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소음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민원이 이어지면서 헬기 비행장과 군 부대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헬리콥터는 특유의 비행원리로 인해 시끄러운 소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선풍기나 헤어드라이어가 회전하면서 소음이 생기듯, 헬리콥터의 로터(Rotor, 회전하는 부분 전체)가 돌아가면서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개발 역사가 비교적 짧은 헬리콥터는 1940년대에 엔진의 동력 증가로 비행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세상에 그 유용성이 널리 알려진 것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미군 헬리콥터의 눈부신 활약 때문이었다.

1951년 7월 한국전쟁에서 미공군 H-5G가 부상병을 싣고 있는 장면. 당시 전쟁터에서 헬리콥터는 ‘자비의 천사’였다. 사진@미공군.
1951년 7월 한국전쟁에서 미공군 H-5G가 부상병을 싣고 있는 장면. 당시 전쟁터에서 헬리콥터는 ‘자비의 천사’였다. 사진@미공군.

한국전쟁에서 생명을 구한 자비의 천사

미국에서 만든 헬리콥터의 유용성이 입증된 것은 한국전쟁 때였다. 전투를 하면 부상자가 발생하고 적진에 고립된 병사가 생긴다. 그때 차량이나 비행기로는 적진을 뚫고 들어가 부상자를 옮기거나 고립된 병사를 구해낼 수 없다. 하지만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헬리콥터는 전선을 넘어 날아가서 목표지점에 착륙하여 위험에 빠진 병사를 구해 올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의 항공기이다. 그래서 한국전쟁 당시 위험에 빠진 병사들에게 헬리콥터는 ‘자비의 천사Angel of Mercy’로 불렸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절체절명의 긴박한 순간에 자신을 구해줄 유일한 소리는 바로 헬리콥터의 소리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헬기가 응급구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응급 환자의 생사는 몇 분 안에 결정되는데, 먼 거리나 교통이 복잡한 시내에서는 앰뷸런스 이동에 한계가 있어 응급구조헬기의 필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응급구조헬기의 소음이 병원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준다며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라는 캠페인을 펼쳐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으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1. 헬리콥터의 소음 때문에 주변에 헬기 부대가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 행렬. 사진@대한기자협회 경기북부 공동취재단
1. 헬리콥터의 소음 때문에 주변에 헬기 부대가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 행렬. 사진@대한기자협회 경기북부 공동취재단
2. 응급구조용으로 사용되는 헬기의 유용성을 알리기 위해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라는 캠페인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신안군청
2. 응급구조용으로 사용되는 헬기의 유용성을 알리기 위해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라는 캠페인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신안군청

헬리콥터 소음은 왜 생기는 걸까?

단풍나무 씨앗은 떨어질 때 빙글빙글 돌면서 멀리 날아간다. 두 개의 날개 덕분인데 이런 현상을 보고 일찍이 중국에서는 단풍나무 씨앗처럼 생긴 장난감을 만들었다. 서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자신의 연구노트에 헬리콥터의 원리와 설계도를 남기기도 했다. 단풍나무 씨앗의 날개와 같은 헬리콥터의 회전 날개를 영어로 블레이드Blade라고 한다. 보통의 헬리콥터에는 2~4개의 블레이드를 묶은 메인로터Main Rotor와 뒤쪽의 작은 블레이드로 구성된 꼬리로터Tail Rotor가 있다.

몇몇 사람들은 꼬리로터가 뒤에서 밀어주는 힘으로 헬리콥터의 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꼬리로터는 헬리콥터의 맨뒤가 아닌 뒤쪽 옆면에 달려 있어서 메인로터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동체의 역회전을 막아준다. 우리가 회전의자에 앉아 발을 들고 팔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몸이 반대로 돌아가는 역회전 현상이 생기는데, 헬리콥터에서 역회전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꼬리로터의 역할이다.  

헬리콥터가 앞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원리는 메인로터의 회전면을 앞쪽으로 기울여 공기를 빨아들임으로써 양력(Lift, 위로 떠오르는 힘)과 추력(Thrust,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트기에 비해 헬리콥터의 비행속도는 평균 시속 300km 정도로 느린 편인데도, 앞으로 전진할 때 메인로터의 전진 블레이드 끝에서 충격파가 발생해 큰 소음이 생긴다.

