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물이 모여 있는 웅덩이도 아니고, 물을 담아둔 커다란 물탱크도 아니다. 흐르고 움직이면서 바닷물을 순환시켜 육지를 비롯한 지구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바다는 생명을 기르고 희귀한 자원을 품고 있는 보물창고다. 지구의 일부로서 바다의 특징은 무엇인지, 인간의 시각에서 본 바다의 의미는 어떤지, 생각해 본다.

사진 언스플래쉬
사진 언스플래쉬

지구의 일부로서 바다

우리가 바다를 ‘드넓고 깊다’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눈으로 볼 때의 맥락이다. 지구의 일부로서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막에 불과하다. 바다의 평균 수심은 약 3,700m로서 한라산(1,950m) 두개를 이어 놓은 길이와 맞먹는다. 이 정도면 바다는 대단히 깊은 것이다. 하지만 반지름이 6,400km나 되는 지구의 입장에서 볼 때 바다의 평균 수심 3.7km는 매우 얄팍한 두께이다. 만약에 지구를 삶은 달걀이라고 상정하면 바다가 차지하는 두께는 겉껍질도 아닌 껍질 아래 얇은 막에 불과하다고 한다.

바닷물은 소금물이라서 마실 수 없다. 짠 이유는 오래전 바위 등이 침식되면서 바위에 있던 소금기가 물에 녹아 바다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강물의 성분을 살펴보면 염소나 나트륨의 함량은 별로 높지 않다. 오히려 칼슘이나 이산화규소, 황산염 같은 성분이 강물에 더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도 바닷물이 짠 이유는 물에 녹아 있는 염소가 평균 1억 년, 나트륨은 6,800만 년 동안 용해 상태로 그대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대단한 인내심과 포용력을 지닌 바닷물은 1kg 당 약 35g의 소금을 품고 있다.

바다는 육지와 가까운 연안일수록 깊이가 얕고 먼 대양으로 갈수록 깊어진다. 바다의 깊이를 나열하면 연안(약 0m~30m) → 대륙붕(약 30m~200m) → 대륙사면(약 200m~1,500m) → 심해(약 1,500m~6,000m) → 해구(약 6,000m~11,000m)의 순서를 갖는다.

바다를 분류하는 또 다른 척도는 햇빛의 투과 정도가 있다. 투광층(약 0m~200m) → 약광층(약 200m~1,000m) → 암흑층(약 2,000m~11,000m)의 순서로 나뉘는데 빛이 도달하는 깊이가 깊지 않아서 대부분의 바다는 어둡고 캄캄하다.

한편, 바다에는 ‘해류’라고 부르는 강이 흐른다. 해류는 주로 바람의 영향을 받아 생겨나는데, 1미터 이상 되는 해수면의 높낮이 차이로 인해 항상 일정한 방향으로 흐른다. 해류는 따뜻한 난류와 차가운 한류로 다시 나뉘며, 이들이 세계 곳곳의 바다를 누비고 다니면서 대기의 온도를 높여주거나 낮춰준다. 해류의 온도차는 세계의 기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지구와 바다는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함께 움직이는 순환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시각에서 본 바다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는 인간은 잠수용 호흡 장치가 있어야 깊은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 별도의 도구가 없이는 20m 정도만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땅위에서 살아 온 인간은 물속에서 매우 약한 생명체다. 그래서 땅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바다가 인간에겐 앞길을 가로막는 장벽처럼 보이고, 때로는 검푸른 바다가 생사와 희비를 가르는 교차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도 바다는 인간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해 수평선 너머의 세계로 가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배를 만들어 가까운 바다로 가기도 하고, 더 큰 배를 만들어 더 멀리 떠난다. 세계사에서 ‘지리상의 발견’으로 불리는 15세기에 인류는 세계 개척의 경로를 익숙한 육로가 아닌 바다를 택했다.

땅처럼 바다 위를 걸을 수 없지만 바다도 엄연한 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근대 세계는 바다를 통해서 구현되었다. 그 이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아메리카 대륙은 있는지도 모르는 땅이었다. 아프리카도 서부 해안 지역만 교류가 있었고 내륙 지역은 오랫동안 무인도 같은 미지의 상태였다. 하지만 각자 살아가던 대륙들이 15세기에 바닷길로 열리면서 세계사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닷길 덕분에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다. 동떨어져 혼자 살아가는 것은 곧 퇴보를 의미했다. 그러나 상호 교류가 반드시 좋은 것만 오가는 것은 아니었다. 뺏고 지키려는 잔인한 전쟁도 거쳐야 했고, 무서운 병균과의 사투도 넘어야 했다.

그럼에도 바다로 인해 인간이 받는 혜택은 매우 폭넓다. 텃밭 같은 갯벌, 연안의 바다 목장 등 해양 생물 중 2만 5,000여 종의 물고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바다의 자원들이 지금까지는 주로 식품에 쓰였지만, 앞으로는 첨단 의약품이나 공업 원료로도 사용될 전망이다. 또한 깊은 바다에는 석유, 가스, 희토류 같은 광물 자원이 잠자고 있어서, 해양 자원을 잘 활용할 첨단 기술을 가진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다.

바다는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더 가치 있는 보물창고가 될 것이다. 그때가 오기 전에 우리는 또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바다 위가 아닌 바다 아래로 깊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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