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효정

지난 3월 27일부터 닷새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보건기구 본부에서 글로벌 미팅이 있었다. 피부 관련 질병들을 모아 개최한 제1회 피부 소외열대질환(NTDs) 국제학회에, 한국인 의료인으로 유일하게 황효정 원장이 초청을 받았다. 황 원장이 개발하고 있는 부룰리 궤양 치료제 ‘SRM1’ 임상시험 보고가 있었고 회의에 참석한 3백여 명의 전문가들은 그 결과에 주목했다. 살을 파 먹는 ‘저주의 병’으로 알려진 부룰리 궤양 치료에 새 길을 열기 위해 묵묵히 연구하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WHO 학회에 다녀온 그를 만나 개발 진행 과정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본다.

한의사 황효정거제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한의대 진학을 꿈꿨다. 소년 시절의 꿈을 이뤄 동국대학교 한의과에 입학했다. 대한한방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후 내과 과장과 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개원해서 모래시계한의원 원장으로 있다. 다른 사람들이 걸어왔던 길이 아닌, 그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열어주신 새로운 길로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성경에서 지혜를 얻어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했고 지금은 아프리카 난치병 부룰리 궤양 치료제 개발에 온 마음을 쓰고 있다. 제1회 피부 소외열대질환 학회에서 발간한 논문집을 들고 있는 황효정 원장, 사진 안경훈 기자
한의사 황효정
거제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한의대 진학을 꿈꿨다. 소년 시절의 꿈을 이뤄 동국대학교 한의과에 입학했다. 대한한방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후 내과 과장과 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개원해서 모래시계한의원 원장으로 있다. 다른 사람들이 걸어왔던 길이 아닌, 그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열어주신 새로운 길로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성경에서 지혜를 얻어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했고 지금은 아프리카 난치병 부룰리 궤양 치료제 개발에 온 마음을 쓰고 있다. 제1회 피부 소외열대질환 학회에서 발간한 논문집을 들고 있는 황효정 원장, 사진 안경훈 기자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말 그대로 세계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해 일하는 국제기구로, 20개의 질병을 한데 묶어 ‘소외열대질환’(NTDs, Neglected Tropical Diseases)이라고 통칭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는 환자가 빈민국의 가난한 사람들이라 국제 사회의 관심에서 멀리 ‘소외’되어 있고,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같은 기후가 더운 ‘열대’ 지방에서 발병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80억 인구 중 현재 10억 명이 소외열대질환을 앓고 있으며 그중에서 53만 명은 매년 사망한다. 깨끗한 식수를 마실 위생 시설만 갖춰도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는데, 정작 병에 걸린 사람은 하늘이 내린 운명으로 알고 받아들인다.

사람 사는 세상에 빈부차이가 존재하듯, 질병의 세계에도 보이지 않는 격차가 있는 것 같다. 시장 규모가 460조 원이 넘는 암 질환은 제약업계에서 대접을 받지만, 풍토병은 민간요법에 의존한 채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한다. 소외열대질환 중에서 특히 부룰리 궤양은 강력한 세균 감염으로 환자가 목숨을 잃게 되는 무서운 질병인데, 대인 접촉으로 전염될 위험성이 없고 일부 국가에 환자가 몰려 있어 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 앞에서 학회 참석자들과 함께 촬영했다. 사진제공 황효정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 앞에서 학회 참석자들과 함께 촬영했다. 사진제공 황효정

그런데 매년 아프리카에 의료 봉사를 다니는 황효정 원장이 코트디부아르 오지 마을에서 우연히 부룰리 궤양 환자를 만났다. 2012년의 일이다. 고름이 흐르고 살이 썩어 들어가는 환부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던 그는 소독 약품들을 주었다.

그 일이 발단이 되어 그는 자신이 만든 아토피 피부재생 약을 부룰리 궤양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필요한 치료제를 위해 10년 동안 그의 개발 열정은 계속되고 있다.

원장님이 개발하고 있는 ‘SRM1’ 치료제 임상시험이 있었고, 최근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뉴스 보도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부룰리 궤양 환자가 없는데, 어떤 질병인가요?

