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남’유튜버 정성권

“누군가의 집을 들여다보는 건 마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처럼 흥미롭다.” 유튜브 채널 ‘자취남’을 운영하는 정성권 씨. 한국에서 남의 자췻집을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국내외 500여 곳의 집을 찾아가 방 안 구석구석에 담긴 자취생들의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왔다. ‘자취’를 소재로 한 콘텐츠로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자, 올해로 자취 5년 차를 맞는 프로 자취러 정성권 씨. 그의 실제 ‘자취생활’은 어떠한지, 알아두면 좋을 ‘자취 노하우’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반갑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자췻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신다고요. 

네, 다양한 분들의 자췻집을 방문해서 집 주인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인터뷰를 하고 이를 영상으로 담아 소개하고 있어요. 기존 채널 이름이 ‘자취남’이라면, 최근에는 ‘유부남’이라는 채널도 개설해서 결혼한 분들의 ‘집’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5년 전,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사회 초년생이자 자취를 막 시작한 사람이었죠. 독립해 혼자 살아가려니 모르는 것이 많아 도움을 얻고 싶은데 ‘자취 체크리스트’ 정도의 정보 외에는 실질적인 정보를 찾기가 어렵더군요. 취미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을 시작하던 시기에 콘텐츠 방향을 고민하다가 그 고충이 생각났어요. ‘나 같이 처음 자취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나눠보자’라는 마음으로 자취남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기획했는데요. 주로 가구나 청소기, 건조기 등을 실제로 사용해보고, 후기를 공유하는 영상을 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친구의 집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어 올렸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많은 구독자 분들의 초대로 자췻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게 되었어요. 

가장 최근에 소개했던 곳은 어떤 집이었나요?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5평 원룸 오피스텔이었어요. 그곳으로 저를 초대하신 분은 직장 특성상 이사를 자주 하는 분이었는데, 그 때문에 입주와 퇴거가 용이한 오피스텔에서 살고 계셨죠. 그렇다 보니 집이 평범하고 무난한 편에 속했어요. 그 집을 소개한 영상을 보신 어떤 분들은 왜 아무런 특색이 없는 집을 소개했는지 물어보시더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이 채널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은 분이 저를 집으로 초대하는 메일을 보내주시는데요. 언제나 촬영지는 랜덤으로 선택해왔고, 일부러 사전 조사 없이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집 구조가 독특한 집도 있고, 인테리어가 멋진 집들도 있지만 바로 옆에 사는 친구 집 같은 곳에도 갑니다. 흥미로운 점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비슷해 보여도, 단 한 집도 똑같은 집은 없다는 거예요. 작은 소품 하나에도 각자의 취향과 스토리가 녹아 있어요(웃음). 

성권 씨의 자취라이프도 궁금하네요. 처음 자취를 시작하실 때 기억하시나요?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마치 그런 기분이었어요. 세상에 혼자 내던져지는 느낌?! 집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해 유튜브를 보기 위해선 우선 인터넷을 신청해야 하는데 3년 약정을 해야 하는지, 사은품이나 현금은 왜 준다는 건지, TV나 휴대폰 요금제와 연결해서 할인을 받아야 하는지 등 하나씩 알아보고 따져볼 것투성이었죠. 매달 관리비에 월세를 내는 것도 무척 버거웠어요. 결국, 금전적인 문제로 자취 3개월 만에 본가로 돌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몇 달 만에 다시 두 번째 독립을 시작했어요. 종종 ‘사는 데 정말 필요한 건 정작 학교에서 하나도 배운 적이 없구나’라며 헛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정말 어른의 삶이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어설프긴 해도 인터넷 신청도 하고, 도시가스 비용을 내고, 전기세를 아끼려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여전히 제가 자취생활을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웃음).  

그는 사람 사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취에 필요한 추천 아이템도 함께 소개한다. 사진 자취남 유튜브 캡처
그는 사람 사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취에 필요한 추천 아이템도 함께 소개한다. 사진 자취남 유튜브 캡처

자취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 중 외로움, 고립감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성권 씨는 어떠셨나요? 

최근에 촬영하러 갔다가 만난 어느 룸메님(구독자)께서 해주신 말이 있어요. “어두운 방 속에서 하는 생각은 가짜다.” 저도 자기 전에 누워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생각이 점점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갈 때가 있어요. ‘회사를 그만둔 게 맞는 일이었을까?’ ‘앞으로 내 인생은 잘 흘러갈까?’ 하면서요. 그래서 그 말이 제게 크게 와닿았어요. 실제로, 방 안에 혼자 있을 때는 무척 크게 보였던 생각이나 걱정이 막상 밖에 나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의식적으로 그 말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있어요. 

혼자 산다고 해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분들, 그리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분들이 만나는 지점이 ‘자취남’ 채널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거창한 목표일지도 모르지만, ‘자취남’이 어두운 방에 불을 켜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매주, 매일 다양한 분들을 만난다는 것. 성권 씨 삶에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성인이 된 후에 누군가와 두세 시간씩 대화하는 경우가 잘 없었거든요. 그런데 자취남 채널을 시작하면서 거의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몇 시간씩 대화를 하고 있어요. 논어에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라는 말이 있지요.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에는 ‘아, 이분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아, 나도 이런 자세로 살아보고 싶다’ ‘이렇게 하는 게 좋네’ 하며 더 좋은 것들을 흡수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삶의 방식이 예전과 전혀 달라져 있는 걸 봅니다.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옳고 그름을 가렸던 제 기준이나 틀이 넓어진 걸 느껴요. 

다양한 사람들의 집을 소개하면서 그의 내면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쌓여갔다. 이를 책으로 풀어낸 것이《자취의 맛》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집을 소개하면서 그의 내면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쌓여갔다. 이를 책으로 풀어낸 것이《자취의 맛》이다.

구독자분들에게도, 성권 씨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자취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처음 자취를 시작하는 곳은 대부분 낯선 동네일 거예요. 아까 말한 것처럼 경제적인 어려움을 만나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난관을 만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게 끝은 아니더라고요. 그 시기를 잘 지나고 나면, 재미있고 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도 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 어려움을 오롯이 혼자 다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버거울 때면 주변에 손을 내밀어도 괜찮아요. 

그는 하루에 약 다섯 건의 초대 메일을 받으며, 일주일에 평균 여덟 집을 찾아가 촬영을 한다. 개인주의 성향, 나 홀로 문화가 만연해있다는 요즘. 자신의 집 문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기자는 적잖이 놀랐다. 많은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혼자’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며 생각했다. 독립한다는 건, 어쩌면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실전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혼자인 것 같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임을 배우는 속성 수업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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