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쇼맨’

“한국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10대에는 학업, 20대에는 취업, 30대에는 사회적인 안정 등 어떤 관념에 맞춰서 살려는 게 강해 보여요.” 어려서 독일로 이민을 가서 2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지인이 얼마 전에 만나서 해준 말이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가슴속의 꿈과 열정을 묻어놓고 산다. 영화 ‘위대한 쇼맨’은 이렇게 사회적 통념에 눌려 산 사람들이 꿈을 찾아가는 희망의 이야기이다.

영화 ‘위대한 쇼맨’은 타고난 약점으로 그늘에 숨어 살던 사람들이 모여 완전한 합체의 무대를 만드는 내용이다. 그래서 보는 이에게 희망을 전해준다. 사진 Wallpapers.com 홈페이지
영화 ‘위대한 쇼맨’은 타고난 약점으로 그늘에 숨어 살던 사람들이 모여 완전한 합체의 무대를 만드는 내용이다. 그래서 보는 이에게 희망을 전해준다. 사진 Wallpapers.com 홈페이지

오, 이것은 가장 위대한 쇼! Oh, this is the greatest show!

남성처럼 수염이 더부룩한 뚱뚱보 흑인 여성, 왜소증으로 보통 사람의 허리만큼도 키가 못 미치는 난쟁이 청년, 키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두세 개는 더 있어 보이는 거인, 당시 미국에서 천대를 받던 서커스의 흑인 곡예사 등 영화 속 주인공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사회에서 무시와 천대를 받는 소외된 사람들이었지만, 공연 기획자 바넘 P.T.(이하 바넘)를 만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바넘 역시 가난한 양복쟁이의 아들로 태어나 무시를 견디며 살아온 인물이다. 상류층의 딸과 사랑에 빠진 그는 장인의 비아냥을 견디며 결혼을 했다. 두 딸의 아버지가 된 그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철도공사의 인부로 일한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하고 싶은 일에 도전을 시작했다.

그들의 무대는 공연미와는 거리가 멀다. 고전적인 예술미의 고풍스럽고 우아한 모습과도 관련이 없다. 흡사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모습으로 벌이는 공연은 세간의 이슈가 된다. 이들은 흥행에 성공하여 영국으로 가서 빅토리아 여왕도 만난다. 유명 일간지의 공연 비평가는 수준 낮은 저질 공연이라고 비난을 쏟아내지만, 누구도 삶의 의미를 발견한 이들을 막을 수는 없다. 흉측한 모습 때문에 남의 낯을 피해 집에서만 지냈고 더부룩하게 난 수염 때문에 커튼으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고 노래를 부르며 외로움을 달래던 과거와는 현재의 행보가 비교할 수 없이 행복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감명을 받아서 상류층 연극인인 필립 칼라일(잭 에프론 분)도 그들과 함께 일하며 우정을 나눈다.

바넘이 공연장 건물에 화재가 나서 모든 것이 불타 절망에 빠졌을 때에 이들이 다가와 위로와 용기를 전해준다. “당신은 부모조차도 부끄러워했던 우리를 세상에 데리고 나와서 주목받게 해줬고, 진정한 가족을 선물해 줬어요.”, “남은 것은 우정 사랑 그리고 바로 당신이죠.” 이렇게 격려하고 다시 일으킬 힘을 주었다.

배우 케알라 세틀이 수염 난 여인 레티 러츠를 연기하고 있는 모습. 그는 감성적이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삽입곡 ‘This is me(이게 나야!)’를 불러 화제가 됐다. 사진 today 홈페이지
배우 케알라 세틀이 수염 난 여인 레티 러츠를 연기하고 있는 모습. 그는 감성적이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삽입곡 ‘This is me(이게 나야!)’를 불러 화제가 됐다. 사진 today 홈페이지

누구도 꿈을 이루며 살 자격이 있다

바넘 역을 맡은 배우 휴 잭맨은 영화를 소개하는 인터뷰에서 “위험을 무릅쓰면서 꿈을 따라가고, 그 안에서 모든 사람이 가진 특별함을 축하하는 이야기가 와 닿았다. 흥겨운 음악을 즐기며 미소를 머금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랑스러워한 적이 있다. 휴 잭맨은 우리나라에서 영화 ‘레미제라블’로, 잭 에프론은 디즈니사의 ‘하이 스쿨  뮤지컬’로 우리나라의 대중에게도 아주 익숙한 배우이다. 이들을 비롯한 미셀 윌리암스, 레베카 파거슨, 젠데리아 클먼 등 가창력을 자랑하는 쟁쟁한 배우들이 104분이라는 다소 짧은 영화에서 압도적인 연기력을 빛낸다.