아프리카와 호주 등 열대 기후에 속한 33개국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유엔에 보고된 풍토병입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매년 2천 명의 새로운 환자가 생기고 있고요. 결핵과 한센병(나병)을 일으키는 원인균과 같은 속屬에 있는 마이코박테리움 얼서란스Mycobacterium ulcerans라는 세균이 사람의 피부에 침투해 근육과 뼈를 갉아 먹는 게 부룰리 궤양입니다. 증상이 심한 팔과 다리 부위는 절단하지만, 얼굴이나 목은 잘라낼 수 없어서 환자가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황효정 원장. 한국인 의료인으로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황효정 원장. 한국인 의료인으로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부룰리 궤양 WHO 표준 치료와 WHO치료를 병행한 SRM1 효력 비교 연구에 관한 프로토콜 원본. 사진 굿뉴스월드
부룰리 궤양 WHO 표준 치료와 WHO치료를 병행한 SRM1 효력 비교 연구에 관한 프로토콜 원본. 사진 굿뉴스월드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동안 치료법이 없었나요?

현재 WHO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8주간 항생제 복합 처방을 합니다. 최상의 결과를 얻고 부룰리 궤양과 관련된 장애를 최소화하려면 조기 발견과 조기 항생제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풍토병 지역에 숙련된 의료 전문가가 부족해서 임상 진단을 내려줄 수 없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발병 시기를 제때 알아내지 못해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적습니다.

WHO가 권장하는 항생제 치료법은 박테리아의 활동을 억제하여 초기에는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항생제를 계속 투여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내성을 극복하고 세균을 이겨내려면 억제하는 방법보다는 몸속에서 재생하는 새로운 힘이 필요합니다.

코트디부아르의 부룰리 궤양 퇴치 국가위원회 소속 의사로 이번에 임상 조사관으로 활동한 코피 디디에 박사와 함께.
코트디부아르의 부룰리 궤양 퇴치 국가위원회 소속 의사로 이번에 임상 조사관으로 활동한 코피 디디에 박사와 함께.
제네바 회의장에 참석한 WHO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박사를 만났다. 사진 굿뉴스월드
제네바 회의장에 참석한 WHO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박사를 만났다. 사진 굿뉴스월드
2022년 3월부터 12개월 동안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를 Skin NDTs 국제 학회에 보고했다. 회의장에 게시된 임상 시험 결과 발표 자료다. 사진 굿뉴스월드
2022년 3월부터 12개월 동안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를 Skin NDTs 국제 학회에 보고했다. 회의장에 게시된 임상 시험 결과 발표 자료다. 사진 굿뉴스월드

또한 부룰리 궤양은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방법이 간단하고 비용도 낮아야 환자들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치료를 받습니다. 저는 한의사로서 한약재 처방으로 부룰리 궤양 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결과를 위해 이번 임상시험에 제가 직접 참여하진 않았습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비용을 대고 부룰리 궤양 퇴치 국가위원회, 코트디부아르에 주재한 파스퇴르 연구소와 스위스 과학연구센터 그리고 코코디 국립대학교가 협력기관이 되어 테스트를 했습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후원하고, 주요 기관들이 협력해 임상시험을 한 이유가 있을까요?

전 세계 부룰리 궤양 환자의 41퍼센트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자리한 코트디부아르에 살고 있습니다. 환자의 병이 너무 흉측한데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서 환자들은 새까만 숯가루를 상처에 뿌리거나 바나나 잎으로 감싸두는 민간요법을 택합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저주의 병을 국가적 차원에서 퇴치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부룰리 궤양 환자들을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시켜 주고 국민들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번 임상시험의 성과가 부룰리 궤양의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중간 과정을 다 설명하면 복잡하고 전문 용어가 많으니까 결과만 요약해서 말씀드릴게요.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환부가 지름 10센티미터 이하인 환자 62명을 무작위로 선발해서, 기존에 써온 항생제로만 치료하는 그룹과 그 항생제에 제가 만든 ‘SRM1’을 병용해 치료하는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12개월간 치료한 결과를 보니, 두 그룹 간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항생제 그룹보다 SRM1 치료제를 병용한 그룹이 환자 상태도 더 빨리 호전되고 치유율도 높았습니다. 또한 SRM1을 꾸준히 복용해도 환자에게 부작용이 전혀 없었다는 평가도 함께 나왔습니다.

