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의 워킹맘 손미숙

다섯 자녀를 낳아 키우는 다문화 가정이 광주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집에는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많을까 싶었다. 동시에 다섯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삶에 피곤이 서려 있겠다 싶은 안쓰러움도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 주인공 손미숙 씨를 본 순간, 활기가 가득한 생글한 눈빛이 모든 선입견을 해제시켰다. 낯설고 긴장되는 첫 대면을 유쾌하게 이끌어주는 여유로움도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움을 이해하려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상대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던데 그런 점에서 꽤 좋은 사람을 만난 듯했다. 그녀에게 결혼해서 가정을 행복하게 일구고 있는 비결을 물었다.

가족사진을 찍으며 다 함께 크게 웃어본다. 손미숙 씨 가족은 항상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한다
가족사진을 찍으며 다 함께 크게 웃어본다. 손미숙 씨 가족은 항상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한다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자신과 가족 소개를 부탁드려요.

반갑습니다. 저는 5남매 다둥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중학교 영어교사로 일하는 손미숙입니다. 남편인 델라파스 쟈렛은 필리핀 출신으로 저와 같은 학교에 영어 원어민 교사이고요. 결혼한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아이들은 첫째 리암(14), 둘째 리엘(12), 셋째 싸이믄(9), 넷째 셀라(7), 다섯째 레나(5)에요. 아들 셋을 연달아 낳고 귀한 딸 둘을 얻었어요. ‘한필커플(한국·필리핀 커플)’, ‘칠7복福’, ‘세계최고 행복한 가족’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궁금한 게 많습니다. 먼저 남편과는 어떻게 만난 사이인가요?

은사님의 소개로 만났어요. 은사님은 아버지같이 저를 챙겨주시고 세심하게 살펴주시는데 하루는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지 묻더라고요. 사실 제 이상형이 리더십있고 배포가 큰 스타일이라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니, 그런 사람은 보기 좋을지 몰라도 저 같은 성격에는 묵묵히 옆에서 지지해주고 보필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지금 저의 남편 사진을 보여주는 거예요. 키도 작고 수염도 길게 기른 사람이 흰색 두루마기 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 정말 웃겼어요.(웃음) 더군다나 저는 덩치가 좀 있어서 학교 다닐 때도 키 작으면 남자 취급을 안 했거든요.

이상형이 아닌데다가 국제결혼이었어요. 결혼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대학생 때부터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같이 와일드하고 자유분방한 타입은 한국의 여러 남편상 중에서 특히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상과는 안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혼할 나이가 되었을 때, 외국인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외국 사람도 좋겠다 했죠. 결정적인건 누구보다도 나를 생각해주는 은사님이 이 사람의 어떤 면을 좋게 보고, 나와 어울린다고 하신 건지 궁금해서 여쭸어요.

은사님이 광주에서 일하고 계셨을 때, 영어 원어민 교사로 있던 우리 신랑을 알게 됐는데 보면 볼수록 사람이 진국이더래요. 부모님이 목사인 집안에 태어나서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알고 자기를 절제하며 성실히 한국 생활을 하는 모습을 남다르게 보신 것 같아요. 이것저것 잘하는 것도 많아서 은사님이 훌륭한 신랑감으로 점찍어 두셨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신뢰가 생겼어요. 이미 오픈 마인드가 되어 소개팅 자리에 나가서 그런지, 보자마자 이 남자를 내 남자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마음이 불같이 일어났어요.(웃음) 제 성격이 외향적이지만 학교 다닐 때 딱히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에게 이런 연애 세포가 있을 줄이야…. 그렇게 결혼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결혼하고 신혼여행에 갔을 때 터졌어요.

신혼 시절 남편과의 즐거운 한때. 성격이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아내와 부드럽고 세심한 남편이 만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신혼 시절 남편과의 즐거운 한때. 성격이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아내와 부드럽고 세심한 남편이 만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신혼여행에서 무슨 일이 있었죠?

3일 만에 싸웠어요. 사실 결혼할 때는 시집을 가야 하니까 본 모습을 가리는 것이 많았어요. 괄괄하고 다혈질적인 면을 최대한 죽이고 여성스럽고 조신하게 포장했죠. 그런데 그런 연기가 힘든 거예요.

