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5일 오후 4시, 성남의 서울공항에 우리 교민 28명을 태운 공군 수송기가 착륙했다. 곧바로 트랩이 연결되고 문이 열렸다. 군벌 간의 무력 충돌로 아수라장이 된 북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고립 위기에 처했던 이들이 한국 땅을 밟자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수단 교민 구출 작전 ‘프라미스Promise’는 말 그대로 ‘약속’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뜻에서 명명되었다. 재외 국민과 외교 주재원들이 무사히 귀국하기까지 앞뒤에서 도운 손길이 꽤 많았다. 버스로 1,100킬로미터를 달려 항구도시 포트수단에 이들이 안전하게 도착하는 데엔 아랍에미리트UAE의 협조가 컸다. 이후 군용기에 탑승해서 인접국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제다공항을 사용하도록 편의를 아끼지 않았다. 또 본국에서 날아온 대형 공군 수송기 ‘시그너스’로 옮겨 타고 제다공항을 이륙해 서울공항에 도착할 때 까지 미국은 중요 정보들을 계속 지원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작전 수행에 필요한 16개국의 영공 통과 허가를 (통상 2주일이 걸리는 일임에도) 하루 만에 완료 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수단에서 구출한 우리 교민 28명을 태우고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 국가와 국민이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낸, 아름다운 약속이 담긴 작전이었다. (사진제공 국방부)
지난 4월, 수단에서 구출한 우리 교민 28명을 태우고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 국가와 국민이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낸, 아름다운 약속이 담긴 작전이었다. (사진제공 국방부)

공군 수송기와 함께 파견된 군인, 경호, 의료 인력 50여 명도 현장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고, 여러 나라가 신속히 협조할 수 있는 네트워크 또한 ‘프라미스’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뒷단에서 숨막히게 진행되는 과정을 28명의 교민들이 세세히 알 수 없었겠지만, 한글로 커다랗게 ‘대한민국 공군’이라고 쓴 군용기를 보았을 때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울컥했을 것이다.

‘프라미스 작전’의 진행과정을 뉴스로 보면서 국가와 국민의 아름다운 약속이 훈훈하게 느껴졌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가는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시켰고, ‘데리러 가겠다.’는 약속을 받은 교민들은 불안한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그 말을 믿었다.

사실, 기다리는 사람은 어떻게 데리러 올지 어디로 가게 될지 걱정하고 고민해도 별로 도움될 게 없다. 약속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해도 구출하러 올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약속을 받은 사람의 몫이다.

내가 상대를 믿을 만하고 내게 유익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때 약속은 신속히 이루어진다. 반대로 내가 상대방이 제시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이 경우에는 상대방의 조건이 월등히 좋거나, 내게 대체할 길이 없어서 따라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약속은 신뢰를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신뢰가 깨지지 않고 지속될 때 약속의 가치는 빛난다.

약속이 지켜지면 좋겠지만 설령 내가 바라던 대로 되지 않더라도 믿고 기다리는 것이 더 행복할 때가 있다. 실현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약속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약속’을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정하여 두거나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이라고 규정한다. 어떤 일을 두고 미리 정하는 행위는 어제나 오늘이 아닌 내일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약속은 바라는 것의 실체이며 앞으로 올 것에 대한 보증서이다.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에겐 인내할 힘이 생기고 절망하지 않을 용기가 솟는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프라미스’ 작전처럼 약속은 국가와 국민 사이에 연결의 다리가 되고, 국민들 간에도 화합의 고리를 만들어준다. 내 마음 안에도 이런 약속을 품고 있는가? 스스로 되물어 볼 때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