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딩스쿨 ‘링컨중‧고등학교’ 지수원 교장

교육부 홈페이지를 보면, 현재 61대 장관을 필두로 역대 장관 60명의 사진이 나온다. 1948년 정부수립 후 75년 동안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5개월을 넘지 못했다. 이 사실은 백년대계를 바라봐야 할 교육 정책이 녹록치 않음을 시사한다. 누구나 전인교육全人敎育의 중요성을 잘 알고,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열여덟 살 고3 때 치른 시험 결과가 평생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현실 앞에서, 아무도 전인교육이 우선이라고 주장하지는 못한다. 대입의 당락이 앞날의 성공과 직결되는 사회 시스템이 지속하는 한, 인성만으로는 삶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명문고는 어떤 학교인가? 명문고가 되기 위한 기준은 또 무엇인가? 남다른 교육이념, 뛰어난 교사진, 탁월한 학교 시설, 성적 좋은 학생들, 유명한 선배들과 유구한 역사…. 이런 요소들이 명문고의 진정한 기준인가? 지수원 교장 선생님을 만나러 가면서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지수원1956년 대구에서 태어나 1980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대구여상고, 안동고에서 교사로 근무했으며, 모교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오레곤Oregon대학엥서 연구했다. 경북대, 안동대에서 강의하고, 2012년에 링컨중,고등학교가 설립되면서 교장으로 부임하여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사진 링컨중,고등학교) 
지수원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나 1980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대구여상고, 안동고에서 교사로 근무했으며, 모교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오레곤Oregon대학에서 연구했다. 경북대, 안동대에서 강의하고, 2012년에 링컨중,고등학교가 설립되면서 교장으로 부임하여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사진 링컨중,고등학교) 

멀리 가는 것보다 먼저 가려는 교육계 풍토에서 ‘이상하고 신기한 학교’로 알려진 곳이 있다. 서울 시청광장에서 약 260km 떨어진, 경북 김천의 링컨중‧고등학교가 그곳이다. 주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감아 두른 대덕산 중턱에 자리한 보딩스쿨(기숙형 학교)에서 중학생 180명과 고등학생 180명 전원이 함께 생활하고, 40여 명의 교직원들도 학생들의 일정과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

토요일에 산을 내려와 서울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일요일 오후엔 학교로 돌아가 다음 주를 준비한다는 지수원 교장을 어느 토요일 늦은 오후에 만났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2012년에 문을 연 링컨중‧고등학교는 1회 입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기 시작하는 신생 학교이다. 교사들을 존중하고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고동락하는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감동 어린 경험담을 듣다 보니, 창밖의 뉘엿한 햇살이 서광曙光처럼 빛났다. 입시 스트레스 강박증과 마약의 유혹이 학원가에 퍼져가는 세태 속에 이런 ‘청정 학교’가 실존하다니, 취재하면서 숲속의 공기를 마시는 듯했다.

링컨중‧고등학교가 ‘이상하고 신기한’ 학교로 알려진 이유가 있을까요?

몇 해 전, 교육청의 장학사 두 분이 우리 학교를 방문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서 학교 건물과 교실들을 주욱 둘러보았답니다. 나중에 교장실로 오신 두 분이 인사를 나누자마자 “교장 선생님, 이 학교는 정말 이상합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놀란 눈으로 쳐다 보자,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오후 2시면 학생들이 딱 졸리는 시간이잖아요. 교사도 없는 교실에서 엎드려 자는 학생이 한 명도 없이 모두 책을 읽고 있었어요. 수많은 학교를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장학지도를 나가 참관수업에 들어가면 교사나 학생이나 모두 긴장을 해요. 그래도 맨 뒤의 두 줄은 그냥 엎드려 잡니다. 교사는 그 학생들을 일으켜 앉힐 방법이 없지요.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니까요. 그런데 책 읽으란다고 모두 독서를 하고 있으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 후로 두 장학사는 다니는 곳곳마다 우리 학생들 이야기를 해서, 학교를 보러 멀리서 오시는 손님들이 많아졌습니다. ‘신기하다’는 말은 관광버스 기사분들에게 들은 겁니다. 수학여행을 같이 다니다 보면 학생들 성향이 다 드러나잖아요. 우리를 겪어본 분들은 특히 세 가지가 신기하대요. 첫째, 학생들이 시간을 철저하게 잘 지키는 것. 가령 10시 출발이면 9시 50분엔 모두 버스에 앉아 있는 게 믿기지 않은 거죠. 둘째,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각자 행동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잘 따르는 것. 셋째, 학생들이 앉았던 자리에 쓰레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그러니 외계인이 아니냐며 신기해 하세요.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교사의 말을 그대로 듣는 훈련이 되면 사회에 나가서도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며 따를 수 있는 소양이 갖춰집니다. 거기에서 겸허한 삶의 자세가 만들어지고 진정한 전인교육이 시작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대로 따르는 것이 ‘이상하고’, 자기 주장을 고집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신기한’ 시대라는 말이네요. 학생들의 이런 마인드가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지나요?

