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픽 바이블 칼리지 로날드 하든 총장

최근, 로날드 하든 총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미국의 에픽 바이블 칼리지는 1974년도에 건립되었고, 졸업생의 90퍼센트가 해외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대학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다섯 번째로, 하든 총장은 기독교지도자연합이 개최한 세계기독교지도자 포럼에 참석하러 왔다.

“한국에 오면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한국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흘렀지만, 한국 사람들이 당시 미국 병사들의 희생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미국이 어떤 사람을 한국에 가장 많이 보냈을까요? 바로 선교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은 놀랍게 성장했습니다.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가 되었죠. 놀랍고 감사한 일이죠!” 이런 이유로 한국에 오면 떨어져 살던 가족을 만난 듯 기쁘다는 것이 그의 한국 방문 소회였다. 이외에도 ‘감사’하고 ‘감탄’할 이유가 몇 가지 더 이어졌다. 주변 참가자들에 따르면, 만나는 사람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던 사람이 로날드 하든 총장이다. ‘그런 분이라면, 청소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궁금증을 안고 마주앉았다.

로날드 하든Dr. Ronald W. Harden1982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첫 강의를 하던 날에는 신경안정제를 먹을 정도로 떨렸다는 로날드 하든 박사는, 이제 학생들을 수업에 쏙 빠져들게 하는 교수이자 그들을 사랑으로 이끄는 총장이 되었다. 가정에서는 자상한 남편이자, 친근한 아버지,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일곱 손주의 할아버지이다. 성경 구절인 “여호와를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를 삶의 모토로 삼고 있다. 사진 안경훈 기자
로날드 하든Dr. Ronald W. Harden1982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첫 강의를 하던 날에는 신경안정제를 먹을 정도로 떨렸다는 로날드 하든 박사는, 이제 학생들을 수업에 쏙 빠져들게 하는 교수이자 그들을 사랑으로 이끄는 총장이 되었다. 가정에서는 자상한 남편이자, 친근한 아버지,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일곱 손주의 할아버지이다. 성경 구절인 “여호와를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를 삶의 모토로 삼고 있다. 사진 안경훈 기자

반갑습니다. 한국을 다섯 번째 방문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저는 어떤 곳을 여행하든 그곳 사람들에게 관심을 둡니다. 제가 본 한국인은 어떤 일이든 온전히 해내려고 하는 열정과 끈기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특히, 누군가와 협동하는 능력이 뛰어나지요. 멋진 분들입니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어른을 존경하는 문화도 참 좋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을 방문해 세계 각국 리더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자신을 높이지 않고 복음만을 위한 삶을 살아온 한국인 목사님을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 삶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 일화도,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하고 싶어하는 삶의 방향도 같았습니다. 함께 협력해서 더 많은 일을 해나 가고자 합니다.

그렇군요. 총장님의 인생 여정도 궁금해집니다.

학창 시절, 저는 무척 소심한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재혼하셨습니다. 새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는 분이라 늘 불안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유일하게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이 학교였어요. 공부에 열중했고 특히 수학, 물리 등을 공부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고통은 여전했습니다. 어린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죠. 살아 있지만, 꼭 죽은 것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열다섯 살에 예수님의 사랑을 알았습니다.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그 사실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때부터 하나님이 저와 함께하시면서 넘치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여기서 기쁨이란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을 때 느끼는 행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마음 중심에서 평안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말하죠. 그 기쁨이 제 삶 곳곳을 이전과 다르게 밝혀 주었습니다. 이후 신학 공부를 시작했고,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학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신학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태어났고, 지금은 일곱 명의 손주들이 있습니다. (휴대폰 안의 사진을 가리키며) 보세요, 너무 이쁘지요? 제가 이런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는 한번도 상상한 적이 없습니다. 모두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로날드 하든 총장의 사랑스러운 손주들. 어린시절 불행했던 가정 속에 자라며,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자신이 없었던 그이기에, 지금의 삶이 기적이며 축복이라 말한다. 사진제공 로날드 하든
로날드 하든 총장의 사랑스러운 손주들. 어린시절 불행했던 가정 속에 자라며,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자신이 없었던 그이기에, 지금의 삶이 기적이며 축복이라 말한다. 사진제공 로날드 하든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는 지혜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고통스러운 상황에 빠지기도 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죠. 저희 아이들뿐만 아니라,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저는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잠시 물러서서 ‘어떤 것에 주목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고요. 아이들을 키울 때도,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언제나 어려운 일은 있었습니다. 당장 우리 눈 앞에 보기엔 슬픔이고 고통이었지만, 훗날 돌아보면 기쁨과 감사로 뒤바뀌었어요. 저는 슬픔 너머에 찾아올 기쁨에 주목했어요. 하나님을 바라보았죠. 또한 슬픔 속에서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감사할 조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행복입니다.

에픽 바이블 칼리지에 부임하신 지 얼마나 되었나요?

