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받는 몸과 마음의 상처
불우한 환경, 날카로운 말이 미치는 영향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의 마음이 약하기 때문
유리 같은 마음에 보호 필름을 붙이면

살다 보면 주변 사람들과 마음의 갈등을 겪을 때가 있다. 대화를 통해 갈등이 해소되면 좋지만, 때로는 갈등이 점점 더 심해져서 마음이 닫히고, 속상해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부부 사이에, 고부간에, 동료 간에나 직장 상사와의 갈등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 병균과 접촉하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마시는 물을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통해, 우리가 만지는 물건을 통해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세균이나 병균들과 접촉한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생태 및 진화 생물학부 노아 피어러Noah Fierer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손바닥 하나에 평균 150종류의 세균이 있고 세균의 수는 대략 6만 마리 정도라고 한다. 손에는 황색포도상구균을 비롯하여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 여러 종류의 병원균이 존재한다. 이렇게 세균이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병을 이길 수 있는 면역력과 튼튼한 체력을 키워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세상에서 세균과 접촉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곳이 없듯이, 우리가 세상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곳도 없다. 그렇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음의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항체를 가져야 한다.

마음의 병에도 원인과 치료법이 있다

우리 몸에 많은 병이 있듯이, 우리 마음에도 많은 병이 있다. 몸이 병들면 몸이 아프고 힘이 없어지고 병이 낫지 않으면 죽게 되듯이, 마음도 병이 들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에 힘이 없고 마음이 죽는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소망을 찾아내지만, 마음이 병들면 마음이 약해져서 쉽게 좌절하고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강박증, 우울증, 분노조절 장애, 스트레스 장애, 귀차니즘에 빠진다.

세상에는 과거에 받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덧나서 가슴앓이하는 사람이 많다. 때로는 지난날 받은 마음의 상처가 삶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상처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그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분노와 원망, 복수심과 절망감을 품은 채 불행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도 많다.

누구나 일상생활을 하다가 칼에 베이거나, 가시에 찔리거나, 불에 데어 몸에 상처가 생길 때가 있다. 그것처럼, 마음이 상할 때가 있다. 몸의 상처든 마음의 상처든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깊어지거나 덧나면 병이 된다.

모든 병에 원인이 있듯이, 마음의 병에도 반드시 원인이 있다. 신체 질환처럼 마음의 병도 좋은 의사를 만나 적절한 약을 쓰면 반드시 낫는다. 몸이 약한 사람이라도 생활 습관을 바꾸고 꾸준히 운동하면 건강해지듯이, 약한 마음도 훈련하면 강해지고, 병든 마음도 치료하면 건강해진다. 몸만 아니라 마음에도 좋은 양식이 있고, 좋은 약이 있다.

특히, 마음의 상처가 치료될 때 중요한 점은 마음을 나눌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상처를 받으면 마음이 닫히고, 마음이 닫히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마음이 흐르면 마음의 병은 얼마든지 나을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음의 병은 무엇이 원인이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1997년에 탈옥 후 2년 6개월 만에 다시 검거된 신창원은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그는 어릴 적 선생님에게 들은 모욕적인 말 한마디가 세상을 향한 깊은 반항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한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캡쳐
1997년에 탈옥 후 2년 6개월 만에 다시 검거된 신창원은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그는 어릴 적 선생님에게 들은 모욕적인 말 한마디가 세상을 향한 깊은 반항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한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캡쳐

마음에 상처가 생기는 요인

마음의 상처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시절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무시나 모욕, 믿었던 사람의 배신, 남들로부터 듣는 가시 돋친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외에도 우리 마음에 상처를 주는 요인들이 있다. 가정환경, 단체나 조직, 직장의 환경이 그렇다.

가정환경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인생이 불행해진 대표 사례 중 하나가 신창원씨다. 한때 탈옥수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는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친어머니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얼마 뒤 새엄마가 들어왔다. 그러나 새엄마는 동생이 아무리 아파도 모른 척했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신창원은 부엌칼을 들이대며 집을 나가라고 위협했다. 새엄마는 그날로 집을 나갔고, 신창원은 아버지로부터 죽도록 얻어맞았다.

