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업가 문혜진 대표

문혜진 대표는 3년 전부터 사회적 기업 ‘우리함께’를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마인드 교육센터를 구상하고, 인성교육 콘텐츠를 개발 제작하느라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다.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지 16년, 그는 ‘나를 이끌어주신 분들이 있어서 지금의 모든 일이 가능했다.’라고 말한다.

2007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해외봉사 활동을 하던 중 2층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여전히 다리를 쓰지 못하지만,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을 해내며 하루하루 감사한 인생을 살고 있다. 사진 안경훈 기자
2007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해외봉사 활동을 하던 중 2층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여전히 다리를 쓰지 못하지만,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을 해내며 하루하루 감사한 인생을 살고 있다. 사진 안경훈 기자

하시는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기존의 진로 인성교육이 어떤 직업, 어떤 직장인가에 집중되어 있다면, 저희는 꿈을 찾기 위해 먼저 필요한 마인드에 포인트를 두고 있어요. 청소년 인성교육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문제예요. 우리나라도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뒤에도 바른 마인드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추락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가 하는 일은 청소년들이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룬 후에도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르치는 거예요.

그동안 중고등학교에서 시행한 진로 인성교육과 수백 회를 진행한 북콘서트 공연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마인드를 형성시키는 일을 꾸준히 해왔고, 좋은 반응과 성과를 얻었어요. 그 결과로 2년 전 교육부로부터 인성교육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앞으로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교재로 사용할 책, 워크북과 부수 교재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일을 위해, 저희가 가지고 있는 좋은 소스들을 구체적인 콘텐츠로 바꾸는 작업 중이에요.

휠체어를 타고 일하려면 힘드실 텐데요.

보통 사람들보다는 좀 힘들죠. 하지만 힘든 시간들이 저를 성장시켰고, 훨씬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했어요. 예기치 못했던 사고 후 사랑, 동행, 공감 같은 단어의 의미를 깊이 있게 알았고, 그것이 제 마음과 인생을 바르게 잡아 주었어요. 그리고 좋은 일을 하다 보니 사방에서 도와주는 손길이 끊이지 않아요. 청소년 관련 교육 서적을 여러 권 펴낸 분이 책 내용을 마음껏 써도 좋다고 허락해주시기도 하고, 자신의 회사처럼 우리 회사의 경영을 도와주시는 분도 있고요. 무엇보다 다재다능한 직원들이 저와 함께해 일해 주어서 정말 고맙고 든든해요.

때로는 한계에 다다르기도 해요. 그때 ‘내 인생이 그랬던 것처럼 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아름답게 변할까?’라는 기대가 생겨요. 어느덧 어려움을 어려움으로 생각하지 않는 마음의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일이 많아서 요즘은 네 시간 정도 자고 계속 일하다 보니 체력이 부치기도 하지만요. 사실, 제가 코로나 때 밖에 나가서 운동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그러면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다리 근육이 다 빠져서 뼈밖에 안 남을 만큼 말라요. 그런데 지금 제 다리는 보통 여성들보다 굵어요(웃음).

사고를 당한 뒤 고통스러웠던 때도 있었겠지요?

2차로 척추 수술을 받으면서 폐를 완전히 들어내야 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평생 산소 호흡기를 꽂고 살 수도 있다.”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산소호흡기 없이 생활하지만, 수술하고 3년 동안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 숨을 쉬는 것부터 새로 배우고 연습해야 했어요.

하루아침에 멀쩡했던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니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었어요. 이가 없으면 잇몸이 있듯이, 다리를 못 쓰면 팔 힘을 길러야 해요. 저도 팔을 사용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를 챙기며 엉덩이를 들고 자리를 옮기는 연습을 했어요. 정말 아기가 된 것처럼 모든 일상생활을 다시 배우고 훈련해야 했어요. 처음에는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겨 앉거나 차로 옮겨 탈 때 넘어져서 상처가 많이 생겼어요. 한번은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앞에 장애물이 있어서, 앞바퀴를 들어서 넘어가는 ‘휠라이’를 하다가 뒤로 넘어가 뇌진탕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죠.

