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리셋' 저자 전홍준

의과대학 선후배들은 그를 ‘참, 특이한 의사’라고 한다. 수술도, 약도 쓰지 않고 생채식이나 절식에 마음 다스리는 요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병이 다 나았다’고 마음으로 먼저 확신하라고 한다. 환자 한 명과 한나절을 상담하고 수긍할 때까지 대화를 계속한다는 그가, 평균 진료시간이 6분 안팎인 의료 현실에서 볼 때 그다지 상식적이지는 않다. 그가 왜 이런 의사가 되었는가? 현대 서양의학으로는 해결 불가한 질병이 너무 많았고,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는 일이기에 그냥 두고 볼 수도 없었다. 대안을 모색해온 그는 ‘전인치유’를 통해 난치병의 비상 탈출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라도 광주에 ‘용한’ 의사가 있다는 소리를 예전부터 들었는데, 그가 최근에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고 신간도 출간했다.《생명 리셋》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책은 언뜻 보기에 두께와 무게가 상당했다. 543페이지에 1,050그램의 책속에는 치료 노하우를 넘어, 누구든 심신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청사진도 담겨 있다. 그가 여느 의사들과 다른 점은, 병의 증상에 앞서 병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자의 마음가짐부터 체크해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책을 다 읽고 인터뷰를 청했다. 약속한 날, 광주행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만날 취재원은 난치병이나 말기암 환자들에게 잘 알려진 의사다. 그런데 투머로우 주 독자층은 무쇠도 소화시킬 젊은 나이여서 건강이란 주제엔 큰 흥미가 없을 것 같다. 아픈 사람에게나 중요한 의사 이야기에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솔깃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고민은 기우였다. 자기의 업業에 대한 소명감과 구도자의 자세로 일관해온 그는 여러 학문에 해박하면서도 겸손했고, 자신의 한계를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는 어른이었다.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책의 내용이 매우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입니다.

제가 의사가 되어 45년간 임상에서 경험한 것들입니다. 책은 전인치유의 원리, 스스로 하는 질병별 실천법, 암을 치유하는 사례별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초청 강연과 강좌에서 발표한 내용들을 원고로 재구성한 것인데, 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4쇄를 준비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 10월 말에 초판을 찍었으니 반응은 예상외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양서良書는 독자들이 먼저 아니까요. 외과 전문의로 시작하셨는데, 지금은 ‘통합의학’*의 대가로 더 유명하십니다.(*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 :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현대의학과 대체의학, 근대의학과 전통의학을 하나로 통합해 질병의 외적 증상뿐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도 치유하는 환자 중심의 새로운 의료서비스.)

아, 그렇습니까?(하하하) 제가 이런 길로 들어설지, 저도 전혀 몰랐습니다. 처음엔 학교 때 배운 서양의학이 유일한 진실인 줄 알았고, 그 후에는 대체의학이나 자연의학의 탁월성에 더 무게를 두었던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두 영역이 균형을 이뤄 환자를 도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합니다. 동서고금의 의학에 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질병과 건강을 규정할 단일 이론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더군요. 우리가 지금 진실처럼 믿고 있는 의학적 정보들의 대부분은 한 시대에만 향유될 뿐, 불변의 진리일 수 없습니다. 

누군가 제 치료법이 비상식적이라고 한다면, 저는 “맞는 말씀입니다.”라고 할 겁니다. 자연과 생명은 우리가 붙잡고 있는 상식 너머로 갈 때만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동안 우리에게 주입된 잘못된 상식 ‘병은 나쁜 것이다. 수술이나 약물로 제거해야만 한다.’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 그의 발자취를 잠시 따라가 보자. 의대 졸업 후 그는 광주기독병원에서 외과 전문의 과정 수련을 받는다. 1905년에 미국 선교사 닥터 놀란이 개원한 이 병원은, 그가 레지던트일 때에도 의료 선교사들이 병원에 와서 진료를 담당했다. ‘신의 손’이란 별명을 가진 외과의 디트릭 선교사를 스승으로 그는 4년간 훈련을 받았고, 수술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정해진 수순을 따라 전문의가 되었고, 그는 종합병원 외과 과장 타이틀도 달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점점 자괴감으로 변해갔다. 평생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병이 수두룩했고, 그렇다해서 수술이 최선책도 아니었다. 암 수술을 잘 마치고 퇴원한 환자들이 얼마 뒤 재발해서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수술한 환자의 임종을 지켜봐야 할 때였다고 한다. 