중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그는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았고, 담임선생으로부터 야단맞는 횟수가 잦아지자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신창원 나이 14살 때, 좀도둑질을 했는데 그의 아버지는 버르장머리를 고친답시고 경찰관들이 훈방 조치한 아들을 굳이 다시 끌고 가서 소년원에 넣었다. 이때만 해도 신창원은 범죄에 빠져들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그는 본격적으로 반항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절도죄로 김제경찰서에 붙잡힌 그는 소년원에 송치되었다. 풀려난 다음 해에 음식점 배달원을 전전하면서 그는 절도죄를 또 짓는다. 다시 경찰에 체포되어 수감 생활을 하던 그는 탈옥에 성공한다. 훔친 거액의 돈으로 인심을 쓰고, 자신의 일기장에 ‘부잣집만을 털고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신조를 기록해 두는 등 신창원은 절도죄에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성공한 탈옥수’ 생활을 하던 그가,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마침내 체포되었다.

나중에 그가 쓴《신창원 907일의 고백》에 보면, 자신이 범죄자가 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고 한다. 선생님으로부터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 하러 학교에 와. 빨리 꺼져.”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악마가 태어났음을 느꼈다고 한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 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에게 들은 모욕적인 말 한마디가 어린 신창원의 마음에 트라우마가 되었고, 심한 반항심을 품게 만든 것이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개최한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 캠페인에 출품된 그림들이다. 아이들이 상처 주는 말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 무심코 던지는 날카로운 말과 행동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사진제공 세이브더칠드런
세이브더칠드런이 개최한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 캠페인에 출품된 그림들이다. 아이들이 상처 주는 말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 무심코 던지는 날카로운 말과 행동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사진제공 세이브더칠드런

피부에 난 상처는 한두 달 지나면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지만, 가슴의 상처는 오래도록 아물지 않고 아픈 채로 있는 경우가 많다. 모로코 속담에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말이 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칼이나 총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혀끝에 맞아 죽은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연못에 돌을 던지는 사람은 재미로 던지지만 맞아 죽는 개구리는 재미로 죽는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때로는 상대방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이외에도 의견 충돌, 거절과 무시, 비난, 배신, 모욕, 자존심의 손상 등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타인의 날카로운 행동이나 말, 거친 환경 등은 표면적 요인에 속한다. 우리가 마음에 상처를 입는 근본적 원인은 사람의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다. 얇은 얼음 위로는 사람이 걸어다니는 것조차 위험하지만 두꺼운 얼음 위로는 짐을 잔뜩 실은 트럭이 지나가도 끄떡없다. 마음이 약한 사람은 작은 문제를 만나도 끙끙 앓고 어려워하지만, 마음이 강한 사람은 웬만한 어려움도 잘 이겨낼 수 있다.

사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약하다. 강한 것처럼 보여도,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마주하면 연약해질 수밖에 없다. 곰곰이 지난 인생을 성찰해 보면 어떤 일 앞에 연약함을 느끼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연약한 사람이 강해질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연약한 사람이 강해질 수 있는가? 그것은 간단하다. 유리는 잘 깨어지지만 강화 유리 필름이나 보호 필름을 붙이면 유리가 아주 튼튼하고 강해진다.

20세기 최고의 복서 중 하나였던 마이크 타이슨은 어린 시절 성격이 아주 유약하고 소심했다. 자폐 증세까지 있어 친구들로부터 심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이슨에게는 위대한 스승 커스 다마토가 있었다.

타이슨은 권투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지만, 그 재능을 잘못된 방향으로 쓰면서 어두운 삶을 살았다. 그는 9세부터 12세까지 51회나 경찰에 체포된다. 소년원에 수감된 타이슨은 권투 트레이너인 바비 스튜어트를 만난다. 바비 스튜어트는 타이슨의 재능을 알아보고 명감독 커스 다마토에게로 데려가 제자로 삼아 달라고 부탁했다.

커스 다마토는 네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길거리 싸움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어 복싱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일찍부터 트레이너의 길을 걸으면서 훌륭한 선수들을 여럿 길러냈다. 커스 다마토의 체육관은 불우한 이들의 피난처였다.

타이슨은 성격이 내성적이고, 마음에 상처가 많아 학교 가기를 무척 싫어했다. 그러자 다마토는 그에게 가정교사를 붙여주고, 위인전을 읽게 했다. 주변 사람들이 타이슨을 칭찬하도록 했고, 타이슨이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면 호되게 꾸짖음으로써 예의범절을 가르쳤다.

