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숨쉬듯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은 없을까? 고민하고 있던 작년 이른 봄, 우연히 회사 동료가 점심시간에 맨발로 산책 나가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왜 맨발걷기를 하십니까?” 하고 물으니 “건강에 좋다고 해서 요즘 하고 있어요.”라고 답하고 그는 뚜벅뚜벅 멀어져 갔다. 그 뒷모습이 신기하게 보여, 다음 날 동료를 따라나섰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으로 식곤증을 달래던 나는 처음으로 회사 정원을 가로질러 가까운 야산에 올랐다. 그것도 맨발로 말이다. 그날 이후, 일 년 넘게 이 운동을 계속하게 될 줄은 몰랐다. 맨발걷기가 어쩌다 나의 ‘인생운동’이 되었을까?

지난해 봄날, 맨발로 땅을 처음 디딘 날! 마치 첫사랑의 추억처럼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 땅에도 온도가 있구나!’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차가운 줄로만 알았는데 똑같은 땅이라도 햇볕 드는 곳과 그늘진 곳, 흙의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온도가 조금씩 달랐다. 땅의 질감도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신발을 신고 걸으면 거친 땅, 부드러운 땅 정도로만 구별이 되었는데 맨발로 걸으니 산책로 땅이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폭신하고 말랑말랑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고, 발바닥의 감각세포도 무척이나 섬세하고 다양해서 겨울잠을 깬 기분이었다. 땅을 밟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어릴 때부터 들어왔지만 감각세포가 이렇게 활성화될 수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

맨발걷기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던 작년 어느 날, ‘맨발학교’를 이끌고 있는 대구교육대학교 권택환 교수를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대화 중에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은 애국자입니다.”라고 하길래 무슨 뜻인지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더니, “맨발걷기를 하면 웬만한 질병은 다 좋아지죠. 우리나라 의료 재정도 넉넉지 못한데 그 비용을 아껴서 중병으로 고생하는 국민들에게 더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면 진정한 애국이 아니겠어요?”라고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맨발 걷기를 하면 겸손해집니다. 조물주가 햇빛과 바람과 나무와 풀을 공짜로 주셨기에 저 또한 값없이 이런 효과를 널리 전파하는 일을 합니다!”라며 맨발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를 알려 주었다. 그 만남이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어, 땅과의 즐거운 만남은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었어도 계속되고 있다.

점심시간에 맨발로 산책하다가 만나는 다람쥐, 까치, 진달래꽃. 바쁜 삶에 잠시 쉼을 만끽한다. 사진제공 이상한 
점심시간에 맨발로 산책하다가 만나는 다람쥐, 까치, 진달래꽃. 바쁜 삶에 잠시 쉼을 만끽한다. 사진제공 이상한 

왜 맨발걷기를 하는가?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 팬데믹으로 운동의 양상이 바뀌어 트래킹족, 홈트족이 폭발적으로 많이 생겨났고, 면역력의 중요성도 더 부각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질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 무서운 전염병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에 근린공원과 야산을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면역력을 높이는 최고의 운동 중 하나가 단언컨대 ‘맨발걷기’이다.

나도 맨발로 걸으며 가끔씩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계기로 운동을 시작했는지 물어본다. 불면증이 와서 걷기 시작했다는 사람, 장 기능이 좋지 않아서 걷는 사람, 피부질환 때문에 시작한 사람, 수족냉증을 고치려고 한다는 사람 등 대개 건강상의 이유로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간혹 “누가 좋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맨발로 걸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무척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한다.

지압 효과

‘발 자극은 뇌 자극이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발에는 인체로 연결되는 신경과 혈관이 모여 있다. 신발을 신고 걸으면 깔창의 쿠션 때문에 발의 지압점이 자극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맨발로 땅을 밟으면 온몸의 기관이 자극을 받아 활성화된다. 성인의 경우, 맨발로 40분 정도 걸으면 굳어져 있던 근육과 장기가 부드러워진다. 장 운동이 좋아지므로 배변활동도 원활해진다. 아울러 수면의 질 도 크게 개선된다.