우리 학교는 졸업생 수가 많지 않고, 상위권 대학에 모두 진학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입학한 대학에서 우리 학생들이 활동하는 모습은 매우 두드러집니다. 졸업을 앞둔 남학생이 교장실로 찾아와, 대학에 가서 어떻게 하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냐고 물은 적은 있었어요. 너무 쉽다며 제가 이렇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항상 수업 시작 5분 전에 강의실로 가서 앞자리 가운데에 앉아라. 교수님이 들어오시면 꼭 목례를 하고, 교수님이 질문을 하면 반드시 대답을 해. 궁금한 게 있으면 가끔씩 질문도 하고. 그러면 A학점이 나올 거야.”

그 학생이 1학기가 끝나고 제게 전화를 했어요. “교장 선생님, 제게 말씀해 주신 그대로 했더니 이번에 전과목 A+가 나왔어요. 감사합니다!” 3학년까지 마치고 군복무 중인데, A+학점을 놓친 적이 거의 없었고 장학금도 계속 받았습니다.

이 학교만의 독특한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보다 지식을 잘 가르치는 학교들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학교엔 없는 ‘마인드교육’이 있습니다. 학교를 설립한 박옥수 목사님이 처음 개발한 교육인데요. 한계점에 이른 지식교육의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물질주의 가치관을 ‘마음’이라는 중심축으로 옮기는 이 교육은 학생들의 마음을 밝고 건강하게 해줍니다. 불평과 불만이 사라지고 감사의 관점에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바뀌는 겁니다. 소통이 어려운 이 시대에,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과 언쟁을 하지 않고도 교류가 이뤄지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교육입니다.

이 마인드교육을 우리는 주당 2회 정규 수업으로 실시합니다. 이렇게 3년을 배우면 사고력과 자제력이 강해지고 이타적인 배려의 자세가 마음에 자리를 잡습니다. 우리는 마인드교육 모범 사례 학교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대안교육을 모색하고 있는 교육 전문가들이 꼭 현장 답사를 오는 학교가 되었어요. 특히 해외에서 오신 경우, 반응은 대단히 뜨겁습니다. 요즘은 영어권 나라 학생들로부터 유학 문의도 많아지고 있어 외국인들을 위한 교육 과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류에 대한 봉사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가르치고 공동체 중심의 수업 내용을 보면서 ‘좋은 정신’의 열쇠를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 코트디부아르 장관 예피판 조로 비 발로 (사진제공 링컨중‧고등학교)
“인류에 대한 봉사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가르치고 공동체 중심의 수업 내용을 보면서 ‘좋은 정신’의 열쇠를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 코트디부아르 장관 예피판 조로 비 발로 (사진제공 링컨중‧고등학교)

 