커스 다마토의 묘비에는 타이슨에 대한 문구가 적혀있다. “한 소년이 불씨와도 같은 재능을 갖고 내게 왔다. 내가 그 불씨에 불을 지피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키울수록 불은 계속 타올랐고, 결국 찬란히 빛나며 활활 타오르는 아름다운 불꽃이 되었다….” 사진제공 커스 다마토 페이스북
커스 다마토의 묘비에는 타이슨에 대한 문구가 적혀있다. “한 소년이 불씨와도 같은 재능을 갖고 내게 왔다. 내가 그 불씨에 불을 지피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키울수록 불은 계속 타올랐고, 결국 찬란히 빛나며 활활 타오르는 아름다운 불꽃이 되었다….” 사진제공 커스 다마토 페이스북

마이크 타이슨을 만든 스승, 커스 다마토

다마토는 타이슨에게 크게 두 가지를 가르친다. 첫째는 자신이 갖고 있던 특별한 복싱 기술이었고, 둘째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이었다. 다마토는 타이슨 어머니의 동의를 구해 그를 양자로 입양한다. 다마토는 타이슨을 자신의 힘만 믿고 덤비는 복서가 아닌, 생각하는 복서로 만들었다. 특히 두려움이 많고 소심했던 타이슨에게 담력을 키워주려했다.

커스 다마토는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필연적으로 아주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을 겪는다. 그로 인한 상처는 그들의 재능과 인성 위에 막을 한 겹씩 형성해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걸 막는다. 선생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 막들을 걷어내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마토의 그런 큰 사랑 앞에 타이슨은 차츰 마음을 열었다. ​타이슨은 나중에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 적에 웬 늙은 백인 영감이 자기 집에서 함께 살자고 권하더군. 보나마나 화장실 청소나 정원관리 같은 일로 부려 먹을 거라 생각했어. 기회만 되면 도망칠 궁리부터 했지.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와 그의 가족들은 나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줬어. 부모에게 버림받고 주변에 갱스터 같은 사람밖에 없던 나에겐 낯선 광경이었지. 진정한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어. 그리고 그때 깨달았지, 내 마음속 진짜 아버지는 커스 다마토라는 것을.”

타이슨에게 다마토는 멘토를 넘어, 마음의 짐을 나눠지고 함께 걸어준 아버지 이상의 존재였다.

“두려움은 영웅과 겁쟁이를 가리지 않는다. 양쪽 모두 두려움을 느낀다. 그들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요는 태도이다. 겁쟁이는 두려움 때문에 도망을 친다. 다만 영웅만이 그 두려움에 당당히 맞설 뿐이다. 영웅과 겁쟁이는 그렇게 나뉜다.”

다마토는 타이슨에게 이런 마인드를 넣어주면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담력을 길러주었다. 후에 마이크 타이슨은 프로복싱 역사상 최연소 챔피언에 오르는데, 안타깝게도 커스 다마토는 타이슨이 챔피언에 오르기 1년 전인 1985년에 세상을 떠난다. 훗날 타이슨은 커스 다마토에 대해 이렇게 술회했다.

“다마토는 내가 처음으로 신뢰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게 자신의 인생을 걸었고 나도 그에게 내 인생을 바쳤다. 아무도 나를 모른다. 커스 다마토 외에는….” 타이슨이라는 야수는 스스로 위대한 복서가 된 것이 아니었다. 위대한 마인드를 가진 커스 다마토에 의해 다스려지고 길들여져 놀라운 복서로 거듭난 사람이었다.

타이슨처럼,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이라도 보호자가 있거나 그 마음을 이끌어 주고 훈련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부족함이나 연약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음이 강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사랑으로 대하는 사람과 마음이 연결되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때 우리는 마음이 자유로워지며 담대해지는 것이다.

글쓴이 이한규

어릴 때 선생님을 통해 교사의 꿈을 갖게 된 그는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었다. 교사의 길을 걸어온 자신을 일컬어 ‘마음 밭에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라고 한다. 국어교사와 여러 대안학교 교장을 역임했고, 전국대안학교총연합회 서울시 지부장을 맡았다. 현재 여러 매체에 인문학과 교육철학에 관한 글을 계속 기고하고 있다. 국내외 여러 교육기관에서 특강을 하고, 교육 관계자 및 학부모, 학생들과 상담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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