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서 29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국위선양을 이룬 ‘암벽 여제’ 김자인 선수를 비롯해, ‘클라이밍 천재 소녀’라고 불리며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고 있는 서채현 선수는 우리나라 대표 클라이밍 선수이다. 아찔한 벽을 오르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정작 오르는 자는 두려움 없이 성큼성큼 올라가고, 그 모습은 잔잔하며 침착하다.

형형색색의 ‘홀드’를 잡으며, ‘문제를 푸는’ 클라이밍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여가 플랫폼인 프립Frip이 공개한 ‘2022년 MZ세대 취미 여가 생활 트렌드 리포트’에 의하면 댄스, 테니스, 요가, 클라이밍 등이 인기 검색어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지금 같은 추운 겨울 날, 실내에서 할 수 있다는 이유도 인기의 한 몫을 더하고 있다. 클라이밍의 매력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 클라이밍에 푹 빠져있다는 프리랜서 배우 서영재 씨와 인터뷰를 나누며 클라이밍을 배워보았다. 

저녁 7시, 서울의 한 클라이밍장에서 서영재 씨를 만났다. 이날은 그가 속해 있는 클라이밍 크루가 한데 모이는 날이기도 했다. 기자가 클라이밍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으로만 봤던 클라이밍장은 생각보다 쾌적하고 웅장했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신발을 대여했다. 볼링처럼 운동에 맞는 신발이 필요하다. 홀드에 발을 얹었을 때 미끄러지지 않고, 어떤 방향으로 발을 얹어도 지지대 역할을 해준다. 준비를 마친 뒤 서영재 씨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클라이밍 기초부터 조금씩 배우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Q. 언제부터 클라이밍을 시작하셨나요?

작년쯤, 지인의 권유로 클라이밍을 시작했어요. 그 친구를 만나려고 어디냐고 물어보면 항상 클라이밍장에 있었거든요. 뭐가 그렇게 재밌길래 하루가 멀다고 이 운동을 하는지 궁금해서 한번 해봤다가, 그 매력에 빠져버렸죠. 지금은 제가 더 많이 즐기고 있는 것 같네요.

Q. 인스타그램을 보니, 클라이밍 말고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계시는데요. 그중 클라이밍의 매력을 말씀해주신다면요?

오늘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클라이밍은 운동 자체도 즐겁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문제를 다 풀고 완등했을 때 오는 성취감도 뛰어나고요. 손 하나, 발 하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근육도 다르고, 위태롭게 매달려 있어야 하는 때도 있기 때문에 집중력도 필요해요. 그만큼 머릿속에 있던 잡생각은 사라지니 그것마저도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다른 스포츠와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클라이밍을 하는 저 말고도, 저를 보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문제를 풀어요. 제가 실패하면 다른 분들이 풀이한 걸 보면서 따라 하기도 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해요. 이런 과정이 있다 보니 서로를 더 열심히 응원하게 돼요. 사실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푸는 과정만 봐도 재밌어요.

클라이밍의 기본자세라고 하는 ‘삼지점’부터 배웠다. 손을 쭉 뻗어 홀드를 잡은 채로 모으고, 발은 양쪽으로 벌려 매달리면 몸이 삼각형 모양이 되는데 이를 삼지점이라고 한다. 무게 중심을 아래쪽으로 둔 뒤에 손 - 발 - 발 - 손 순으로 옮기며 이동했다. 처음엔 다리가 너무 가까워서 위태롭기도 했고,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내리지 못하고 팔에만 힘을 잔뜩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몇 차례 하다 보니, 조금씩 감을 익히고, 그다음 룰을 배웠다.

클라이밍화의 앞꿈치는 새부리처럼 약간 구부러져 있고, 발등 부분은 움푹 들어가 있으며 발뒤꿈치는 볼록 튀어나와 있다. ⓒ서영재 제공
클라이밍화의 앞꿈치는 새부리처럼 약간 구부러져 있고, 발등 부분은 움푹 들어가 있으며 발뒤꿈치는 볼록 튀어나와 있다. ⓒ서영재 제공

Q. 클라이밍이 크게 3가지 종목으로 나눠지던데, 어떻게 다른 건가요?

클라이밍 대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피드, 리드, 볼더링으로 나뉘어요. 스피드는 두 명이 출발해서 15m 벽을 누가 더 빨리 오르느냐를 겨루는 종목이고, 리드는 15m 암벽을 6분 안에 가장 높이 올라가는 종목이에요. 그리고 5~6m의 낮은 인공암벽을 짧은 루트로 장비 없이 오르는 볼더링이 있어요. 오늘 우리가 하는 게 볼더링 종목이죠.

대부분의 실내 클라이밍장에 가보면 무지개색으로 난이도를 표시하는 걸 찾아볼 수 있어요. 볼더링은 같은 색의 홀드만 이용해서 탑을 찍고 완등해야 해요. 쉽게 이야기해서 빨간색 홀드로 이루어진 초록색 난이도의 문제를 푸는 거죠. 시작하는 부분에 색깔로 표시하고, 탑 부분에 같은 색으로 표시해 탑을 표시합니다.