펌핑 효과

우리 몸의 혈관을 모두 연결하면 약 10만km에 달한다.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하는 길이다. 혈관은 심장에서 나가는 동맥과 심장으로 들어오는 정맥, 모세혈관으로 크게 구분하는데, 우리가 먹고 호흡해서 들어온 영양소와 맑은 산소는 모세혈관을 통해 개별 세포로 전달된다. 즉,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동맥을 거쳐 모세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나눠주고, 되돌아오는 길에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해 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운동부족, 수면부족, 스트레스로 인해 혈관이 노화되고 혈류순환이 약화되면 동맥경화가 생긴다. 그러면 심장에서 내보낸 혈액이 발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다. 타 원형으로 생긴 적혈구는 좁은 모세혈관을 지날 때 자기 몸을 접어서 통과하는데, 혈액이 탁하고 혈관에 찌꺼기가 쌓여 있으면 혈류량이 줄어들고 적혈구의 운반 활동도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심장과 멀리 있는 손발부터 차가워진다. 그런데 맨발걷기를 하면 발의 아치가 수축 이완을 반복해 혈액의 펌핑 효과가 생기고 혈류가 2.7배나 빨라져서 수족냉증이 개선된다. 제2의 보조 심장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접지(어싱, earthing) 효과, 활성산소 배출

집에 세탁기를 설치할 때 접지接地해주는 것처럼, 몸과 땅이 접촉을 하면서 신체의 균형을 되찾는 효과를 뜻한다. 활성산소가 남아돌면 역으로 몸의 멀쩡한 세포를 공격하게 되는데 맨발로 땅을 밟으면 몸속에 있던 피로 물질, 즉 활성산소의 양陽전하가 땅의 음陰전하와 결합하여 중화된다. 이를 통해 각종 염증을 비롯하여 뇌졸중, 심혈관질환, 스트레스 해소, 신경계통 증상 및 정신질환도 치유된다. 요즘은 고무나 플라스틱 절연체들로 만든 신발을 신기 때문에 땅과의 접촉이 차단되고 우리 몸안의 전기적 균형도 깨진 상태다. 이때 맨발로 접지하면 낙뢰가 떨어질 때 건물 꼭대기의 피뢰침을 통하여 땅으로 전기가 흡수되듯이, 같은 원리로 몸의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

혈액희석 효과

우리가 숲길을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접지를 한다는 것이고, 접지한다는 것은 우리의 몸과 대지가 전기적으로 연결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땅속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배터리로서 음전하를 띤 자유전자free electron들이 풍부하다. 맨발로 접지하는 순간 그 자유전자들이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와 적혈구의 표면전하, 즉, 제타전위zeta potential*를 올리는 작용을 한다. 제타전위가 올라간다는 것은 적혈구 속 입자들의 반발력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끈적끈적한 피가 묽어지게 된다. 또한 혈액의 펌핑작용으로 맑아진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됨으로써 면역체계가 강화되고, 접지효과로 활성산소가 제거되며 혈액의 점성을 낮추어 성인병 발병 위험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제타전위: 세포끼리 서로 반발하는 힘(미는 힘)을 말한다.

면역력 증가

혈액의 점성이 낮아지고 혈류가 빨라지며 체온 상승 효과가 있다. 접지를 통해서 인체의 각 기관이 회복되면서 면역력과 저항 체계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흙속에 사는 유익한 박테리아와 상호작용이 생겨 면역력 증강도 된다.

혈색 및 피부개선 효과

혈액이 묽어지면 혈류가 개선되어 당연히 혈색이 좋아지고 피부가 맑아진다. 무좀균과 습진, 박테 리아로 인한 피부질환도 사라지고, 발이 촉촉해지면서 선홍색으로 바뀐다. 또한 발바닥 피부가 단 련되면서 속살은 더 부드러워지는 것을 경험이 쌓이면서 스스로 알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 및 대화

햇빛 좋은 날에 촉촉한 땅을 걸어가면 복잡한 두뇌 속이 정돈된다. 오감을 통해 온전히 자신의 신체가 반응하는 것에 몰입하면 기분이 더욱 상쾌해진다. 특히, 숲길에서 하는 맨발걷기는 최상의 힐링이다.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혼자 걸으면 사색하기에 좋고, 함께 걸으면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사고하지 않고 사는 이즈음에 오히려 두뇌를 활성화하기에 딱 좋은 운동이다. 또한,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 쉼표를 찍고 재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걷다 보면 마른땅, 자갈길, 물길 등 여러 곳을 만난다. 지압 효과와 활성산소 배출에 효과가 크다. 사진제공 이상한
걷다 보면 마른땅, 자갈길, 물길 등 여러 곳을 만난다. 지압 효과와 활성산소 배출에 효과가 크다. 사진제공 이상한

맨발걷기 초보자들의 궁금증 10가지

매일 맨발걷기를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들이 있다. 그중에 공통적인 내용들을 정리해 소개한다.