“마인드교육은 우리나라가 찾고 있는 교육 개혁의 정답이었습니다. 이 학교를 복제해 파라과이에 똑같이 만들고 싶습니다.” - 파라과이 교육부 차관 페르난도 그리피스 (사진제공 링컨중‧고등학교)
“마인드교육은 우리나라가 찾고 있는 교육 개혁의 정답이었습니다. 이 학교를 복제해 파라과이에 똑같이 만들고 싶습니다.” - 파라과이 교육부 차관 페르난도 그리피스 (사진제공 링컨중‧고등학교)
“학교 자체가 훌륭하고 학생들이 대단해서 놀랐습니다. 이스라엘의 엄격한 종교인 학교보다 훨씬 더 정숙했고 학생들은 어른을 존중할 줄 아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이스라엘 수석 랍비 요나 메츠거 (사진제공 링컨중‧고등학교) 
“학교 자체가 훌륭하고 학생들이 대단해서 놀랐습니다. 이스라엘의 엄격한 종교인 학교보다 훨씬 더 정숙했고 학생들은 어른을 존중할 줄 아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이스라엘 수석 랍비 요나 메츠거 (사진제공 링컨중‧고등학교) 

마인드교육을 받으면 어떻게 다른지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가능할까요?

무엇보다 남다른 점이라면, 마인드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만 위하는 쪽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컨대, 수능시험이 끝난 고3은 통제 불능이라서 어느 학교도 건드리지 않고 놔둡니다. 우리 학교도 그냥 둡니다. 그런데 우리 고3들은 수능 전까지 공부 모드였다가, 수능이 끝나면 봉사 모드로 전환합니다. 선생님이 지시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알아서 합니다. 졸업식까지 두어 달 동안 제일 힘들어 보이는 일을 골라서 합니다. 하루 세끼 따뜻한 밥을 해주신 식당 봉사자들을 위해 설거지를 맡아 하고, 큰 나무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사방으로 웃자란 가지들을 전지하는 작업도 합니다. 틈틈이 후배들에게 멘토링도 해주고요. 학교로부터 3년간 섬김을 받고 잘 지냈으니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거죠. 선배들의 모습을 본 후배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고3이 되면 똑같이 합니다. 이런 대물림이 수십 년 이어지면 좋은 전통이 되겠지요.

유튜브에서 고교 졸업식 영상을 보니 눈물바다였습니다.

우리는 중학교 입학식 날부터 눈물바다가 됩니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아이를 산속에 두고 가자니 부모 마음이 얼마나 애틋하겠어요. 엄마가 울면 아이도 따라서 웁니다. 그러면 아이를 달래려고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잘 있어. 엄마가 최신형 스마트폰 사줄게.”라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다음에 만날 그 사이에 아이는 달라집니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친구들도 생기니까요. 2주 뒤 학교에 오신 엄마를 보자 아이는 반갑게 손을 흔들면서 “엄마, 여기엔 스마트폰이 필요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울고 들어온 아이들이 이렇게 밝게 웃고 지내다가 졸업할 때 다시 울면서 떠납니다. 스물 네 시간을 같이 지내면서 가족 이상의 정이 들었으니 헤어지는 게 슬픈 것이죠.

사고방식이 자기중심적인 학생들이 오픈 마인드로 바뀌는 시점이 있나요?

예, 있습니다. 학생들이 처음 입학하면 담임교사를 자기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낯설고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마음을 닫고 거리를 두거나 반대로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무척 노력을 해요. 그러다 시간이 흘러, 밤늦게까지 곁에 계신 선생님과 얘기도 해보고 하루에 30km씩 걷는 국토순례도 같이 하다 보면 ‘선생님은 나를 도우려는 분이구나. 정말 내 편이구나!’를 알고 받아들이는 시점이 있어요. 그때 학생들의 마음이 바뀝니다.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정말 자유로워집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마음의 통로가 열리면서 신뢰가 두터워지기 시작하죠.

어른들이 생각을 바꾸려면 오래 걸리고 또 어렵잖아요. 반면에 아이들은 순수해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대부분 입학해서 한두 달 사이에 이런 타이밍이 와요. 교사를 향한 신뢰의 경험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부모님과의 관계로 확장되기도 해요. 짜증스럽기만 했던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어느 날 ‘아빠가 내 편이셨네. 날 사랑하시네!’를 느끼는 거죠. 그러면 아빠가 돈을 많이 벌지 못하고 성격이 불 같아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렇게 부모와 자식의 마음이 연결되면 가정은 저절로 화목해집니다. 우리 학교에는 이런 사례가 정말 많습니다.

