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6] 신문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는 습관이 큰 도움

글쓰기는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다. 한번 터득했다고 그 실력이 유지되지 않는다. 몸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기억을 잃는다. 글 쓰는 법을 잘 익히고 글쓰기를 매일 하는 수밖에 없다. 비법은 없다.

비문학적 글쓰기 공부를 일상화하기에 좋은 게 신문이다. 신문은 그날그날 새로운 뉴스를 담고 있어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늘 새로운 느낌으로 기사를 보고 흉내내면서 글쓰기 공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재다. 신문은 기사가 상품이다. 모든 신문사는 쉽고 잘 읽히는 기사를 담으려 애쓴다. 그게 좋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기사는 팩트를 가장 적확한 단어로 배치한 글이다. 기사는 단어의 개념만 알면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쓴다. 그런 신문 기사로 글쓰기 공부를 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앙 일간지는 하나의 기사를 내보는 데 10단계 정도의 검증과 수정을 거친다. 일선 기자가 취재해서 송고하면, 담당 팀장이 1차로 검증하고 보완한다. 그것을 해당 부서 차장급이 검토하고 손질한다. 해당 부서장은 주요 기사를 중심으로 신문사가 지향하는 논조와 부합하는지, 논리적인지, 명예훼손 등 문제될 부분은 없는지를 한 번 더 살핀다.

그렇게 작성된 기사는 교열부와 편집부로 넘어간다. 교열부에선 대개 2~3교를 보며 어법에 맞는지 점검한다. 편집부에선 제목을 달면서 기사의 가치를 평가한다. 기자, 팀장, 데스크, 부국장, 편집국장까지 검토하고 토론해 지면과 크기를 배정하고 결정한다. 주요 기사는 더 고위층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신문 기사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사실 전달 기능을 중시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화제와 정보를 담는 피처 기사, 의견과 주장을 드러내는 칼럼 등으로 크게 나뉜다. 기사 성격이 다양한 만큼 글쓰기 공부하기에 적격이다. 신문 기사로 글쓰기 공부를 하면 시사 상식을 늘리면서 자료 수집까지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신문에서 관심 있는 분야 기사를 하루에 한 건만 골라 공부하면 된다. 여유가 있으면 좀 긴 기사를, 시간에 쫓기면 짧은 기사를 선택한다. 기사를 꼼꼼히 분석한다.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첫 줄이다. 사실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핵심 내용을 첫 문장에 모두 담는다. 기자들은 첫 문장만 읽어도 기사의 중요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쓴다. 또 첫 문장은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사실’과 ‘정보’를 중요한 순서대로 배치한다.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실’과 ‘정보’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불필요한 꾸밈말은 철저히 배제한 글이다. 스트레이트 기사나 해설 기사뿐 아니라 칼럼도 훌륭한 글쓰기 교재이다. 기자든 외부 필진이든 칼럼을 쓸 정도면 상당한 글쓰기 고수들이다. 그들의 글을 분석적으로 읽고 공부하면 특정 사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글쓰기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신문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는 습관을 들이면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 선택한 기사를 해체해 ‘사실’과 ‘정보’를 중요한 순서대로 배치했는지 판단해 보고 나름대로 재구성해보면 효과적으로 글쓰기 공부를 할 수 있다. 다른 신문에 난 같은 기사를 찾아 비교해보면 특정 사안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기사 제목과 본문과의 관계를 살피면 제목 짓는 노하우를 터득할 수도 있다.

신문 기사로 글쓰기 공부를 하다 보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특정 분야 기사를 더 많이 읽게 된다. 그 분야가 자신의 관심 영역이다. 자연스럽게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기사나 칼럼에서 뜻하지 않게 중요한 자료와 정보를 건지기도 한다. 처음엔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자료로서 빛을 발한다.

신문 기사가 글쓰기 공부 교재로 훌륭하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기사가 좋은 글의 조건을 충족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선 중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기사는 짧은 문장을 이어 만든다. 철저히 논리적으로 배열해 술술 읽히게 쓴 글이 신문 기사다. 이렇게 쉽고 간결하게 쓴 글이 멋진 글이다. 현학적인 글이 저자의 위상을 높여주지 않는다. 한글로 썼는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글도 없지 않다. 이런 글은 뜻을 전한다는 글의 목적을 충족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 글이다. 이해하기 쉽게 쓴 글이 잘 쓴 글이다. 하루아침에 이런 글을 쓸 수는 없다. 상당한 시간을 들여 글쓰기 훈련을 해야 한다.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거친 대표적 작가로는 단국대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서민 교수가 꼽힌다. 서민 교수는 서울의대 재학 시절 동아리 회지에 ‘소설 마테우스’를 연재한, 글 쓰는 의대생이었다. 훗날 이 소설을 단행본으로 펴냈는데, 그의 표현을 빌리면 “처참하게 망했다.” 글 좀 쓴다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충격은 컸다. 그는 글쓰기 능력을 키우려고 스스로 지옥 훈련을 시작했다. 매일 A4 두 장 쓰기를 실천했다. 주제나 소재와 상관없이 여러 방면의 글을 썼다. 교재라고 할 만한 게 없어서 이것저것 무작정 읽고, 신문 사설을 모아서 탐독하기도 했다. 한 달에 10권, 어떤 해에는 150권이나 되는 책을 읽기도 했다. 읽고 쓰기를 10년 이상 하며 내공을 다졌다. 마침내 2009년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독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솔직함과 유머를 곁들인 ‘서민의 문체’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가 쓴 《서민의 기생충 열전》,《서민적 글쓰기》,《서민 독서》 등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김영환, [취재파일]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 “10년 넘게 글쓰기 지옥 훈련 했죠.” SBS뉴스, 2018년 3월 13일)

