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아람(현 시리아)의 군대장관 나아만이 많은 군사를 이끌고 이스라엘로 쳐들어갔다. 나아만은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술에 아주 능한 장군이어서 이스라엘이 아람의 군대를 당해내지 못했다. 나아만은 군사들을 이끌고 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까지 진격해 갔다.

하루는 나아만이 한 아가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부하들에게 잡아오라고 했다. 군사들에게 붙들린 아가씨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놓으세요. 왜 이래요? 나 집에 갈래요!”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나아만 장군이 잡혀온 아가씨에게 말했다.

“내 아내가 집에서 외롭게 지낼 때가 많은데, 네가 우리 집에 가서 살면 좋겠다.”

나아만 장군의 아내도, 나아만도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가씨는 아람으로 끌려가 나아만 장군 집으로 갔다.

“여보, 내가 전쟁터에 가 있는 동안 적적하지 말라고 이 아가씨를 데리고 왔으니 당신 몸종으로 삼아.”

느닷없이 사로잡힌 아가씨는 적국인 아람으로 끌려가서 나아만 장군 아내의 몸종이 되었다. 일어나서 청소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매일 바쁜 일과가 이어졌다. 잠시 시간이 나면 생각에 잠겼다. ‘내가 왜 이곳에서 지내야 하지? 집에 돌아갈 수는 있을까? 부모님은 잘 계실까? 내가 잡혀온 것을 아시기나 할까? 얼마나 나를 찾으실까? 언니나 동생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슬픔에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종살이도 서러운데 고통스러운 일이 또 있었다. 나아만의 옷을 빨래할 때마다 속옷에 고름이 묻어 있는 것을 보았다. ‘장군이 문둥병에 걸렸구나.’ 잘못하다가 자신도 문둥병에 걸릴까 봐 두려웠다.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이 아가씨 마음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저 문둥병, 우리나라 사마리아에 계신 엘리사 선지자에게 가면 고칠 수 있는데….’ 그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장군님이 사마리아에 가서 문둥병이 나아서 오면 이 집안에 있던 슬픔이 떠나겠구나.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해지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아, 이 일을 하라고 하나님이 나를 이 집에 보내셨구나! 그렇다면 내가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

어느 날 아가씨는 나아만 장군의 아내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모님, 말씀드릴 게 있어요.”

“무엇인데?”

“장군님 병에 관한 거예요.”

“뭐라고? 장군님 병이 어쨌단 말이냐?”

“사모님, 우리나라에 아주 훌륭한 하나님의 사람이 계셔요. 엘리사 선지자예요. 그분에게 가면 장군님의 병을 당장 고칠 수 있어요.”

“뭐? 엘리사 선지자가 문둥병을 고친다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지금까지 아무도 못 고쳤다. 사람이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야.”

“아니에요. 그분은 하나님의 사람이에요.”

“그렇다면 그분이 문둥병을 고친 적이 있어?”

“그런 적은 없지만 죽은 사람도 살렸어요.”

나아만 장군 아내의 마음에 작은 소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 남편의 병이 나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화를 계속 주고받는 동안, 아주 분명하게 말하는 몸종의 이야기에 나아만 아내의 마음이 점점 움직였다. 남편이 낫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저녁이 되어 나아만이 퇴근해서 집에 오자, 같이 앉아 밥을 먹으며 말을 꺼냈다.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무슨 이야기인데?”

“당신, 혹시 엘리사라는 분에 대해 들어보았어요?”

“엘리사? 들어보았지. 이스라엘 땅 사마리아에 가니까 사람들이 모두 ‘엘리사, 엘리사’ 하며, 못하는 일이 없다고 하더군.”

“그분 맞네요.”

“무슨 일이 있어?”

“오늘 사마리아에서 잡혀온 종이 말하길, 당신이 사마리아에 가서 엘리사를 만나면 문둥병이 바로 낫는데요.”

“그래?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어.”

나아만 장군은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서 여종을 불렀다.

“네가 엘리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

“예, 장군님.”