1982년도 12월부터였으니, 40년 정도 되었네요. 당시 첫 사역지가 이곳 에픽 바이블 칼리지였습니다. 처음에는 6개월 정도 있을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아내가 자신의 모교인 이곳에서 조금 더 지내고 싶어했죠. “그래, 좋아.”라고 답을 했는데, 그 후로 40년을 6개월처럼 살았네요.(웃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일이나 청소 등 다른 부업을 함께 겸하기도 했어요. 생명의 탄생에 필연적으로 수고가 따르듯, 희생이 없을 수는 없죠.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학교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으니까요.

저희 학교는 누구든지 배우고,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끝까지 학업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저희의 역할이라 생각하지요. 공부를 마친 졸업생이 모두 목회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일반 직장인도 있고요, 교회에서 어린이 선교를 담당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전 세계로 흩어진 졸업생이 각자의 자리에서 소망을 전하고, 타인을 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종종 SNS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데요. 한 명 한 명 모두 그립고, 소중한 이들입니다. 10년 뒤에, 20년 뒤에, 30년 뒤는 또 어떤 모습일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에픽 바이블 칼리지에서 함께 일하는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현재 65명의 교수진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사진제공 로날드 하든
에픽 바이블 칼리지에서 함께 일하는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현재 65명의 교수진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사진제공 로날드 하든

지금까지 많은 학생을 만나오셨을 텐데요. 최근, 마음의 병으로 고통당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삶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이 무너지는 것이 시작이라고 봅니다. 가정에서 평안을 찾을 수 없는 아이들이 마음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다가 마약이나 성적인 문제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결국, 마음에 공허함과 끝없는 고통만 남길 뿐입니다. 이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사람이 진정한 기쁨도 느끼지 못하고, 평안도 느끼지 못하며 이후에는 죄를 지어도 그 잘못을 감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하고요. 아주 뜨거운 물체를 실수로 손에 쥐면, 깜짝 놀라며 얼른 내려놓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죠. 그런데 감각이 무뎌지다 보니, 뜨거운 물체로 인해 손이 다 타버리고 나서야 뒤늦게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걸 느끼는 것입니다.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 ‘우리 개개인 모두가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당연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정확한 진리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중요한 진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쉽게 접하는 대중매체나 영상물 속에서 도덕성을 배우고, 삶의 가치관을 정립해갑니다. 하지만 그 세계는 현실과 비슷해 보일 뿐, 엄연히 다른 가상의 세계죠. 거기서 오는 오류들이 많습니다.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저렇게 해야 한다.’라는 가르침은 공허한 외침일 뿐, 힘이 없습니다. 사람 마음 중심에서부터 변화할 수 있어야 하죠. 저는 기독교 지도자의 역할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시대에,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이 가진 지식을 뽐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적으니까요.

미국은 지난, 10년 간 기독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참여도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청소년들은 이 사람이 자신을 사랑으로 대하는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서 자신을 향한 사랑이 느껴지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으려고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저보다 훌륭하게 사는 리더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온전히 예수님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함께 기도하는 지도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 우리 사회가 더 밝아지고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로날드 하든 총장은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한국 대학생 및 중고등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둘러보고,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는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주기 위해서는 종교 지도자들의 변화가 먼저라고 말한다. 사진제공 CLF
로날드 하든 총장은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한국 대학생 및 중고등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둘러보고,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는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주기 위해서는 종교 지도자들의 변화가 먼저라고 말한다. 사진제공 CLF

투머로우는 청소년들이 즐겨 읽는 잡지입니다.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여러분이 하는 일이 가치 있고 선한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가 우리가 원하는 만큼 진전을 보지 못할 때, 멈춰 버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포기하지 말고, 계속 걸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어린 시절의 환경이나 현실을 생각하면, 저는 여기에 있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연약할 때도, 실패했을 때도 우리는 사랑 안에 있습니다. 그 사랑과 연결되면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예요.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나는 안되는 사람이네.’ 하고 쉽게 결론을 내지 마세요. 제가 늘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지금이 바로 영광이 나타나기 직전이에요! 이 코너 끝에 바로 기쁨이, 영광이, 행복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 메시지를 떠올리길 바랍니다.

그는 미국에 돌아가면 곧 개교 50주년 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8월은 축하할 일이 많은 달이라며 기대에 찬 모습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8월은 제가 태어난 달이며, 43년 전 제 아내와 평생을 약속했던 달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어둠으로 가득했던 제 삶이 감사와 사랑이 넘치는 삶으로 새롭게 태어난 달이었죠. 그래서 저는 8월을 참 좋아합니다.”

로날드 하든 총장은 50년 전 우연히 들었던 설교가 자신의 삶을 바꾸었듯, 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소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기자에게도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주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결국, 사람을 치유하고 바꾸는 것은 사랑이라고. 그치지 않을 것 같은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그가 느꼈던 깊은 사랑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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