교장실 벽에 태극기와 나란히 걸린 교훈 액자 ‘우리 함께 즐겁게’가 눈길을 모은다.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듯 그는 서두르지 않고 원칙 그대로 따라가는 교육자의 전형이다. (사진 링컨중‧고등학교)
교장실 벽에 태극기와 나란히 걸린 교훈 액자 ‘우리 함께 즐겁게’가 눈길을 모은다.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듯 그는 서두르지 않고 원칙 그대로 따라가는 교육자의 전형이다. (사진 링컨중‧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진정한 명문 학교를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학생들에게 강인한 마인드를 키워줄 수 있는 학교가 진정한 명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 이름이 ‘링컨중‧고등학교’입니다.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당시에 링컨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며, 4년간 치열했던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해방을 이룬 지도자입니다.

그렇지만 선거에 일곱 번이나 낙선할 만큼 실패를 많이 겪었습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이겨냈으며, 전쟁 후 분열될 뻔했던 미국을 ‘하나의 나라’로 만든 위대한 마인드의 소유자였습니다. 하나님이 북군 편에 서서 전쟁을 이기게 해달라고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을 때, 링컨은 북군이 하나님 편에 서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항상 하나님의 뜻을 앞세운 링컨처럼, 우리 학생들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강인한 리더가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런 학교가 명문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점심시간에 교정의 벤치에 앉아 교장 선생님과 즐겁게 대화하는 학생들. 주중에 핸드폰 없이 지내는 것이 첨단 정보 시대에 다소 ‘원시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단출한 생활방식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 링컨중‧고등학교)
점심시간에 교정의 벤치에 앉아 교장 선생님과 즐겁게 대화하는 학생들. 주중에 핸드폰 없이 지내는 것이 첨단 정보 시대에 다소 ‘원시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단출한 생활방식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 링컨중‧고등학교)
 국토순례를 떠나는 학생들이 교장 선생님께 선서를 하고 있다. 매일 30km씩 가는 일정이 만만치 않지만 함께 걷기에 가능하다고. 사진 링컨중‧고등학교  
 국토순례를 떠나는 학생들이 교장 선생님께 선서를 하고 있다. 매일 30km씩 가는 일정이 만만치 않지만 함께 걷기에 가능하다고. (사진 링컨중‧고등학교)

인생을 이렇게 살라고, 교장 선생님이 해주고 싶으신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이 대단하듯이, 시골에서 태어난 저도 ‘배워야 산다’는 어머니의 열성 덕분에 대학에 들어갔어요. 막내인 제가 대입 준비를 할 무렵엔 형님들 학자금으로 우리 집 논밭이 다 사라져 저는 국립대에 합격해서 장학금을 받아야만 했어요. 배짱도 부릴 줄 모르고 공부만 하던 저는 선생님들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조용한 모범생이었죠. 영문학으로 석‧박사를 다 따고 나서야 문학적 소양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마흔이 넘었으니 되돌리기도 늦은 거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영어 교육을 중시하는 신설 학교로부터 교장직 제안을 받았어요. 지금의 링컨중‧고등학교죠. 학생들과 함께 꿈을 키우며 사는 삶이 정말 좋습니다.

학생들이 물질적인 만족에서 행복을 연결시키려고 하는데 그게 정답이 아닌 것을 스스로도 압니다. 자신이 찾은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때 삶의 진정한 만족과 기쁨을 누린다고 저는 생각해요. 학생들이 교사에게 배우면서 삶의 행복을 발견하고, 그 행복을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때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는 걸 보았습니다. 그럴 때 ‘우리 함께 즐겁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사람, 남을 배려하는 사람, 문화적 다양성을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가르치는 이 학교는 자신만 위하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세계 최고’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한 교육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미래의 희망을 여기서 발견했다고 한다.

붉은 벽돌로 큰 집을 지으려면 벽돌 한 장 한 장을 손에 쥐고 각을 맞추면서 정성껏 쌓아야 한다. 벽체 하나가 완성되고, 그런 벽을 수백 개 만들어야 서서히 건물의 형체가 드러난다. 사람을 키우는 것도 그렇다. 속성 과정은 절대로 없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교사는 오늘도 사랑을 가슴에 품고 학생들을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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