밥을 먹는 것도, 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중심을 잡고 양말을 신는 것도 힘들었어요. 기침을 하면 폐에 영향이 가기에 기침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요. 사레라도 들리면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지요. 지금은 제가 건강해요.

힘든 날들을 이겼기에 현재가 있는 거네요.

제가 일하는 것이나 활동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사고를 당한 뒤 처음에는 원망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인생을 포기하고도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장애를 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분들이 계세요.

먼저는 부모님이에요.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기에 상심하실 수도 있을 텐데, 한결같은 친구처럼 무엇이든지 터놓고 이야기하며 제가 하는 일을 마음으로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저를 챙기고 위해 주시는 여러 분들 가운데 제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계세요. 목사님은 항상 “혜진아,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하세요. 처음에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되새기게 돼요. ‘목사님은 내가 어려움 속에서 정말 아름다운 세계를 만날 것을 아시는구나. 내가 받은 사랑과 따스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행복하게 살 것을 아시는구나.’

장애인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신 의사 선생님도 있었지만, 저는 정말 행복하고 싶어서 ‘하나님이 이 모든 일을 이기게 해주시겠다.’는 희망을 선택했어요. 상황이 힘들어도 따뜻한 마음들이 저를 안정시켜 주고 달려갈 힘을 주어요.

제가 사고를 당한 지 어느덧 16년이 됐네요. 그동안 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고 뒷받침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혜진 씨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특별히 기억나는 세 사람이 있어요. 첫 번째는 소년원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만난 남학생이에요. 그가 “유일하게 누나가 저에게 괜찮다고, 누구나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라고 했어요. 제가 겪은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신도 새롭게 살 힘을 얻었다고 하면서요. 출소한 뒤 열심히 살아서 지금은 멋진 동물 훈련사가 되었어요. 얼마 전에는 집을 샀다고 소식을 전해왔어요.

또 한 사람은 자살하려고 했던 여학생이에요. 그 학생은 가족의 빚을 자신이 물려받아 유흥주점에서 일해야 했어요. 제가 쓴 글을 읽고, 두 발로 걷는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희망을 품었대요. 한번씩 카카오 메신저로 하늘, 꽃, 강아지 사진을 서로 보내며 안부를 주고받고 있어요.

세 번째 분은 가족의 불화로 이혼하고 혼자 사시는 아저씨예요. 잡지에 실린 제 기사를 읽고 많이 우셨다고 하며 “인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살게 해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씀을 전하셨어요. 아저씨가 살고 계신 담양에 대나무 숲이 유명하니 가족들과 한번 놀러오라고도 하시고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인성 캠프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서, 전국을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힘든 일에서 벗어나 마음의 방향과 관점이 바뀌길 바라요. 인성 캠프가 삶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유가 없어서 미루고 있지만, 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고 싶어요.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는 일이에요. 또한, 기회가 생기면 빌딩을 사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마인드교육 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그 안에서 방송과 출판 일도 더욱 활발하게 하고요. 제가 다시 걷게 되어도 이 일을 하는 건 변함이 없을 거예요. 그때는 지금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겠지요. 다시 걷게 되면 제 마음에 남아 있는 분들, 저를 도와주셨던 분들을 한 분 한 분 만나러 다니고 싶어요. 너무나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어깨를 마주하고 걸으며 포옹하는 장면을 상상해요. 다시 걷는다 해도 그것은 도착점이 아니고, 제가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는 또 다른 시작이 되겠지요.

불청객처럼 찾아온 역경 앞에서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역경은 우리 인생을 더 새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문혜진 대표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받은 사랑과 도움으로 자신을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역경을 넘고, 전보다 훨씬 밝고 힘차게 살고 있었다. 그를 인터뷰하면서, 고통을 겪어본 사람에게서 맛볼 수 있는 깊은 마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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