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 에티오피아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

대학생들이 해외봉사를 결심하는 동기는 가지각색이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어서, 나만을 위하는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하는 삶을 경험하기 위해서 등. 김혜민 씨의 경우는 해외봉사를 결심한 이유가 오직 하나였다고 했다.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지난 달, 에티오피아에서 봉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그를 만나 그가 경험한 ‘변화’에 대하여 들어보았다. 

해외봉사를 결심한 이유가 ‘변화’를 원해서였다고요. 

네. 학창 시절에 가난한 가정형편을 원망하며 방황을 했어요.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소위 ‘문제아’였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대학생이 되어도 어두운 길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달라지고 싶은데, 방법을 알 수 없어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사정을 듣고 이 봉사단 프로그램을 소개해준 선생님이 있었어요. 고민해 보니 제 마음대로 걸어온 길은 늘 괴로운 기억만 남겼더라고요. 이번에는 선생님의 제안을 그대로 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에티오피아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떠나보니 어땠나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에티오피아 환경 자체도 낯설었지만, ‘삶의 자세’를 다시 배우는 것이 제일 어려웠어요. 부끄럽지만, 저는 그전까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나 규칙적인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어요. 늦은 오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어요. 왜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고,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었죠. 그런데 에티오피아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시작되었어요. 처음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규칙적인 스케줄을 따르는 것도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침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삶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주는지 하나하나 배우면서 ‘새벽 기상’이 제게도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살아왔던 방식을 지겨워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제 방식이 옳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무시해왔죠. 그런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듣는 것’이 무엇인지,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됐어요. 그게 제 삶에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일주일에 세 번, 동네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마지막 수업 날, 아쉬움에 울기도 하고 나에게 수줍게 작은 선물을 건네던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에 세 번, 동네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마지막 수업 날, 아쉬움에 울기도 하고 나에게 수줍게 작은 선물을 건네던 아이들과 함께.

아침 기상 외에 또 어떤 것들을 배웠나요?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으면 화부터 내는 저와 달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웃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순간순간 놀랄 때가 많았어요. 사람들과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소통하고 풀어야 하는지도 그 친구들에게 배웠습니다. 

지부장님과 다른 봉사 단원들과 함께 살면서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생전 처음 행사를 기획해보고, 홍보하는 일도 경험했어요. 청소년들을 위한 코리안 캠프, 축구 아카데미, 어린이 캠프 등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요. 한번은 행사를 마치고 한 현지인이 제게 다가왔어요. 웃으며 “혜민아, 너무 고마워. 네 덕분에 오늘 너무 행복했어!”라고 말하는데, 순간 너무 놀랐어요. 지금까지 저는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모두가 나를 싫어할 거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그곳 현지인들, 그리고 지부장님은 저를 다르게 봤어요. 저를 가족처럼 대해주셨고, 제멋대로에 문제투성이인 저도 소망을 전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하루는 지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뭐든지 배우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어.”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한마디인데, 그날은 무척 크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작은 생활 습관부터 깊이 생각하는 법, 부담스럽고 귀찮은 일도 해보는 법 등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평생 안 먹던 ‘야채 먹기’였어요.(웃음)

1년간, 나를 사랑으로 대해준 에티오피아 지부 가족들.(사진 맨 오른쪽이 김혜민 단원)
1년간, 나를 사랑으로 대해준 에티오피아 지부 가족들.(사진 맨 오른쪽이 김혜민 단원)

한국에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 봉사단 귀국 행사를 준비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솔직히, 한국에 돌아올 때 ‘다시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도 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살다가 또 어두운 유혹이 찾아올 때, 나 혼자서는 절대 이기지 못하지. 그런데 그때 나보다 마음이 강한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어.” 그래서 제게 해외봉사를 추천해주셨던 선생님께 자주 연락드려요. 부모님과도 자주 대화를 하고요. 

아, 하고 싶은 일도 생겼어요. 앞으로 돈을 얼마를 벌든 어떤 일을 하든 오래오래 에티오피아를 후원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에티오피아로 다시 돌아가 태권도도 가르치고, 커피와 관련된 일도 해보고 싶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만났던 사람들, 무전여행을 하며 생긴 에피소드, 행사장에 스피커만 챙겨가고 마이크는 챙겨가지 않아 당황했던 일들, 아팠을 때 자신의 사비로 먹을 것을 사줬던 현지 친구…. 그의 마음속에는 행복한 추억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 차 있었다. 과거엔 살아갈 소망이 없었다는 그가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삶이 펼쳐질지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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