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김상운 작가의 《왓칭》에 이런 사례가 나온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엘렌 랭거 교수는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1979년에 특별한 실험을 했다. 미국 햄프셔 주의 한적한 마을을 20년 전처럼 꾸며 놓고 노인들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본 것이다. TV도, 신문도, 대화도, 소품들도 모두 1959년 당시의 인테리어로 해놓았다. 일주일간의 실험을 마친 뒤 의사들이 참여한 노인들의 몸을 검진했는데, 매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특히 손가락 길이가 확연하게 길어져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검진을 맡았던 한 의사의 소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30대 후반부터 척추 디스크가 닳아서 키가 줄어듭니다. 손가락 마디에 관절염이 생기면 손가락 길이도 짧아지고요. 그런데 일주일 만에 노인들의 손가락 길이가 이렇게 늘어나다니 불가사의하네요.”

그로부터 31년이 흐른 2010년, 영국의 BBC TV에서 엘렌 랭거 교수의 자문을 받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이제는 꼬부랑 노인들이 된 20~30년 전의 인기 스타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옛날 젊었을 때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도록 한 것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소품도 몽땅 옛날 것들이었다. 그들의 몸도 뉴햄프셔 노인들처럼 달라졌을까?

일주일간의 실험 기간이 끝난 뒤 이들의 변화를 담은 BBC 프로그램 ‘The Young Ones’를 시청한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휠체어를 타고 실험에 참여했던 팔순의 여배우가 휠체어를 버리고 혼자서 걸어서 나왔고, 거동이 힘들었던 유명 인기 연예인은 무대에서 탭 댄스를 추었다. 지팡이에 의지해야 했던 왕년의 뉴스 앵커도 지팡이 없이 뚜벅뚜벅 무대 계단을 걸어서 올라왔다. 이런 모습에 시청자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의사들이 출연자들의 몸을 검진해 보니 실제로 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머릿속이 온통 젊은 시절의 순간들로 채워지면 몸도 저절로 젊어진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였다.

사진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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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대로, 스웨덴의 생리학자 살틴 교수는 생각이 몸에 가져다주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했다. 실험 기간은 총 3주, 실험 과제는 나는 운동을 못한다는 ‘생각’으로 침대에서 2주 동안 먹고, 자고, 푹 쉬는 것이었다. 2주 후의 결과는 어땠을까? 멀뚱멀뚱 천장만 보며 누워 있던 참가자들의 근육량은 크게 줄었고, 대다수가 피부에 주름이 잡히는 40~50대의 건강 상태로 퇴행해 있었다. 그 뒤로 1주일 동안은 이들에게 새로운 생각 하나를 더 추가해주었다. ‘나는 서 있을 수 있을 만치 건강해!’라고 생각하게 했고 실제로 하루에 5분간 침대에서 내려와 서 있도록 했다. 대단한 운동을 시킨 것도 아니고 그냥 서 있게만 한 것인데 불과 며칠 만에 노화되고 있던 몸이 놀라울 정도로 젊음을 회복했다. 살틴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 ‘몸은 우리의 생각을 읽고 그대로 변화한다.’라는 사실을 입증해주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학생 평가 1위 강의로 선정된 켈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 교수의 ‘새로운 스트레스 과학New Science of Stress’ 수업은 전 세계에서 1천만 명 이상이 시청한 테드TED의 인기 강연이기도 하다. 이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스트레스의 힘》이라는 책이 나왔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암의 발병 원인이 되고, 우리를 병들게 하는 나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맥고니걸 교수는 스트레스를 마음으로 잘 다스리기만 하면 나를 자극하고 성장하게 하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1998년에 미국의 성인 3만 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조사 결과, 이들 중에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은 사람들은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했고, 반면에 스트레스는 있지만 해롭다고 믿지 않은 사람들은 사망 확률이 증가하지 않는 걸로 밝혀졌다. 따라서 스트레스의 유무보다는 스트레스가 해롭다는 ‘믿음’이 결합될 때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신체 반응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켈리 맥고니걸 교수가 TED에서 ‘새로운 스트레스 과학’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 TED YOUTUBE 
켈리 맥고니걸 교수가 TED에서 ‘새로운 스트레스 과학’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 TED YOUTUBE 

한 예로,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뛰고 호흡이 빨라지며 땀이 난다. 심장이 빨리 뛰게 되면 호흡이 빨라져서 뇌에 산소를 더 공급해 줄 수 있다. 스트레스는 삶이 잘못되었다는 경계 신호가 결코 아니다. 만약 우리 삶에 스트레스가 없다면 좋은 걸까?

맥고니걸 교수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스트레스가 적은 삶이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은 삶의 목표도 없다는 것이다. 편하기만 한 삶은 발전이 없다.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을 한번 보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 최고의 목표점에 도달한다. 그것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주는 성취감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스트레스가 해로운 것인가?’에서 ‘스트레스를 유익한 것으로 전환할 능력이 나에게 있다고 믿는가?’로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잘 활용해서 더 건강하고 훨씬 활기차게 살 수 있다. 젊음도, 노화도, 무기력도, 활기도, 결국엔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글쓴이 윤미화

경남 남해 출생.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MBA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의령에서 30년 째 살면서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알아두면 유익한 1일 1지식 한달 교양수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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