가족은 벌거벗어도 부끄럽지 않은 관계라는 걸 핑계 삼아 ‘그동안 내숭 떨었던 나의 성격을 빨리 보여주자.’ 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제 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나 봐요. 이 사람의 이상형은 우아한 여자에요. 얼굴 하얗고 피아노 치고 그런 여자 있잖아요. 사실 소개팅 자리에서 제가 그렇게 생겼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 조신하게 행동해서 그런지 남편이 절 처음 본 순간, 구름 속에 있는 기분이었대요.(웃음)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겉모습은 똑같은데 웬 다른 여자가 있는 거예요. 남편은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나에 대한 이해도 전혀 안 됐는데 일방적으로 “나 이런 여자야.” 한 거죠. 남편은 지금도 사기결혼 당했다고 농담해요.

신혼여행지에서 싸우고 난 뒤 중매해 주신 은사님께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는데 딱 그 말씀을 해주셨어요. “다르다는 것은 정말 좋은 거야. 오디오가 시끄럽다고 버리진 않아. 볼륨을 조절하면 돼. 그렇게 맞춰가며 살아.”

성격 다른 두 사람이 살아보니 서로의 짝이 맞았나요?

이 사람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에요.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성격이 다혈질이고 열 받으면 다 토해내는 면이 있는데 남편은 그런 저를 품어줘요. 이렇게 바뀌어라, 이렇게 해라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나라는 사람을 받아줘요. 부부 사이에 싸울 때가 있어도 남편은 무조건 잘못했다고 먼저 사과해요. 2년 전에는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엄마, 진짜 잘했어요. 엄마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에요.” 하는 거예요. 아이들도 아빠가 엄마를 많이 생각하고 맞춰준다는 것을 아는 거죠. 만약 나 같은 성격에 불같은 남편을 만났다면 매일 전쟁하다 헤어졌을 거예요.

우리는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그러니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며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왜 은사님이 나에게 이 사람이 어울린다고 하셨는지 이해됐죠. 신랑이 나를 많이 보듬어주고 기다려주는 건 신랑의 신앙 때문이 아닐까 해요.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 같아요. 그게 절 조금씩 변화시켜서 저도 이제 많이 부드러워졌네요.(웃음)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남편 역시 저라는 사람이 한번 빠지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요.(웃음) 어두운 분위기를 밝게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대요. 남편의 필리핀 친구 생일 파티에 간 적이 있었는데, 제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장소에서 아무 거부감 없이, 즐겁게 웃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나 봐요. 친구들도 그렇고 주변 어른들도 긍정적이고 친근한 성격의 미숙 씨를 얻은 쟈렛이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말한대요.(웃음)

부부의 사랑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저는 딸에게 꼭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하라고 해요. 살다 보니까 이 사람이 내 이상형이 됐어요. 저희는 같은 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요. 제가 담임도 하고 있어서 업무가 많아 늦게까지 일하면 다음 날 일찍 못 일어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남편은 조용히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해서 아이들을 먹여 학교에 보내고, 제 핸드폰 배터리가 없을까 봐 충전도 해줘요. 퇴근하고 나서는 아이들 챙겨서 공원에서 놀아주기도 하고 휴가가 주어지면 꼭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계획을 다 짜놓을 정도로 세심하고 가정적이에요. 또 워킹맘인 제가 집안일에 힘들지 않도록,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동생 목욕시키기, 설거지, 분리수거 이런 걸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잘 시켜줬어요. 덕분에 지금은 제가 정말 편해졌어요. 정말 고마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죠. 결혼 생활에서 상대에게 불만족할 때가 분명히 있어요. 중요한 건, 서로의 좋은 면을 크게 보고 감사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이에요.

상대방의 장점을 크게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시각과 항상 감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네, 맞아요. 이런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가정생활이 행복할 수 있더라고요. 저희 부부에게도 몇 번의 슬럼프가 있었어요. 어느 순간 신랑의 단점이 장점보다 더 커 보이는 거예요. 같은 직장이다 보니 옆에서 일하는 걸 보면 마음에 안 들고 나보다 느린 성격의 남편이 답답했어요. 그런 것들이 점점 쌓이면서 어느 날은 당신은 이렇고 저렇고 하면서, ‘따다다다’ 말하니까 남편의 얼굴이 완전히 죽어가는 거예요.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어요. 부정적인 말을 할수록 그대로 된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죠. 순간 “아니야, 아니야. 내가 미쳤어.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당신 진짜로 그런 사람 아니야. 정말 미안해.” 그랬어요. 남편은 정말 저를 잘 챙겨주고 서포트해 주는 면이 많은데 어느새 그런 건 안 보이고, 내가 더 낫다는 생각에 신랑의 단점을 확대했던 거예요. 상대방의 장점을 크게 볼 수 있는 시각이 부부생활에는 굉장히 필요해요. 그리고 저 같은 괄괄한 여자와 살아주는 남편이 얼마나 고마워요. 이렇게 생각하니 감사할 일들이 정말 많고 힘든 일이 작아 보여요. 또 좋은 건 저희가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어렵고 힘들 때, 함께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행복의 결실(자녀)이 무려 5명이나 됩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많은 아이를 낳은 거예요?