스위스 WHO 본부에서 열린 제1회 피부 소외열대질환 국제학회에 참석한 각 나라 대표들. WHO 사무총장과 이번 학회 의장인 A. 킹슬리 박사가 맨 앞줄 중앙에 서 있다
스위스 WHO 본부에서 열린 제1회 피부 소외열대질환 국제학회에 참석한 각 나라 대표들. WHO 사무총장과 이번 학회 의장인 A. 킹슬리 박사가 맨 앞줄 중앙에 서 있다
황효정 원장은 2008년부터 아프리카나 중남미에 가서 의료봉사를 하며 여름 휴가를 대신한다. 그곳에는 평생 의사를 한번 만나 보는 게 소원인 환자들도 많다. 사진 굿뉴스월드
황효정 원장은 2008년부터 아프리카나 중남미에 가서 의료봉사를 하며 여름 휴가를 대신한다. 그곳에는 평생 의사를 한번 만나 보는 게 소원인 환자들도 많다. 사진 굿뉴스월드

축하드립니다! 한국의 한의사가 아프리카 풍토병 치료를 위해 어떤 생각으로 약을 개발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잘 아는 의사 7명이 함께 여름 휴가 대신에 해외의료봉사를 갔습니다. 의사로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좀 해보고 싶어서였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굿뉴스월드’라는 NGO단체가 설립되었고, 저는 현재 그 단체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매년 저는 해외로 의료봉사하러 갔습니다.

2012년에는 코트디부아르에 갔는데, 마침 그 나라에서 말라리아, 에이즈, 부룰리 궤양을 3대 퇴치 질병으로 정해 범국가 차원의 치료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부룰리 궤양 환자들이 많다는 코난크로 마을로 향했죠. 아비장에서 330킬로미터 떨어진 아주 외딴 마을이었습니다. 도착해서 부룰리 궤양에 대해 말을 꺼내자 마을 사람들은 우리에게 바로 경계의 자세를 취했습니다. 추장님을 만나서 여기에 온 이유를 다시 설명드리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환자를 만나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귀신 들린 병이기 때문에 썩어가는 몸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부룰리 궤양 환자는 아파도 아프다는 표현도 자유롭게 못하며 살아가는군요.

환자들을 직접 보면서 제 가슴이 아팠습니다. 환부의 상태는 심각했고요. 팔에 붕대를 감고 온 아이에게 소독을 해주려고 시커멓게 변한 붕대를 풀어 보니, 고름이 붙어 있고 살 썩는 악취가 났습니다. 피고름을 걷어내는 동안 아이가 이를 악물며 참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의료진이 왔다는 소식에 환자들이 찾아오는데 성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병균이 오른쪽 종아리 전체를 갉아먹은 7살 여자아이는 걸을 수 없어서 엄마 등에 업혀 오고, 한 청년은 땅바닥에 앉아 다리를 질질 끌며 왔습니다. 환자들의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면 가족일지라도 나중엔 저주의 병에 걸렸다며 내다 버린다고 합니다.(이런 설명을 하며 그는 노트북에서 환자 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클릭할 때마다 모니터에 떠오르는 참혹하고 원색적인 상처 앞에서 기자는 눈을 찔끔 감아버리고 말았다.)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들의 잘못된 인식이 삶을 망가뜨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환부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2018년에 WHO 관계자들을 만나 부룰리 궤양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치료제 개발 계획서를 포스터로 만들어 전시하고 설명회를 했다. 사진제공 황효정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2018년에 WHO 관계자들을 만나 부룰리 궤양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치료제 개발 계획서를 포스터로 만들어 전시하고 설명회를 했다. 사진제공 황효정

​​​​​​​환자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안타까우셨겠네요. 이후에 어떤 일들이 이어졌나요?

