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청년들이 푸른 잔디밭에 모여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한 밴드 팀의 콘서트 홍보 포스터였다. 사진 속 그들의 미소가 얼마나 밝은지 포스터를 보며 나도 모르게 콘서트 에 가보고 싶어졌다. 3월 25일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콘서트를 연다는 그들의 이름은 ‘아미고Amigo’. 스페인어로 ‘친구’라는 뜻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에 다다라 가족들과도 거리를 둬야 했던 시기에, 친구들끼리 밴드 팀을 만들어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다는 그들을 만났다. 실력 좋고 인기 많은 밴드 팀들도 많지만, 아미고 밴드만의 특별한 맛과 멋이 있어 소개한다.

아미고 밴드2021년 3월에 결성된 6인조 청년밴드 그룹이다. 왼쪽부터 카렌 멜리사, 조상현, 한인구, 이소원, 장지훈, 김영석.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대면 활동이 중단되었을 때 밴드를 결성해 지금까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노래하고 있다. (사진 안경훈 기자)
아미고 밴드2021년 3월에 결성된 6인조 청년밴드 그룹이다. 왼쪽부터 카렌 멜리사, 조상현, 한인구, 이소원, 장지훈, 김영석.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대면 활동이 중단되었을 때 밴드를 결성해 지금까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노래하고 있다. (사진 안경훈 기자)

안녕하세요! 아미고 밴드가 2021년에 처음 생겼다고 들었어요. 한창 코로나가 심해 모든 활동이 중단될 때였는데 어떻게 밴드를 만드셨나요?

영석 : 매주 토요일마다 하는 대학생 독서 모임이 있었어요. 같이 모여서 책 읽고, 토론하고, 유익한 강연도 들었죠. 그런데 코로나 이후 모임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점점 흥미가 떨어졌어요. 분위기가 자꾸 침체되니까 모임을 이끄시는 선생님이 앞으로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토론을 시작하자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모임 때마다 몇 명씩 노래를 불렀는데 확실히 전보다 분위기가 좋아졌죠. 어느 날, 선생님은 밴드 팀을 하나 만들자고 하시는 거예요.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겠지.’ 하고 대부분 흘려들었는데, 그중 저를 포함한 몇몇 친구들이 모여 밴드를 결성했어요.

인구 : 멤버가 구성되자 선생님이 ‘아미고 밴드’라는 이름을 붙여주셨어요. 이런 격려의 말씀도 하시면서요. “나는 여러분이 노래로 행복을 전하는 밴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그 노래를 부르는 여러분이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행복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친구 아니겠어요? 스페인어로 ‘아미고’라고 하죠.” 그 말씀이 바탕이 되어,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지길 바라며 밴드 활동을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있어요.

왼쪽부터 보컬 이소원(25), 보컬·팀장 김영석(26), 기타·보컬 장지훈(25). 아미고 밴드 멤버들이다. (사진 안경훈 기자)
왼쪽부터 보컬 이소원(25), 보컬·팀장 김영석(26), 기타·보컬 장지훈(25). 아미고 밴드 멤버들이다. (사진 안경훈 기자)

 

행복을 전하는 밴드, 멋지네요! 그동안 어떻게 활동 해왔는지 궁금해요.

상현 : 밴드를 만들긴 했지만 처음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코로나는 점점 심해졌고, 그로 인한 규제도 갈수록 엄격해졌거든요. 다 같이 모여서 연습하기도 힘들었죠. 학교 수업도 다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는데 밴드 공연도 온라인으로 할 곳이 없을까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봤어요. 우연히 스페인어와 영어를 사용하는 해외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코리아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봤어요.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우리 밴드 팀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서 무료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연결이 되어 저희가 첫 데뷔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소원 : ‘어떻게 하면 우리 노래로 외국인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온라인 코리아 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이 가장 좋아할 노래는 당연히 K-Pop이겠다 생각했죠. 그들에게 좋아하는 한국 노래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것 같았어요. 데뷔하던 그 날,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우리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같이 손을 흔들면서 따라 부르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학생들 모습에 저희도 너무 행복했어요.