Q1. 맨발로 하면 세균감염의 우려가 있지 않나요?

신발 속은 땀과 피부에서 발생하는 박테리아, 곰팡이 등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반면 깨끗한 토양은 비와 바람, 햇빛으로 자연정화가 되므로 훨씬 깨끗하다. “신발 속과 흙을 담은 컵 중 어느 쪽 냄새를 맡고 싶으신가요?”라고 물으면 누구나 “그야 흙냄새지요.”라고 답한다. 어싱 효과, 지압 효과 등으로 인체의 면역력이 상승하므로 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오염된 흙이나 거름이 섞여 있는 땅은 피하고, 발에 상처나 염증이 있을 때는 치료 후에 시작하길 권한다. 그래도 안전이 우려 된다면 10년간 유효한 파상풍 예방주사를 접종한다.

Q2.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가능한가요?

물론 가능하다. 먼저 부드러운 땅에서 짧은 시간만 해본다. 처음에는 벤치에 앉아서 발을 땅에 딛고 있기만 해도 염증질환이 개선될 것이다.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 근골격계의 충격과 근육의 경직 현상이 완화되기 시작한다. 5~10분간 천천히 걷다가 맨발로 벤치에 앉아서 땅과 접촉하는 방법을 권한다. 맨발걷기를 하면 지압 효과로 근육이 부드러워지므로 천천히 명상하듯이 시작하다가 점점 시간을 늘려가도록 한다.

Q3. 맨발걷기 전 주의사항이 있다면?

안전한 장소에서 부드러운 땅부터 걷기를 시작한다. 운동 전에 맨손체조 또는 스트레칭으로 발과 관절 및 근육을 부드럽게 해줄 필요가 있다. 직립보행 자세로 1시간 이상 걷고 나면 허리나 관절을 가볍게 풀어줘야 편안해진다. 따라서 운동 후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준다. 과유불급이라고, 처음부터 무리하면 쉽게 운동을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1~2미터 전방을 주시하면서 보폭을 약간 짧게 하고, 사뿐히 걷도록 한다. 질질 끌듯이 걸으면 발가락이나 발바닥에 상처가 날 수 있고, 그래서 열 번 잘 걷다가도 한 번 다치면 몇 달을 쉬어야 하니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중요하다.

Q4. 걷는 시간과 횟수, 속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자기 몸에 맞게 시작한다. 발바닥은 민감한 부위이며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10분만 하더라도 지압 및 혈액희석 효과가 있고, 조금 단련되면 하루 3번, 하루 1시간 30분~2시간, 만보 정도가 적당하다. 30분 이상 지속하면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산 3인산) 생성 및 코르티솔(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 분비가 촉진되고 혈전으로 인한 급성 및 만성질환이 개선된다. 접지는 강도보다 접촉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여건이 된다면 자주, 오래할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맨발걷기의 효과는 속도가 아니므로 어느 지점까지 몇 분 안에 가야겠다고 정하지 말고 천천히 걷길 바란다.

Q5. 계절별 맨발걷기에 주의사항이 있다면?

봄 : 해빙기에 땅 밑에 얼어 있던 쇠붙이나 날카로운 조각 등이 돌출되어 나올 수 있으므로 세심히 살피고 걸어야 한다. 걸으면서 깨진 조각이 보이면 휴대한 비닐봉지에 넣어 수거한다.

여름 : 고온다습한 날씨로 어싱 효과는 좋지만 미끄러질 수 있다. 산책로에 날벌레들이 있을 수 있으니 손부채를 준비해 다니길 바란다. 또한 벌레나 파충류를 피하기 위해 주 통행로 외에는 맨발로 들어가지 말 것.

가을과 겨울 : 체온유지를 위해 방한복을 단단히 챙겨 입는다. 추운 겨울철에는 두꺼운 수면양말의 발바닥 부분만 잘라내 신고 걸으면 발등은 따뜻하고 접지 효과는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맨발걷기 후 세족은 찬물에서 미지근한 물의 순서로 한다.