우리 신랑도 4남매 중 장남이고 저도 5남매 중 막내라서 가족이 기본적으로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들 셋을 연달아 낳고는 더 이상 낳는 것은 꿈의 숫자 같더라고요. 하지만 신랑이 넷째는 무조건 딸이니까 낳자고 하는 거예요. 아들이면 어떨까 겁도 났지만 신랑이 워낙 육아를 많이 도와주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하나님이 두 명의 딸을 주셨어요. 아들 셋, 딸 둘. 신랑은 첫 아이를 낳았을 때, 마침내 우리가 완전한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대요.

그리고 막내를 낳았을 때, 다섯 명의 아름다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기뻐했어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신랑의 확실한 믿음과 도움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5명의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시간이 주어지면 아이들과 온 마음으로 놀아주려고 한다. 특히 캠핑은 손미숙 씨 가족의 취미이자 큰 즐거움이다.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자연을 즐기며 열정을 다해서 노는 이 시간을 아이들은 참 좋아한다
바쁜 일상이지만 시간이 주어지면 아이들과 온 마음으로 놀아주려고 한다. 특히 캠핑은 손미숙 씨 가족의 취미이자 큰 즐거움이다.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자연을 즐기며 열정을 다해서 노는 이 시간을 아이들은 참 좋아한다

다둥이를 키우다 보면 많은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도 어려운 점도 많고요.

너무나 예쁜 아이들이 5명이나 있지만, 이 아이들이 나이가 많이 어릴 땐 힘든 게 꽤 많았죠. 터울이 짧은 아이들이 밤에 돌아가면서 깨느라 잠을 못 자는 경우도 많았어요. 하지만 남편이 정말 많이 도와줬고, 주변 어른들도 자기 자식처럼 우리 아이들을 챙겨줬어요. 또 제 스타일이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서 키우는 타입이라서 여러 아이를 별 스트레스 없이 키웠거든요.

많은 분들이 힘들지 않냐 하시는데 아이가 많은 건 커갈수록 좋아요. 형, 언니가 동생 기저귀 갈아주고 먹여주고 목욕시켜 주면서 크다 보니 서로가 굉장히 끈끈해요. 주변 분들이 말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뭘 주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대요.

“우리 오빠, 형, 동생 것도 주세요.” 어른들은 그 말을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아이들은 뭐 하나 있어도 꼭 남겨서 서로를 챙겨요. 교육적인 면에서도 제가 세심하게 잘못 챙기는 부분을 아이들이 서로 도우면서 하고 있어요. 독서를 좋아하는 셋째가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옆에 아이들이 다 따라서 책을 봐요. 또 넷째가 한글을 배우고 있지만 제가 많이 못 봐줬는데 요즘은 오빠들이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동생 한글 받아 쓰기를 시키고 숙제도 검사하더라고요. 막둥이도 옆에 와서 말도 안 되는 글자지만 써보려고 하고요. 형제, 자매가 많은 집이 아니고서는 형성되기 어려운 마음이에요.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큰 자산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무럭무럭 건강하게 커 가는 걸 보면 하루하루가 감사해요. 복덩이 5명이 저희에게 주는 기쁨과 행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존재 자체가 보석인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 아빠를 위할 줄도 알고 오히려 제가 더 배울 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가요?

이것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에요. 저와 남편은 신앙을 바탕으로 긍정적으로 삶을 살려고 했고 아이들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키우려 했어요. 첫째 리암이가 생존수영 수업 때, 다른 아이들은 실내 수영장에 다 래쉬가드를 입고 왔지만 얘 혼자만 수영복 바지 하나 입고 온 적이 있었대요. 아이들이 웅성대고 놀려도 리암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열심히 참여해 결국 모두 박수쳐주었대요. 선생님은 어떻게 아이를 그런 마인드로 키우셨냐며 전화가 오신 적이 있어요. 사실 유치원 가기 전부터 이 부분이 염려 되어서 아이들에게 다문화의 장점을 많이 이야기해주고 긍지를 갖게 했어요. 그래서인지 현재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아주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하고 있어요.(첫째는 중학교 1학년 학생회장이고 둘째는 축구부 에이스다.)