한국에 돌아온 저는 다시 환자들을 치료하며 바삐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코난크로 마을에 동행했던 현지인 의사가 제게 안부를 묻는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때 마음에 접어둔 부룰리 궤양 환자들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만든 약 중에 피부재생 약은 염증을 가라앉히고 병든 세포를 몰아내는 성분들로 구성되어 아토피 피부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습니다. 원래 사람 몸에는 상처가 나면 스스로 복구하려는 자생능력이 있어서, 그 능력을 극대화해주는 약을 만든 겁니다. 돋은 새 살이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게 돕는 역할을 하도록 말입니다. 어쩌면 그 약이 부룰리 궤양에도 효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로 의료봉사를 다니다가 부룰리 궤양 환자들을 만나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부룰리 궤양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일의 진행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2018년엔 코트디부아르 보건부와 부룰리 궤양 퇴치 MOU를 맺었고, 2021년 2월에는 이를 위한 임상 시험 허가를 국가윤리위원회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래서 2022년 3월에 시작한 SRM1 임상 시험이 지난 3월에 매듭을 지어 WHO에 결과 발표를 한 겁니다. 개인 차원에서 일을 처리할 수 없을 만치 규모가 커져서 지금은 제가 소속된 굿뉴스월드 국제협력기구에 대외적인 업무를 일임하고 있습니다.

원장님은 우리나라에서 아토피 치료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찾아오는 환자도 많습니다. 아프리카 환자들을 위해 계속 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한의사로 35년 동안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질병 없는 세상이 될지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많은 의서醫書들을 읽고 새로운 의학 이론이나 치료법들도 부지런히 배웠습니다. 그러나 질병 앞에 서면 설수록 보잘 것 없는 제 자신을 보았고, 질병은 감당하지 못할 큰 산이었습니다. 모든 질병에 능통할 수 없어서 한 가지를 택했고 그것이 아토피 질환이었습니다. 현대병이라고 불리는 아토피 퇴치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습니다. 아토피 환자가 누구든, 병의 증세가 어떠하든, 동일한 효력을 내는 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이 ‘사람의 심령은 그 병을 능히 이기려니와 심령이 상하면 그것을 누가 일으키겠느냐.’는 잠언서 구절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좋은 약재로 좋은 처방을 해서 좋은 효과가 환자에게 나타나길 기대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성경 구절을 깊이 생각해 보니 제가 해온 방식이 옳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좋은 약이나 좋은 의술보다 사람의 마음이 병을 이기는 것입니다.

이런 지혜를 바탕으로 처방을 구성했더니 여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기전들을 발견했습니다. 그 기전으로 아토피 치료약을 만들었고, 그 약은 알레르기 질환뿐 아니라 피부 질환 전반에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처방으로 만든 약이 SRM1이고, 우리 몸에 나타나는 반응 체계를 ‘새힘 시스템SAEHIM SYSTEM’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절대로 제가 연구해서 만든 처방전이라고 할 수 없지요. 성경 말씀에서 얻은 것이니까요. 그러니 아프리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환자들도 좋고 저도 더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초반엔 ‘소외’, ‘저주’ 같은 단어들이 언급되어 흐린 하늘 같았는데, 원장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맑은 하늘이 나오네요. 임상시험의 다음 단계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WHO에 임상 시험 결과를 보고했으니, 다음 단계에는 궤양 크기가 10센티미터 이상인 환자들을 모아 2~3년에 걸쳐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려고 합니다. 또한 부룰리 궤양과 원인균이 같은 한센병이나 다른 피부 질환에 SRM1이 동일한 효력을 내는지도 구체적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성경에서 하나님이 열어주신 새로운 길로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는 깊은 사고를 통해 성경에서 지혜를 얻었고, 이를 한의학에 접목시켜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고 있다. 지금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는 그가 개발하고 있는 약이 부룰리 궤양과 유사한 질환에도 쓰이게 되길 기대한다. 아픈 사람을 살려내는 동시에 환자의 마음도 밝게 변화되길 항상 바라는 황효정 원장. 그는 환자의 고통이 자신의 아픔이 되고, 환자의 기쁨이 자신의 보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언젠가 치료제 개발이 완료되고 편의점에서 상비약처럼 살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사람을 괴롭히던 부룰리 궤양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구전동화의 첫 문장처럼 ‘옛날 옛적에 부룰리 궤양이라는 병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과거의 질병’으로 추억할 것이다. 한의사 황효정이 이 세상에서 꿈꾸고 있는 희망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