Q6. 반드시 맨발걷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

맨발걷기를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물어 보니, 꼭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먼저, 장시간 운전 전후에 맨발걷기가 매우 필요하다. 졸음과 만성피로 예방 때문이다. 피곤하다고 잠깐 눈을 붙이거나 자투리 시간에 쪽잠을 자는 것보다, 맨발걷기를 하고 운전을 하면 훨씬 활력이 넘친다. 식사 후에도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맨발걷기를 40분 정도 하면 지압 및 어싱 효과로 인체의 장기들과 근육들이 부드러워지면서 소화작용을 돕는다.

또한 오랜 컴퓨터 작업이나 음주 후에도 안전한 땅에서 딱 40분 걷고 귀가하길 권한다. 혈류 속도가 빨라져서 간 해독과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누워서 쉬는 것으로 피로를 풀었다면 이제부터는 맨발걷기로 방법을 바꿔보면 어떨까? 머릿속에 ‘피곤하면 맨발걷기’라는 루틴이 만들어진다면 삶은 달라진다.

Q7. 어린아이들에게도 좋은가요?

맨발걷기는 두뇌 발달과 심신 안정, 아토피 개선, 무좀균 퇴치 등 다양한 효과가 있으므로 아이들에게도 좋다. 우울증 개선, ADHD 예방, 집중력 강화를 위해 매일 하는 운동으로 추천한다.

Q8. 접지효과를 충분히 보려면 어떤 땅이 좋을까요?

접지 테스트기로 직접 실험해 보니 강가나 바닷가 모래가 가장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매일 바닷가로 갈 수 없으니 촉촉한 맨땅에서 하면 된다. 여름철 뜨거운 아스팔트는 열기와 화학성분이 있어 피부에 해롭다. 또한 우레탄 등 화학 물질로 합성된 매트도 맨발걷기엔 좋지 않다. 간혹 콘크리트 기초 위에 조성된 놀이터 모래밭에서 걷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보다는 그냥 맨땅을 권하고 싶다.

맨발걷기 좋은 장소들

숲길 활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선호하는 코스이다. 나무뿌리, 자잘한 돌들로 이뤄진 땅을 밟을 수 있으므로 지압 효과가 특히 뛰어나다. 야산이나 숲에서 맑은 공기와 새소리, 계절마다 바뀌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나뭇잎이 그늘막 역할을 해주면서 동시에 햇살이 적당히 쬐여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황토흙길 내가 살고 있는 경주시에는 ‘천년황토맨발길’이 황성공원에 조성되어 있다. 성인 보폭으로 한 바퀴 걷는 데에 500보 정도다. 주로 출퇴근길에 시간을 내서 걷는 황톳길은 매력 만점이다. 부드러운 황토흙은 면역력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유익한 박테리아가 많아서 무좀이나 습진 등 면역력이 약해서 생기는 질환들을 쉽게 개선해준다.

해변 백사장 슈퍼 어싱Super Earthing이라 불릴 만큼 전기적인 교류가 왕성하므로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가 높다. 수분과 염분과 모래 알갱이가 발가락을 감싸는 촉감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거기에 해변의 파도소리와 수평선을 보며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학교 운동장 발가락 앞부분은 인체의 머리에 해당하는 기관과 연결되어 있다. 학교 운동장에 주로 마사토를 까는 이유는 배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두뇌 발달과도 연관이 있다. 두뇌를 활성화하려면 맨발로 땅을 밟으면 된다. 너무 간단하고 쉬워서 사람들이 간과하는데, 이 방법을 계속하면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두뇌 활성화로 치매예방 효과도 나타난다.

판매하는 접지 신발과 접지 양말. 맨발걷기가 곤란한 경우에 사용하도록 한다. (사진 인터파크)
판매하는 접지 신발과 접지 양말. 맨발걷기가 곤란한 경우에 사용하도록 한다. (사진 인터파크)

Q9. 접지 관련 용품도 효과가 있나요?

접지 마우스패드, 접지 침대시트, 접지 신발, 접지 양말과 같은 용품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맨발걷기를 하면서 접지하는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다만 의사의 권고나 몸이 불편한 분들은 관련 용품을 사용하도록 한다. 실내 자갈 매트는 접지가 안되지만 지압 효과는 있어서 건강에 좋다.

Q10. 맨발걷기에서 유의할 에티켓은 무엇일까요?