영석 : 지금 생각해봐도 그 공연이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그 후로 비슷한 온라인 행사가 있으면 그쪽에서 먼저 저희를 불러주셔서 계속 공연을 할 수 있었거든요. 저희는 돈이나 인기가 목적이 아니에요. 저희를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서 노래를 불러요. 그래서 공연을 본 사람들이 “저 밴드 팀의 노래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더라.”라는 후기를 남기시곤 해요. 그 덕분에 저희가 계속 온라인 무대에 설 수 있었고요.

지훈 :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엄격했던 규제도 풀리고 오프라인 행사들이 다시 시작되었잖아요. 그동안 작은 모니터 화면으로만 만났던 관객들의 얼굴을 더 넓은 공간에서 직접 마주보고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어요. 오프라인 콘서트를 해보고 싶어서 작년 9월부터 연습을 쉬지 않고 해왔죠.

기다렸던 만큼 이번 콘서트가 굉장히 의미 있겠네요. 반면에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인구 : 네, 맞아요. 모두의 행복을 위해 공연을 기획했지만 이면에는 어려움도 많았어요. 지금까지 무료 공연을 해오다 보니 막상 콘서트를 열 만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거든요. 멤버들과 몇 날 며칠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요. 그러다 후원처를 찾아보기로 했죠. 누가 우리를 보고 후원을 해줄까 걱정이 앞섰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지인의 도움으로 한 사회적협동조합을 알았어요. 그곳 대표님을 만나서 저희가 공연을 하는 목적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어요. 대표님이 기획하고 있던 사회 공헌 사업에 우리의 취지가 잘 맞는다면서 흔쾌히 돕겠다고 하셨어요. 우려했던 일들이 하나씩 풀려가는 걸 보면서 정말 신기했죠.

중남미 청소년들을 위한 ‘온라인 코리아 캠프’에서 무료 공연을 했다. (사진제공 아미고 밴드)
중남미 청소년들을 위한 ‘온라인 코리아 캠프’에서 무료 공연을 했다. (사진제공 아미고 밴드)

 

소원 : 저희가 처음에 하려고 했던 콘서트는 최대 50~60명 정도 모일 수 있는 미니 콘서트였어요. 그런데 사회적협동조합과 같이 준비하면서 규모가 점점 커져갔어요. 그러다 덜컥 700석 규모의 홀 대관이 성사되었어요. 저희 말고도 대관 희망자가 20팀이나 있었다는데 저희가 20:1 경쟁률을 뚫고 대관을 하게 됐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라고 하늘이 돕는구나 생각했어요.

멜리사 : 장소와 공연 날짜도 정해지고, 포스터도 만들어 홍보도 잘 되고 있었는데, 문제가 하나 더 남아 있었어요. 바로 저예요.(하하) 저는 멕시코에서 왔어요. 멕시코 사람들은 노래를 좋아하고 자주 부르지만 잘하는 것보다는 즐겁게 즐겨요. 그래서 아미고 밴드를 친구 소개로 알게 됐을 때 저랑 코드가 잘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잘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래하는 밴드니까요. 그런데 제가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요.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 가사를 외우고, 멜로디를 익히는 건 힘들었어요. 집에서 혼자 연습할 땐 완벽했는데 멤버들이랑 맞춰보면 발음도 틀리고, 음정도 틀리는 거예요. 이러다가 나 때문에 공연을 망칠 수도 있겠다 싶어 주눅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저와 생각이 다르더라고요. “잘 못하고 실수해도 괜찮아. 노래 부르는 우리가 즐겁고 행복하면 관객들에게 행복이 더 크게 전달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저를 위로해줬어요. 그런 친구들이 정말 고마웠어요.

상현 : 저희 중에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단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악기를 조금씩 다루는 정도죠. 세상에 노래 잘하고 음악적으로 뛰어난 밴드 팀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들에 비하면 저희는 명함도 못 내밀겠죠.(하하) 그런 저희가 노래를 계속하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서요. 그리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해 노래할 때 저희도 같이 행복해지니까요.

왼쪽부터 보컬 한인구(24), 보컬 카렌 멜리사(26), 기타 조상현(24). 아미고 밴드 멤버들이다. (사진 안경훈 기자)
왼쪽부터 보컬 한인구(24), 보컬 카렌 멜리사(26), 기타 조상현(24). 아미고 밴드 멤버들이다. (사진 안경훈 기자)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 느껴져요.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아요. 

