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파렌은 절약, 환경 보호,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

유럽에서도 근검 절약하는 생활로 유명한 독일의 국민들은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겉보기의 화려함이나 당장의 편리함 보다는 실용성과 환경을 우선시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독일의 가정을 방문해 보면, 물과 전기 등 에너지를 절약하는 모습은 물론 몇십년 된 낡은 물건을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일인의 몸에 밴 절약정신과 합리성을 잘 보여주는 문화가 ‘미트파렌(mitfahren)’,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풀(carpoor) 문화이다.
자가용이 생활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캠페인을 벌였지만 운전자들에게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카풀 문화가 독일인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느낌이다.

독일어로 ‘동승하다’라는 뜻의 ‘미트파렌(mitfahren)’은 독일에서 국내 지역을 넘어 전 유럽 도시들을 자가용과 기차로 연결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나라들을 포함해 유럽 45개국의 거의 대부분의 도시를 미트파렌을 통해 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결망이 잘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한달 평균 2백여 만명의 사람들이 미트파렌을 통해 전 유럽을 누빈다.
자가용 한 대에 동승하는 사람들의 수로 비용을 나누어 지불하므로 가격은 물론 저렴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합의 하에 결정되지만 대개 일반 대중교통 이용요금의 1/2에서 1/4 정도이니, 값싼 이용요금은 미트파렌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덧붙여 독일인들이 미트파렌을 이용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으니 바로 환경이다.
자동차의 주행을 여러 명이 공유함으로써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여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과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 지속 가능한 자연을 만들어 간다는 점은 우리 눈에는 당장의 잇점이 없어 보이지만 비누 하나도 환경을 생각하고 구입하는 독일인들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미트파렌’은 인터넷을 통한 연결망과 시스템을 갖추게 됨으로써 독일인들이 애용하는 교통 시스템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져,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미트파렌 사이트 ‘www.mitfahrgelegenheit.de’는 1998년, 슈테판 베버(Stefan Weber)와 미카엘 라이니케(Michael Reiniche), 마티아스 시들(Matthias Siedle)에 의해 만들어졌다. 대학생이었던 그들은 수업 과제로 이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후 회사로 발전하게 되었다. 현재 뮌헨에 본사를 두고, 유럽의 미트파렌 시장을 주도하는 온라인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 mitfahrgelegenheit 사이트 메인 페이지
▲ mitfahrgelegenheit 사이트 메인 페이지

이렇게 10여년에 걸쳐 자리잡은 미트파렌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운전자는 목적지와 경유지, 차종, 연락처, 날짜 및 시간, 빈 좌석 수 등의 정보를 사이트에 게재하고, 동승자는 자신에게 맞는 차편을 찾아 운전자와 연락하여 약속을 정하고, 약속 장소에서 만나 함께 차를 타고 이동 한 후, 도착하여 미리 합의된 비용을 지불한다.
물론 신원 확인을 위해 사이트 가입 시 개인 정보를 먼저 입력하여 이용의 신뢰를 높인다.

사실 말 그대로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이 함께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미트파렌 시스템의 기본 개념은 특별할 것도, 놀라울 것도 없다. 다만 어쩌면 당연한 이런 개념을 현실화 할 수 있다는 데에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범죄 기사들을 접하고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독일에서 가까운 폴란드나 체코 등 동유럽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독일의 미트파렌에 관해 들으면 깜짝 놀란다. 어떻게 모르는 사람과 함께 차를 타냐는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독일 사회 저변에 공유되고 있는 구성원 간의 ‘유대’와 ‘신뢰’가 없었다면 미트파렌이 가진 경제적인 이득과 친환경적인 장점은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캠페인의 문구로 끝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흔히 선진국 하면, 첨단 기술과, 높은 소득, 훌륭한 사회 시스템을 이야기 하지만,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과 사람들간의 관계에 있음을 미트파렌은 보여주고 있다.

오늘도 미트파렌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각 나라를, 각 지역을 오고 간다. 물론 미트파렌을 악용한 범죄 소식도 간간히 들리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미트파렌을 통해 새 친구를 얻고, 또 남편과 아내를 얻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트파렌은 돈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면서 독일인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루드빅스하펜=신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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