또한 회전하는 블레이드 끝에서는 와류 즉,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한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와류는 태풍이다. 태풍이 소용돌이치며 지나간 자리의 건물이나 사물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이 작은 태풍 같은 와류가 헬리콥터 블레이드 끝에서 발생하고, 발생된 와류가 뒤따라 회전하는 블레이드에 부딪치면서 그 충격으로 생긴 공기의 진동이 소음으로 들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 소음이 우리 귀에 시끄럽다는 점이다. 헬리콥터의 로터보다 회전속도가 빠른 자동차 바퀴도 소음이 시끄러운데, 높은 음역이라서 자동차가 지나가면 소음도 같이 사라진다.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소음 중에서 높은 음역의 소리는 공기에 쉽게 흡수되어 사라지지만, 헬리콥터나 뱃고동처럼 낮은 음역의 소리는 멀리까지 오래 전파된다. 헬리콥터는 이러한 매커니즘에 의해 소음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1. 제트기에서 발생하는 충격파. 사진@위키피디아
1. 제트기에서 발생하는 충격파. 사진@위키피디아
2. 헬리콥터 블레이드 끝단에서 발생하는 와류 현상. 소용돌이 치는 현상은 대기의 습도가 높을 때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사진@quora.com
2. 헬리콥터 블레이드 끝단에서 발생하는 와류 현상. 소용돌이 치는 현상은 대기의 습도가 높을 때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사진@quora.com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나는 대학원에서 학위를 마치고 민간 방산업체 ‘KAI’에 입사해 초음속 전투기 T-50개발에 참여했다. 학교에서 음속의 3~4배 속도의 발사체를 대상으로 연구하다가, 음속보다 조금 빠른 전투기에 대해 연구하려니 상대적으로 상실감이 느껴졌다. 국내 최초의 초음속 고등훈련 비행기 T-50 개발이 2005년에 끝났고, 이어서 나는 한국형 헬리콥터 ‘수리온헬기’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초음속 비행기에서 헬리콥터 단계로 연구를 진행한 나는 마치 첨단의 포뮬러원F1 자동차를 만들다가 둔탁한 트럭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헬리콥터의 개발 역사를 살펴보다가, 헬리콥터의 실효성을 본격적으로 입증하게 된 계기가 한국전쟁이었고, 생명이 죽어나가는 전쟁터에서 헬리콥터가 ‘자비의 천사’였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소방당국이 헬기에 의료진을 태워 24시간 하늘길로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야간에도 가동할 수 있는 소방 응급의료헬기의 출동 거리는 최대 400㎞이다. 사진@소방청
최근 소방당국이 헬기에 의료진을 태워 24시간 하늘길로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야간에도 가동할 수 있는 소방 응급의료헬기의 출동 거리는 최대 400㎞이다. 사진@소방청

항공기 발전 역사는 인류의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서 개인이 개발하기에 한계가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항공기는 국가 주도로 개발되며, 특히 군사형 항공기는 적을 무찌르는 데에 사용된다. 아무리 최첨단 전투기도 적을 죽일 수는 있으나 생명을 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직이착륙기인 헬리콥터는 다른 항공기들이 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헬리콥터는 희망이다. 헬리콥터가 그때부터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헬기의 복잡한 비행 매커니즘을 연구하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이제부터는 헬리콥터 소리를 ‘시끄럽다.’ ‘듣기 싫다.’라고 여기지 말고 생명을 구하는 소리, 천사의 소리로 들었으면 한다. 우리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내가 편안하게 가정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고, 자녀가 대입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어디선가 다급하게 울리는 헬기의 소리가 들려올 때 저 소음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겠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자. 

박남은 
초음속 우주 발사체의 형상 연구로 항공우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KAI(Korea Aerospace Industries, Ltd. 한국항공우주산업)에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해, 2016년부터는 회전익개발그룹 수석연구원으로서 헬리콥터 및 차세대 회전익기 공력 및 소음해석, 형상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경상대 산업시스템공학부와 조선대 우주공학과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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