맨발걷기를 하다 보면 자기 입장에서 사고를 하기 때문에, ‘역지사지’의 지혜가 필요하다. 간혹 맨발 전용 코스에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분들이 있다. 그때 너그럽게 대해주는 예의가 필요하다. 대부분 잘 몰라서 신고 들어오는 것이며, 또 그 순간은 금방 지나간다. 또 다른 에티켓이라면, 좁은 숲길이나 산책로를 맨발로 걸을 때 음악을 아주 낮은 볼륨으로 켜두거나 주변 사람들이 인기척을 느낄 수 있도록 헛기침을 하는 것이다. 맨발로 걸으면 발자국 소리가 거의 없어서 먼저 가는 사람이 화들짝 놀랄 수도 있어서다. 어쩌다 길에서 날카로운 병조각이나 위험한 물건을 발견하면 안전한 방법으로 휴대했다가 산책 후 버리는 것도 배려의 에티켓이다.

마음을 정돈하는 습관이 생기고

계절이 바뀌어 갑자기 추워지거나, 몸 상태가 일시적으로 나쁠 때 ‘공짜인데 무슨 큰 효과가 있겠어?’ 하면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맨발걷기를 하면 사색하면서 마음을 정돈하는 습관이 생긴다.

어느 날 나는, ‘지금까지의 방법으로 내 건강이 안 좋았다면 정반대로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거꾸로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여러 자료들과 영상들을 찾아 보았고, 내가 하고 있는 ‘맨발걷기’에 멘탈의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보자!’라고 나는 마음을 먹었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피곤하니까 맨발로 걷자!’, ‘아프니까 걸어야지!’, ‘날씨가 추우니까 맨발걷기에 딱 좋지!’, ‘비가 올 땐 어싱 효과가 최고지!’, ‘눈이 오 면 맨발로 걷자!’, ‘보이지 않지만 내 몸은 점점 더 건강해지고 있다!’ 이렇게 거꾸로 생각해 보니, 맨발걷기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알았다. 요즘은 새로운 장소도 발굴하고 주변에 함께 걷는 사람들도 늘어나 보람을 더 느낀다.

맨발로 걷다 보면 누구나 철학자가 되고

근린공원이나 야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마음부터 설렌다. 걸으면서 왜 그리 바쁘게 살았는지,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없이 달려왔는지, 발밑 세상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천천히 걸으면서 평소에는 맡을 수 없었던 풀꽃 향기, 새소리, 낙엽이 뒹구는 모양, 철 따라 달라지는 초목들을 보면서 미소가 번진다. 숲길 맨발산책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처럼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장엄해서 자연의 신비에 매료된다.

또한 추운 겨울철이면 시린 발을 덮어주는 낙엽이 고맙게 보인다. 어쩌다 살짝 불어오는 미풍이 반갑고 겨울의 한 줄기 햇살에도 더 감사를 느낀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추위와 더위와 번개와 비바람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접지’하고 있는 나무들을 볼 때 경외심도 일어난다. 멀리서 또는 머리 위로 스쳐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겨울철 도토리를 찾아 나무에서 낙엽을 헤집는 담비와 다람쥐, 한 쌍의 비둘기가 맨발로 나뭇가지나 땅을 밟고 서 있는 광경 또한 멋지다. 맨발걷기를 하면서 얻는 가장 큰 행복은 바로 ‘자연의 위대함을 재발견’하는 일 같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지만, 인간의 사고력이 더 절실한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폭과 질이 현격히 달라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사색과 대화, 건강을 보장해 주는 맨발걷기는 주목받아야 할 운동이다.

대자연 앞에서 겸손한 마음까지 배울 수 있는 매력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걷는다. 점심시간에 매일 오르는 정겨운 숲길!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작은 도랑을 훌쩍 뛰어넘어 진달래 핀 경사로를 오르면 꼬불꼬불 오솔길이 나타난다. 100보쯤 걸으면 갈래길이 보이고 내리막이다. 수줍은 흰꽃 군락을 지나 소나무 뿌리를 슬쩍 밟고 오르다 보면 펼쳐진 산의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쳐온다. 나만의 거대한 정원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싶다면 아주 간단하다. 맨발이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일단 신발을 벗고 걸어보자! 지금 한 발짝이라도!

글쓴이 이상한

현재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근무 중인 그는 스스로를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년 직장인이라고 소개한다. 지난해부터 맨발걷기의 매력에 빠져 ‘습관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운동을 하도록 동기를 만들어준 맨발학교 권택환 교수,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대표께 감사를 전하며, 전국 곳곳에서 맨발걷기 활동을 꾸준히 하는 동호인들에게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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