진찰실 한쪽에 있는 책들. 그가 환자들에게 병의 증상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는지 자세히 설명할 때 이 책들이 좋은 참고서적이 된다. 왼쪽 맨위에 신간《생명 리셋》이 보인다. 서울 셀렉션, 가격 17,400원. 사진 박종도 기자
진찰실 한쪽에 있는 책들. 그가 환자들에게 병의 증상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는지 자세히 설명할 때 이 책들이 좋은 참고서적이 된다. 왼쪽 맨위에 신간《생명 리셋》이 보인다. 서울 셀렉션, 가격 17,400원. 사진 박종도 기자

심각한 내적 갈등과 회의감에 빠져 있던 그에게 1984년은 ‘기적의 해’였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의 지역사회의학센터를 방문했다가 자연치료센터를 알게 된다.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생채식과 수水치료, 마사지, 흡각요법, 침술, 명상 등을 실시하는 대체의학 진료실이었는데, 동양의 전통의학과 유사했다. 질병의 증세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에 걸린 인간 전체를 치유하는 방법이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 미국 등지의 자연치유 센터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세계를 탐독했다. 앞으로 갈 길이 조금씩 보였다. 그는 차가운 메스를 내려놓고, 총체적 인간으로서 환자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이 일은 그의 의료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에 부딪쳤다.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두 환자에게 똑같은 자연치유법을 썼는데 한 환자는 좋아지고 다른 환자는 별 차도가 없었다. 이런 경우가 자주 생겼다. 왜 그럴까? 나중에야 알았지만, 똑같은 병증을 가진 환자라도 마음의 상태가 다르면 결과도 다르게 나왔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는 사실을 도쿠히사, 다니구치 마사하루 같은 심신의학자들로부터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운 좋게도 그는, 미국의 디팩 초프라에게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의 전 과정을 배웠고 3년 뒤인 1994년에는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해리 팔머가 개발한 아바타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한정된 육체가 전부가 아니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영적 존재’라는 사실을 정확히 배웠다.  

사단법인 굿뉴스월드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그가 ‘2019 대한민국 봉사대상’을 받았다. 40여 년간 국내외 의료 사각지대 이웃들을 위한 보건의료 지원 사업을 해서 보편적 건강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했다. 사진 굿뉴스월드
사단법인 굿뉴스월드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그가 ‘2019 대한민국 봉사대상’을 받았다. 40여 년간 국내외 의료 사각지대 이웃들을 위한 보건의료 지원 사업을 해서 보편적 건강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했다. 사진 굿뉴스월드

탐색과 성찰의 시간을 거쳐, 이제 그는 환자를 몸Body, 마음Mind, 영성Spirit의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치유하는 ‘참, 특이한 의사’가 되었다. 광주시 광천사거리 번화가에 ‘하나통합의원’이 있는데, 지나가다가 병원 간판을 보고 들어오는 환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사연이 복잡하고, 이유도 다양한 난치병 환자들이 여기저기에 묻고, 들어서 찾아온다. 

그의 병원에 찾아온 사람들은 여기에 와서 자기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야 살 수 있으므로, 의사 입장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같이하려고 한다. 진료는 몇 가지 검사와 상담으로 이어지는데, 일주일 간격으로 평균 네 번의 상담을 받는다. 그 사이에 어떻게 먹고, 어떻게 활동하고, 어떻게 마음을 쓰고, 어떻게 호흡하는지, 태어나 배워본 적 없는 ‘기본’을 환자들에게 가르친다. 