꼭 신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독서와 필사를 통해 글쓰기를 깨우친 사람들도 많다. 유명인, 대학 교수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도 글쓰기 공부를 하고 책을 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전안나 작가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평범한 사회복지사였으나 독서를 하면서 삶의 변화를 경험하고 2017년《1천 권 독서법》을 펴내며 작가로 데뷔했다. 전 작가는 두 번째 책《기적을 만드는 엄마의 책공부》에서 “글을 필사 하며 읽는 습관 때문에 저절로 글쓰기 훈련이 되었다. … ‘나도 책을 쓰고 싶다’라 는 생각이 들어 6주 만에 첫 책의 글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전안나, 《기적을 만드는 엄마의 책공부》, 가나출판사, 2019년 9월, 47쪽)

그동안《기적을 만드는 엄마의 책공부》,《초등 6년, 읽기 쓰기가 공부다》,《쉽게 배워 바로 쓰는 사 회복지 글쓰기》,《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등을 펴냈다.

전 작가뿐 아니라 필사로 글쓰기 공부하는 일반인이 많다. 필사도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에 매우 좋은 방법이다. 필사하기에 좋은 책과 관련 정보는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글쓰기 실력을 빨리 늘리려면 기본기 쌓기용 교습서에서 알려준 정보를 떠올리면서 필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필사한 문장이 교습서가 가르쳐준 원칙에 맞는지 따져보고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잘 쓴 문장과 문제가 있는 글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냥 베껴 쓰기만 해서는 효과가 없다. 글의 구성, 문장 구조, 단어 구사 등을 일일이 따져 곱씹어 봐야 글쓰기 훈련이 제대로 된다.

글쓰기 훈련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쓰는 것이다. 뭘 쓸까? 고민하지 말고 무작정 뭐든 쓰라! 소설가이자 시인으로서 전 세계에 글쓰기 붐을 일으킨 나탈리 골드버그Natalie Goldberg는《글 쓰며 사는 삶》에서 주제를 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나는 에 대해 쓰고 싶다.”로 시작하는 글을 써보라고 권했다.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한진영 옮김, 《글쓰며 사는 삶》, 페가수스, 2010년 11월, 62쪽) 그렇게 시작해 손을 계속 움직여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써나가다 보면 주제와 소재를 발견할 수 있고, 글을 발전시켜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글쓰기 실력을 높이려면 무엇이든 ‘꾸준히’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까? 루츠 폰 베르더Lutz von Werder와 바바라 슐테-슈타이케Barbara Schulte-Steinicke의 공저《교양인이 되기 위한 즐거운 글쓰기》가 답을 제시한다.

“한꺼번에 많이 쓸 게 아니라 분량을 나눠 날마다 쓰고, 글쓰기를 의식화하라!” 특정한 시간, 장소에서 특별한 의식을 치르듯이 글을 써보라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촛불을 켜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차 한 잔을 준비해 마시면서 글쓰기를 해보라는 이야기다. 이런 의식화는 글쓰기를 쉽게 습관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가끔 시간, 장소, 방법을 바꾸면 더 효율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 (루츠 폰 베르더 · 바바라 슐테-슈타이케 지음, 김동희 옮김,《교양인이 되기 위한 즐거운 글쓰기》, 들녘, 2011년 9월, 69쪽)

글은 쓰지 않고서는 절대 늘지 않는다. 흉내내기부터 시작하라. 모방이 지름길이다. 이 말들만 기억하고 뭐든, 쓰기 시작하시라!

글쓴이 이건우

책 쓰는 법을 연구하고 강연한다. 현재 일리출판사 대표이다. 조선일보 편집국 스포츠레저부, 수도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스포츠투데이 창간에 참여했으며, 편집국장으로서 신문을 만들었다. 서울 보성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저서로는《엄마는 오늘도 책 쓰기를 꿈꾼다》,《직장인 최종병기 책 쓰기》,《누구나 책쓰기》가 있고,《모리의 마지막 수업》을 번역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