시작부터 끝까지 웅장하면서도 세련되고 화려하다. 인트로 음악은 우리나라에서도 TV 속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BGM이나 광고 삽입곡으로 애용될 정도로 유명하다. 또 영화에 나오는 모든 곡들이 주옥 같다.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도 당시 미국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록 스타일과 모던한 팝을 결합한 느낌이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숨어 살아야 했지만, ‘이게 나야, 나는 이제 이런 나 자신을 사랑할래!’라며 세상으로 나와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한다. 노래 가사 또한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누구나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관객의 마음에 입력하는 듯하다.(영화에서도 바넘은 자신을 비난하는 비평가에게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비평가가 진짜 사기꾼”이라며 일갈을 날린 바 있다.)

Through the dark, through the door 어둠을 지나, 문을 지나

Through where no one’s been before 그 누구도 간 적이 없는 곳

But it feels like home 하지만 내 집 같이 포근한 곳

They can say, they can say it all sounds crazy 다들 내게 미쳤다고 하겠지

They can say, they can say I've lost my mind 다들 내게 정신나갔다고 하겠지

I don’t care, I don’t care, so call me crazy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어.

We can live in a world that we design 우리만의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야

Cause every night I lie in bed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

The brightest colors fill my head 가장 밝은 색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주네

A million dreams are keeping me awake 수많은 꿈들이 날 잠 못 들게 해

I think of what the world could be 어떤 세상이 올까 생각하곤 해

A vision of the one I see 내가 바라보는 그 세상

㈜20세기폭스 코리아의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은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다. 제44회 새턴 어워즈에서 최우수 액션·모험상을 받았고,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사진 Wallpapers.com 홈페이지
㈜20세기폭스 코리아의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은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다. 제44회 새턴 어워즈에서 최우수 액션·모험상을 받았고,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사진 Wallpapers.com 홈페이지

현실이 막막해 보일 때 봐야 할 영화

영화는 실제 인물 바넘의 인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바넘은 19세기 서커스의 선구자이자 마케팅 천재로서 서커스단과 함께 쇼를 연출해서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그의 무대에는 박제된 새와 미라, 복화술사, 난쟁이, 거인 등은 물론, 뱀과 원숭이도 올라와 엄청난 구경거리를 제공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영화는 바넘의 인생을 너무 미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불균형의 신체를 갖고 태어난 이들이 재능과 끼를 펼치고, 고난을 딛고 일어서게 한 사실은 그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질 만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꿈은 꼭 일찍 이뤄서 성공 가도를 달리지 않아도 된다. 남들보다 좀 어렵고 늦게 시작해도 된다. 천천히 가도 된다. 내가 생긴 이 모습대로 열심히 살면, 고맙게도 이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긴다. 그 사람들이 친구이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삶의 의미를 찾고, 때로 찾아오는 역경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영화는 이 단순한 인생의 섭리를 담았다.

피니어스 바넘(Phineas Taylor Barnum, 1810~1891)은 같은 사물이나 상황을 남다르게 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만든 서커스단 ‘링링 브라더스 & 바넘 & 베일리’는 영화 ‘위대한 쇼맨’의 현실 버전이었다. 사회적으로 환대 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무대에 등장시켜 맘껏 춤추고 노래하면서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이 엄청난 성공을 거둬 오늘날까지 미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홈페이지 
피니어스 바넘(Phineas Taylor Barnum, 1810~1891)은 같은 사물이나 상황을 남다르게 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만든 서커스단 ‘링링 브라더스 & 바넘 & 베일리’는 영화 ‘위대한 쇼맨’의 현실 버전이었다. 사회적으로 환대 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무대에 등장시켜 맘껏 춤추고 노래하면서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이 엄청난 성공을 거둬 오늘날까지 미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홈페이지 

살다 보면 먹고사는 게 막막하고, 노력을 해도 형편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 런 날에는 영화 ‘위대한 쇼맨’을 보는 게 어떨까. 이는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봤다는 사람은 없다’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에 대해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며 힘든 일도 이겨낸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고 저마다 인생을 곰곰이 성찰하면서 삶의 희망을 그려나간다면 관객들의 미래도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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