면 무엇보다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뜻한 대로 제대로 썼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점검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글은 그만큼 실수, 오류의 가능성이 크다.

피드백은 궁극적으로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글쓰기 근육을 단련하는 데 피드백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글쓰기에 이해가 깊은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는다면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도 있다. 물론 당사자가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야 한다. 글의 품질은 저자 생각의 수준에 달렸다. 글의 주제에 대한 내공이 쌓여야 한다. 각종 자료를 구해 읽고 분석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해야만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는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키우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버드식 글쓰기’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이다. 글쓰기 기량을 키우기 위해 하버드가 권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가 피드백이다. 다음이 세 가지 방법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글을 쓴다.

한 가지 주제로 1,500자 내외의 에세이를 쓴다.

이 글을 동료에게 보여줘 피드백을 받고 고쳐 쓴다.’

2012년 5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올A학점’을 받고 하버드대를 수석 졸업한 진권용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어 공부를 어떻게 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라고 다소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영어 에세이를 선생님에게 자주 첨삭 지도를 받았다. 최소 일주일 전에 에세이를 써서 두세 번 첨삭 지도를 받고 최종 제출했다. 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게 가능해지면 충분히 영어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 재학 시절, 교양학부 최고 에세이 상인 ‘코난트 상Conant Prize’을 받기도 했다. (김규식, [매경이 만난 사람] 한국인 첫 ‘올A학점’ 하버드대 수석 졸업 진권용, 매일경제, 2012년 6월 15일)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데 피드백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남에게 내 글을 보이는 게 처음에는 쑥스럽고 어려울 수 있다. 한번 용기를 내면 다음부터는 편하다.

글쓴이 이건우

책 쓰는 법을 연구하고 강연한다. 현재 일리출판사 대표이다. 조선일보 편집국 스포츠레저부, 수도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스포츠투데이 창간에 참여했으며, 편집국장으로서 신문을 만들었다. 서울 보성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저서로는《엄마는 오늘도 책 쓰기를 꿈꾼다》,《직장인 최종병기 책 쓰기》,《누구나 책 쓰기》가 있고,《모리의 마지막 수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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