“그가 문둥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군님, 그분이 문둥병을 고친 적은 없지만 죽은 사람도 살렸어요. 그분은 참된 하나님의 종으로, 못하실 일이 없어요. 장군님이 사마리아에 계신 엘리사 선지자님에게 가면 분명히 문둥병이 나으실 거예요. 저는 그동안 포로로 잡혀왔다고 늘 슬퍼하고 괴로워만 했는데, 하나님이 장군님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라고 보내셨다는 것을 알고 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장군님, 문둥병이 낫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좋겠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나아만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손마디가 굳어져서 요즘은 칼을 제대로 잡기가 힘들어. 왕이 이런 사실을 알면 군대장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해서 두려웠는데,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나아만의 마음이 더 진지해졌다.

“그 말이 정말이냐?”

“예, 장군님. 정말이에요.”

아가씨의 이야기를 듣고 장군의 아내도, 나아만 장군도 문둥병이 낫겠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다음날 나아만은 입궐해서 바로 왕을 찾아갔다.

“왕이시여, 사마리아에서 잡아온 계집종이 이러이러하게 말합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잘 됐소. 내가 이스라엘 왕에게 편지를 써줄 테니 가지고 가시오.”

아람 왕이 나아만의 문둥병을 고쳐 달라고 이스라엘 왕에게 편지를 써서 주고, 나아만도 많은 선물을 병거에 싣고 사마리아로 떠났다.

과정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나아만 장군이 사마리아에 가서 엘리사 선지자를 찾아갔고 그의 말대로 요단강에 들어가서 몸을 일곱 번 씻자 문둥병이 깨끗하게 나아 피부가 어린아이 살처럼 되었다. 함께 간 부하들이 나아만에게 소리쳤다.

“장군님, 병이 다 나았습니다!”

“등도 깨끗하냐?”

“예, 깨끗합니다!”

그들이 한없이 기뻐하며 아람으로 돌아갔다. 드디어 병거가 나아만 장군의 집 앞에 도착했다. 나아만이 빠르게 내려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소리쳤다.

“여보! 다 나았어!”

부부가 끌어안고 울었다가 웃었다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다가 한쪽에 서 있는 몸종을 보았다. 나아만이 그 아가씨를 보고 말했다.

“이제부터 너는 종이 아니야. 우리 딸이야. 우리 함께 즐거워하자. 너무 고맙다. 네가 와서 우리 집에 기쁨이 찾아왔고, 행복이 찾아왔다.”

더없이 즐거운 삶이 시작되었다.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일러스트 안경훈 기자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살면서 우리에게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일이 있다고 어려운 일이 없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일이 있다고 좋은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늘 같이 겹쳐 있다.

사마리아에서 포로로 잡혀간 아가씨가 집에 돌아갈 기약도 없이 다른 나라에서 종살이하며 슬픔과 괴로움에 잡혀 지내다가, 다른 생각이 일어났다. ‘장군님 문둥병, 사마리아 계신 선지자에게 가면 낫는데…. 내가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병이 나으면 가족들이 얼마나 기뻐할까?’ 보는 눈이 바뀌자 똑같은 형편인데 자신의 처지가 하나도 원망스럽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해가 지면 캄캄해지지만 곧 달이 뜨고, 아침이 되면 해도 다시 뜬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엔 그것밖에 보이지 않아서 힘들지만, 꼭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렵지만 밝은 빛을 생각하고 소망을 가지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해준다. 절망 속에서 소망을 이야기한다.

나아만 장군이 문둥병이 나아 돌아왔을 때 얼마나 행복했겠는가. 포로로 잡혀간 아가씨의 마음에 들어온 새로운 생각이 불행을 다 몰아내고 행복을 불러왔다. 그 아가씨가 나아만 장군 집에서 평안하게 살다가,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사마리아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성경을 읽으면서, 절망적인 상황이 찾아올 때마다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복을 주시는 것을 보았다.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다. 그래서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신다. 사람들이 희망을 향하여 눈을 감고 있어서 그렇지, 눈을 뜨면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슬픔과 고통 속에서 지내던 아가씨가 행복을 찾았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서 마음의 세계를 연구해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마인드교육으로 집대성하였다.《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신기한 마음여행》,《마인드교육:원론과 사례연구》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6권과 신앙서적 66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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