처음엔 그의 진료 스타일이 죽을힘을 다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 죽을병에 걸린 사람들은 조급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담을 할수록,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돌아갈 때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곤 했다. 집에 가서 일주일간 실천하고 다시 와서 피드백을 받으면서, 환자는 병의 탈을 벗어버리고 새로워진다. 생활 습관과 마음의 태도들도 스스로 제어해가는 지혜가 생긴다. 

유튜브 방송도 하시던데, 병원 외에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시는지요?

유튜브는 제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것이고요. 제가 주변을 도울 기회는 대부분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만날 때입니다. 예전엔 극빈자들에게 무료 수술과 진료를 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2008년에 뜻이 맞는 목사님과 의사 일곱 명이 모여 굿뉴스의료봉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여름휴가 기간에 아프리카나 남태평양 도서국가로 의료봉사를 다녀오는데요, 오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진료할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입니다. 우리 몇 명이 가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의사를 한번 만나보겠다고 멀리서부터 일찍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의사로서 가슴이 뜁니다. 치료를 해주고 나면, ‘이들이 우리를 만나지 못했다면 평생 몸이 불편한 상태로 살았겠구나.’ 싶어서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지금은 단체 이름을 (사)굿뉴스월드로 바꿔, 지구촌 곳곳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돕는 국제개발NGO가 되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요. 현재까지 20개국에 1,500여 명의 봉사단을 파견해서 15만 명을 무료로 진료해 주었습니다. 코로나 기간에는 해외에 봉사를 가지 못했는데,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리셋reset’을 사전에서 찾으면, 시스템 전체를 미리 정해진 초기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시스템의 일부가 과열현상을 일으키거나 노이즈 등으로 동작이 이상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리셋’ 버튼을 눌러 ‘제로’ 상태를 만든다. 

전홍준 원장은 인터뷰 내내, 우리 인간이 기계는 아니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의 ‘리셋’ 버튼을 눌러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생명 리셋’ 자연치유법으로 난치병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치료법을 보면 너무 쉽고 단순하다. ‘맨발로 흙을 밟고 햇볕을 쬐고, 흙에서 자란 식물을 주로 먹고, 깊은 생기호흡을 하면서, 나는 건강하다는 말을 수천 번씩 되뇌이면’ 그 에너지가 마음과 몸에 전달되어 잃었던 생기가 살아나고 유전자의 오작동이 멈추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여름휴가를 아프리카에서 봉사를 하며 보낸다. 늘, 그렇지만 올 때마다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굿뉴스월드
여름휴가를 아프리카에서 봉사를 하며 보낸다. 늘, 그렇지만 올 때마다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굿뉴스월드

죽음과의 사이가 한 걸음인 환자에게도, 증세가 경미한 환자에게도, 그가 내리는 처방엔 별 차이가 없다. 어떤 병을 가졌든지, 몸과 마음을 태초의 본성으로 돌려놓기만 하면 쉽게 낫기 때문이다. 기본이 회복되면 치유는 쉽다. 이전에 가졌던 잘못된 신념들, 치우친 생활습관에 ‘리셋’ 버튼을 누른다면 ‘모든 것이 보기에 좋았더라’의 상태로 복구된다. 그것이 전홍준 원장이 연구, 개발하고 있는 통합의학이다.  

봄이 영글면 겨우내 양말 속에 싸두었던 두 발을 흙 위에, 햇살 아래 내놓고 걸어보자. 정교하게 사람을 만든 창조주의 섭리를 음미하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몸과 마음의 생명력을 회복하여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책의 말미에 쓴 저자의 희망이 공고해질수록, 불치의 몸과 절망의 마음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봄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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