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풀리면서 오랜만에 마음 먹고 떠난 해외 여행. 한국에서 출발해 미국까지 15시간 비행기를 타고 간 뒤, 다시 10시간을 더 내려가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쉽사리 갈 수 없는 먼 곳인데다가, 새롭고 다양한 자연과 문화를 접하리라는 생각에 크게 설렜다.

아르헨티나는 ‘은’을 의미하는 아르겐툼 Argentum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라플라타 강 상류에 은으로 된 산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었다는데, 그만큼 오래전부터 기대를 준 땅이 아니었을까.

분홍빛 저택으로 알려진 대통령궁은 시내 한가운데에 자리해 누구나 볼 수 있다. 워낙 눈에 띄는 색상이라서 아르헨티나 유명 관광명소 리스트에  들어 있다. 실제로 대통령궁을 둘러보면 크지 않고 아담하다.  아르헨티나의 넓은 영토를 감안할 때 궁의 규모가 너무 소박하고 겸손해 보인다.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아르헨티나는 유럽의 다양한 건축 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갈레리아스 파시피코 백화점은 내부 전경부터 천장 벽화까지 예술적 감각이 가득 해서 고풍스러운 박물관 건축물 같았다. 요즘 아르헨티나 경제 침체로 인플레이션이 악화 되어, 여행자 입장에서 쇼핑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탱고가 있는 낭만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내를 흐르는 강에서 여유롭게 보트를 타고 있는 사람들.

‘사람보다 소가 많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땅보다 6배나 넓은 초원에서 키우는 소들은 드넓은 땅을 뛰어다니며 풀을 뜯어 먹고 자라서 육질이 매우 좋다. 마트에서는 쇠고기를 kg 단위로만 판매할 정도로 육류는 매우 보편적인 식재료다. 집집마다 쇠고기를 숯불에 직접 구울 수 있는 파릴라Parilla라는 그릴이 있고, 아사도(갈비)라는 음식을 특히 즐겨 먹는다. 여행 기간 동안 매일 아사도를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고기의 질이 부드럽고 풍미가 뛰어났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숯불에 구워 기름기를 빼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세상의 끝 El Fin del mundo, 현지 사람들은 이곳을 ‘엘 핀 델 문도’라고 부른다. 스페인어로 ‘땅 끝’을 가리키는데, 남극을 제외한 세계 최남단의 조용하고 작은 항구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세상의 끝’이라는 단어를 어디에다 붙여도 다 어울린다. 예컨대,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을 향해 가는 ‘세상의 끝’ 기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엽서를 보낼 수 있는 ‘세상의 끝’ 우체국 등 곳곳마다 마지막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해준다. 해협을 바라보며 경사진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마을은 일 년 내내 세상의 끝을 느끼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또한 이 마을은 남극과 불과 1,000km 떨어진 가까운 곳이라서 미지의 세계로 가려는 여행자들의 베이스 캠프로도 알려져 있다.

이 사진을 보여주고 무엇인지 물으면 십중팔구 펭귄이라고 답한다. 나도 남미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펭귄인 줄 알았을 것이다. 겉모습이 펭귄과 너무 흡사한 이들은 하늘을 나는 ‘가마우지’라는 철새들이다. 유연한 몸매에 발바닥에는 물갈퀴도 있는데, 날개를 접고 앉아 있으면 펭귄과 정말 닮았다. 먹이를 잡을 때는 바다에 들어가 잠수도 하고 물위에 오리처럼 떠 있기도 한다.

우수아이아Ushuaia는 2월이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기라고 한다. 평상시에는 눈 덮인 도시를 볼 수 있지만, 2월의 우수아이아는 영상 10도로 같은 시기의 한국보다 따뜻하다. 그래서 2월엔 우수아이아에서 새하얀 설산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쾌청한 날씨 덕분에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볍고 경쾌하다.

우수아이아 비글 해협의 작은 바위섬에 사는 바다사자들. 펭귄을 닮은 가마우지와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신기했다. 귓바퀴가 돌출되어 있고 납작한 네 지느러미로 땅에서 걸을 수 있다. 먹을 것이 풍부한 얕은 해변에서 볼 수 있다.
우수아이아 비글 해협의 작은 바위섬에 사는 바다사자들. 펭귄을 닮은 가마우지와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신기했다. 귓바퀴가 돌출되어 있고 납작한 네 지느러미로 땅에서 걸을 수 있다. 먹을 것이 풍부한 얕은 해변에서 볼 수 있다.
수영도 하고 일광욕도 즐기며 지내는 평화로운 펭귄들, 뒤뚱뒤뚱 걷는 걸음걸이가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에 서식하는 펭귄은 평균 몸길이가 약 67cm인 마젤란 펭귄으로, 가슴에 굵고 가는 두 줄의 검은색 띠가 둘러져 있다. 펭귄섬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 20명으로 섬 입장객을 제한하고 있다.
수영도 하고 일광욕도 즐기며 지내는 평화로운 펭귄들, 뒤뚱뒤뚱 걷는 걸음걸이가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에 서식하는 펭귄은 평균 몸길이가 약 67cm인 마젤란 펭귄으로, 가슴에 굵고 가는 두 줄의 검은색 띠가 둘러져 있다. 펭귄섬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 20명으로 섬 입장객을 제한하고 있다.
우수아이아에서 즐기는 킹크랩은 필수 관광 코스의 하나다. 킹크랩을 수조에서 꺼내 보여주고 바로 쪄 주는 아주 신선한 조리 시스템이 있다. 일행 6명이 킹크랩 전문 레스토랑에서 2마리를 주문해 먹었는데 탱탱하고 달큰한 게살의 매력에 빠져 접시를 깨끗히 비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한 해산물의 맛 대비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더 감동을 느꼈다.
우수아이아에서 즐기는 킹크랩은 필수 관광 코스의 하나다. 킹크랩을 수조에서 꺼내 보여주고 바로 쪄 주는 아주 신선한 조리 시스템이 있다. 일행 6명이 킹크랩 전문 레스토랑에서 2마리를 주문해 먹었는데 탱탱하고 달큰한 게살의 매력에 빠져 접시를 깨끗히 비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한 해산물의 맛 대비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더 감동을 느꼈다.

아르헨티나 국토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모양으로, 열대우림에서 빙하까지 있는 다양성의 나라이다. 특히 세계 최남단 도시인 우수아이아는 남극 탐험이 시작되는 전초기지다. 배를 타고 우수아이아 관광 코스인 펭귄섬을 보러 갔다. 동물원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감상하듯 한두 마리를 애지중지 구경했던 펭귄이 이곳에는 너무 흔하게 무리 지어 있어서 신기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작해 땅 끝 마을 우수아이아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을 곱씹어 보니,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남미의 어느 나라보다  더 열정적이고 더 아름다웠으며, 대평원에서 키운 질 좋은 쇠고기를 맘껏 먹고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전문 여행객들이 남미 관광의 정점은 아르헨티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과수 폭포, 빙하가 있는 남극으로의 출발점 우수아이아, 무수한 펭귄과 마주할 수 있는 나라. 먼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아르헨티나를 꼭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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