간혹 친구들이 아이들의 튀는 이름이나 큰 눈과 긴 속눈썹을 놀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이런 건 어느 가정에서나 아이가 있으면 겪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죠. 그때 아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줬던 기억이 나요. “전 세계 인구는 80억이 넘어. 그중에 0.01프로의 사람도 그 친구는 만나보지 못한 거야.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은데 친구의 좁은 시야가 정말 안타까워. 친구한테 그 이야기를 해줘.”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주고, 어릴 때부터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아이들이 일찍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시댁 부모님이 미국에 계시고 시누 중 한 명은 필리핀에 있거든요. 미국과 필리핀도 오가고, 한국에서도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많이 접했어요. 이 세계가 참 넓다는 걸 우리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배웠어요. 이러한 다양성을 얻을 수 있는 국제결혼은 매력이 있어요.

결국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네요. 좋은 부모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가진 틀을 내려놓는 게 좋은 부모 같아요. 사실 둘째 리엘이를 키울 때 아이가 많이 예민해서 힘들었어요. 아이 행동이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런데 리엘이가 7살 때 원형탈모가 온 거예요. 내향적이라서 스트레스를 받은 거죠. 그때 아이를 데리고 부모교육 강연회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교육이 우리 둘을 바꿔놨어요. 자유롭게 키운다고 했지만 나와 맞지 않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후 아이를 다르게 대했더니 금방 리엘이가 좋아졌어요. 거의 한 달 만에 머리카락이 자라더라고요. 아이는 그 아이대로 가치가 있는 거잖아 요. 쓰일 데가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부모 같아요.

그렇다면 좋은 부부란?

마찬가지에요. 상대를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부부요. 물론 절대 쉽지 않죠. 하지만 뭘 강요한다면 맨날 피 터지는 전쟁터일 거예요. 세게 말하지 않아도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어요.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해요.

엄마와 아내 말고 여자로서 ‘손미숙’ 씨는 지금 어떠한가요?

전 현재 일을 하고 있고 그러면서 활력을 얻고 성취감을 느껴요. 하지만 가족과 함께 있는 제가 더 행복해요.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관계는 정말 찾기 어렵거든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남편과 다둥이 사이에서 배운 것들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러면서 더 잘 지도하게 되고 제가 더 인정받게 됐어요. 결혼 후, 여자로서의 삶이 없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부딪쳐 보면, 오히려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성장한 내가 사회생활도 거뜬히 해 나가는 걸 발견하게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왜 결혼하는 걸까요?

사실 결혼해서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투자에요. 더 큰 행복, 더 큰 가치가 되어서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어요. 저는 결혼 전에 집에서는 좀 이방인이었어요. 제 성격이 많이 과격하고 거치니까 사람들하고 있을 때도 외로웠죠. 그런데 결혼을 하니까 든든한 내 편이 생겼어요. 남편은 부족한 저를 품어주고 챙겨 주고 아이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날 엄마라고 사랑해줘요. 이 끈끈한 관계 속에 있는 사람이 6명이나 있어요.

또 결혼하고 남편과의 관계나 많은 아이를 키울수록 마음가짐이 정말 달라져요. 어느덧 나를 보고, ‘나 진짜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내가 어떻게 이렇게 말하고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하며 놀랄 때가 있어요.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범위가 커진 거죠. 그러니 제가 더 편해요. 정말 바꾸고 싶었지만 쉽게 그럴 수 없었던 부분이 이뤄지고 나를 변화시켜준 강력한 계기가 결혼이었어요. 나만 알던 이기적인 삶이 오히려 더 외로웠다면 지금은 세계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한 여성이 가진 유쾌한 매력과 현명함, 긍정적인 삶의 태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손미숙 씨 부부는 어떤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상대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려 노력했다. 또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그들을 별처럼 반짝이게 키워냈다. 이러한 긍정의 마음가짐은 가정뿐 아니라 사회적 활동으로도 이어져, 그는 현재 교육 현장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각종 봉사활동으로 사랑의 가치를 퍼트리고 있다. 그에게 변화와 성장 그리고 행복의 결실을 가져다 준 것은 ‘결혼’이었다. 손미숙 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결혼생활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나는 혼자가 아니라 6명의 내 편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느낀 행복과 감사를 다른 분들도 결혼을 통해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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