설명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니, 규칙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파란색 홀더로 이루어진 가장 쉬운 노란색 난이도의 문제를 풀어보았다. 올라가기 전 손에는 하얀 가루인 초크를 묻혔다. 최대한 손의 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바르라고 했다. 그 후 홀더를 잡고 홀더의 색을 확인하며 차근차근 올라갔다. 삼지점을 생각하며 오르다 보니, 금세 문제를 풀었다. 나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나이스!’를 외치는데, 가장 쉬운 난이도임에도 불구하고 뿌듯했다. 문제를 푼 뒤엔 아래로 내려와 다른 사람이 오르는 걸 지켜보는데, 여전히 숨이 차고 등에는 땀이 났다. 

아래쪽 파란색 스티커가 붙은 보라색 홀드에 손을 잡고 시작해, 위쪽 파란색 스티커가 붙은 보라색 홀드를 양손으로 잡으면 완등에 성공이다. ⓒ서영재 제공
아래쪽 파란색 스티커가 붙은 보라색 홀드에 손을 잡고 시작해, 위쪽 파란색 스티커가 붙은 보라색 홀드를 양손으로 잡으면 완등에 성공이다. ⓒ서영재 제공
난이도를 표시해 놓은 벽면이다. 노란색 난이도가 가장 쉬우며, 검은색이 가장 풀기 어려운 난이도이다. ⓒ서영재 제공
난이도를 표시해 놓은 벽면이다. 노란색 난이도가 가장 쉬우며, 검은색이 가장 풀기 어려운 난이도이다. ⓒ서영재 제공

Q. 오래 움직인 거 같지 않은데, 땀이 나고 숨도 차네요. 짧고 굵게 운동이 되네요.

그렇죠? 클라이밍은 팔 힘이 좋아야 잘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하체에 무게 중심을 두다 보니 다리 힘도 좋아야 하고, 손 아귀힘뿐 아니라 등 근육을 많이 사용해요. 거기에 몸을 비틀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코어 근육도 아주 중요하지요. 다양한 동작을 사용하며 등반하므로, 클라이밍은 복합 다관절 운동이에요.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잘 안 풀리는 문제를 만나요. 그런데 이걸 풀기 위해 계속 도전하는 게 아니라 5번 이내로 도전하다가 다른 문제를 풀고 다시 못 푼 문제를 풀어요. 같은 문제를 계속 풀다 보면 같은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무리가 갈 수 있거든요. 끈기도 중요하지만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해요. 그래야 부상도 방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어요.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모두가 매트 위가 아닌 바닥에 앉아 다른 사람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자기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사진도 찍지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움직이고, 행여나 누군가가 다칠까 봐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자신의 문제만 풀려고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문제를 푸는 걸 기다리고 배려하며 운동을 즐겼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응원하고,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서로 해보며 알려주는 모습이 꽤 진지하고, 즐거워 보였다.

Q. 카메라로 자기 모습을 담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클라이밍을 하기 전, 미리 알아야 할 점이 있을까요?

편안한 운동복과 클라이밍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운동을 시작하기 충분하지 않을까요? 클라이밍장에 가면 초보자분들을 위한 강습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어요. 주변에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이 즐거운 마음으로 알려주실 거예요.

클라이밍을 시작했다면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보는 걸 추천해요. 하다 보면 실패할 때도 있고 성공할 때도 있는데, 그 순간이 고스란히 담기거든요. 못 푼 문제는 영상을 되돌려 보면서 실패의 원인을 찾고 보완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성공할 때 그 뿌듯한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서, 잠들 때까지 계속 돌려보게 돼요. 그리고 개인 SNS에 촬영한 영상을 올리면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응원도 받고, 문제를 푸는 방법도 배울 수 있어요.

ⓒ서영재 제공
ⓒ서영재 제공

그와 인터뷰하며 운동도 배우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시간이 갈수록 클라이밍장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걸 보니, 최근의 인기를 절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초등학생과 청년들이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다. 민첩하고 가벼운 아이들과 팔과 다리가 길고 근육에 힘이 있는 어른들, 가지고 있는 신체적 장점과 강점이 다르다 보니 똑같은 문제도 다르게 풀어간다. 누가 더 잘한다고 할 수 없을 만큼 경쟁도 팽팽하다. 서로에게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지 묻고, 실패한 이유를 서로 나누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이, 서로를 존중하고 있음이 느껴져 그것을 보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즐거웠다.

혼자 하는 운동이면서도 어쩌면 같이하는 듯한 운동인 클라이밍, 직접 해보니 문턱이 높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다. 이번 겨울, 클라이밍을 꾸준히 배워보면 어떨까? 굽은 어깨와 거북목에도 좋다고 하니,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현대인에겐 안성맞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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