지훈 : 맞아요. 이 친구들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특히 제가 친구들 덕을 많이 봤어요. 저는 좀 내성적이라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집에서 혼자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거나 작곡 공부하는 게 취미거든요. 얼떨결에 밴드 팀에 들어오긴 했지만 늘 누군가와 함께하는 건 부담이었어요. 게다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무대에만 서면 잘 되던 것도 갑자기 안 되고, 실수할 때가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무대 울렁증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같은 걸 계속 틀리고 실수하면 파트를 바꾸거나 뺄 수도 있는데 친구들은 한 번도 제 실수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화내지 않았어요. 제가 스스로 이겨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끝까지 믿어줬어요. 그런 친구들의 마음이 느껴지니까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참 즐겁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은 울렁증도 다 극복했어요. 이번 콘서트 첫 노래가 제가 혼자 부르는 로이킴의 ‘이 노랠 들어요’예요.(하하)

영석 : 제가 팀장으로서 엄청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팀 분위기가 좋아져서 밴드 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문득 아미고 밴드가 처음 결성됐을 때 선생님이 “노래를 부르는 여러분이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행복을 함께 나누는 게 친구잖아요.”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어요. 남들에게 행복을 주려면 우리가 먼저 행복해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연습시간 외에도 자주 만났어요. 같이 놀러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요. 특히 대화를 참 많이 했어요. 꼭 좋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작은 것도 숨기지 않고 다 이야기 했죠. 신기한 건, 친구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고,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는 게 느껴졌어요.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니 그것보다 행복할 수 없겠더라고요.

여러분을 알면 알수록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데요. 각자 생각하고 있는 목표가 있나요? 

상현 : 일단 이번 콘서트를 잘 마친 후, 본격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버스킹도 해보고 싶고, 기타 하나 들고 친구들이랑 무전여행도 가보고 싶고요. 행복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서 노래 부르고 싶어요.

소원 : 지금은 저희가 6명인데 악기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2명 뿐이에요. 밴드라고 하기엔 아직 구색이 덜 갖춰졌죠. 악기 연주를 잘 하는 새로운 멤버들을 모집해서 더 풍성한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인구 : 저는 노래뿐만 아니라 시를 쓰거나 작사하는 걸 좋아해요. 언젠가 멤버들과 함께 아미고 만의 노래를 만들어서 앨범을 내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저희 노래를 듣고 행복해질 수 있게요.

지훈 : 저도 인구랑 같은 생각이에요. 인구는 작사가 취미라면 저는 작곡이 취미거든요. 제가 멜로디를 만들고, 인구가 가사를 쓰면 딱 맞겠네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뮤지션이란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살다 보니 꿈이 점점 희미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아미고 밴드를 만나서 요즘은 그 꿈이 다시 선명해졌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뮤지션이 될 거예요.

영석 : 다른 멤버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아주 큰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 아미고 밴드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니며 공연을 하는 거예요.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음악으로는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전 세계에 행복을 전하는 아미고 밴드! 이름만 불러도 설레네요. 지금부터 멤버들끼리 틈틈이 언어 공부도 해야겠어요.(하하)

리사 : 저도 영석이와 비슷한 생각이에요. 우리가 해외 진출을 한다면, 저는 제 고향인 멕시코에 제일 먼저 가고 싶어요. 저희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우리 멤버들을 소개시켜주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아마 우리가 멕시코에 가서 스페인어로 노래 부르면 사람들이 정말 좋아할 거예요. 멕시코에서 인기 스타가 될 지도 몰라요.

사진 안경훈 기자
사진 안경훈 기자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여러분이 참 멋져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미고  밴드의 관객이 될 모든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영석 : 저희 아미고 밴드가 만들어진 목적과 앞으로의 목표는 언제나 동일해요. 저희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노래할 거예요. 때때로 어려운 일도 생기겠죠. 하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친구들과 저희를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네요. 전 세계에 행복을 전하는 아미고 밴드가 들려드릴 노래와 메시지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행복을 위해 노래한다는 아미고 밴드의 첫 콘서트가 3월 25일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있었다. 공연 시작 10분 전,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이어 공연이 시작되고 인터뷰 때 만난 얼굴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어지는 공연을 관람하며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행복을 나누고 싶다는 그들이, 내딛는 작은 발걸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어느덧 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봄을 알리는 따스한 바람처럼 아미고 밴드가 만들어내는 행복 바람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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